“사회 붕괴보다 규제가 낫다” 다이먼이 경고한 ‘AI 쇼크’
![[사진=셔터스톡]](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6/01/CP-2024-0163/image-28ca9ce9-cc24-4abf-aa32-3535c782536c.jpeg)
지난 20년 동안 JP모건 체이스를 이끌어온 제이미 다이먼 회장에게 여전히 뼈아픈 실수는 실패한 거래나 잘못된 판단이 아니다. 관료주의를 타파하는 데 너무 오래 걸렸거나, 적합하지 않은 인물이 요직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던 ‘지연의 순간들’이다. AI와 속도로 정의되는 이 시대에, 그는 ‘관성(Inertia)’이야말로 용서받을 수 없는 죄악이 됐다고 시사한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WEF)에 참석한 다이먼 회장은 이런 통찰이 자신의 생애 가장 중대한 기술적 변화인 AI에 맞서 미국 최대 은행을 준비시키는 밑거름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다이먼 회장은 AI를 단순히 기술 부서에 국한된 부수적인 프로젝트로 보지 않는다. 그는 AI를 재무, 인사, 리스크 관리, 마케팅, 고객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은행 업무의 거의 모든 부분을 형성하는 기업 전반의 핵심 도구로 정의했다. 이제 JP모건의 전 직원은 코드 작성, 문서 검토, 고객 지원, 규제 시스템 운용 등 자신의 역할에 AI를 어떻게 접목할지 증명해야 한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JP모건은 이미 약 500개의 AI 활용 사례를 개발했으며, 매주 약 5만 명의 직원이 자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내부 거대언어모델(LLM)을 사용하고 있다. 다이먼은 많은 기업이 AI의 발전 속도와 업무 재편의 폭을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JP모건 내에서 AI는 사기 탐지, 신용 결정, 헷징 전략, 오류 감소, 마케팅 최적화 등에 활용되고 있으며, 곧 등장할 ‘AI 에이전트’는 의사결정 주기를 단축하고 고객이 은행 시스템과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전망이다.
이런 공격적인 행보의 이면에는 깊은 전략적 불안감이 자리 잡고 있다. 글로벌 은행의 경쟁 상대는 더 이상 웰스파고나 뱅크오브아메리카 같은 동종 업계에만 머물지 않는다. 스트라이프(Stripe), 페이팔(PayPal), 차임(Chime), 소파이(SoFi), 레볼루트(Revolut)를 비롯해 기존 은행의 특정 서비스나 비즈니스 전체를 정밀 타격하는 수많은 핀테크 기업들이 경쟁 대열에 합류했기 때문이다.
다이먼은 AI에 막대한 자본과 인재가 몰리고 있다는 사실은 기존 금융기관들이 더 이상 규모나 브랜드 권위만으로는 스스로를 보호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대응 속도가 느린 기업은 AI를 통해 응답 시간을 단축하며 무섭게 파고드는 경쟁사들에 시장을 뺏길 위험에 처해 있다.
경쟁 우위에 초점을 맞추면서도 다이먼은 AI가 불러올 파장(해고)에 대해 명확한 견해를 밝혔다. AI는 일부 일자리를 없애고, 어떤 일자리는 재편하며, 또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다. 사람들이 이를 환영하든 거부하든 상관없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기업과 국가는 결국 이 기술을 도입할 것이기 때문이다.
진짜 리스크는 AI의 발전 자체가 아니라, 사회가 그 변화에 적응하는 속도보다 AI가 더 빠르게 움직이는 것이다. 다이먼은 기술로 인한 고용 이탈이 갑작스럽고 집중적인 파도처럼 몰려온다면 사회적 불안정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시민 소요 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런 파국을 막기 위해 다이먼은 정부가 기업과 협력해 대규모 실업의 속도를 늦추는 ‘AI 자동화 단계적 도입’ 가능성을 제기했다. 기술로 인한 일자리 대체가 너무 빠르게 가속화될 경우, 대규모 해고를 제한하거나 압박을 가하는 동시에 재교육, 소득 지원, 이주 지원 등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과거의 무역 조정 지원(Trade Adjustment Assistance) 정책들이 미흡했음을 인정하면서도, 그는 이전의 실패가 ‘실제로 작동하는 무언가’를 다시 시도해야 할 필요성까지 없애지는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런 결정은 연방 정부의 일괄적인 명령보다는 지방 정부와 고용주 간의 협상을 통해 지역 단위에서 가장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가 당신과 같은 기업에 대규모 해고를 하지 말라고 명령하는 것을 수용하겠느냐는 질문에 다이먼은 “사회가 붕괴하는 상황이 온다면 기업들도 동의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사회를 구하기 위해 그래야만 한다면 우리는 동의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AI는 멈추지 않을 것이며 속도를 늦출 수도 없다. 다이먼 회장은 결국 핵심은 이 기술이 “끔찍한 무언가”를 저질렀을 때 그 피해를 관리할 계획이 준비돼 있느냐라고 강조했다.
/ 글 Ruth Umoh & 편집 김다린 기자 quill@fortun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