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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판 머니볼…몸값 거품 걷어낼 AI 스카우터의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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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셔터스톡]
[사진=셔터스톡]

실리콘밸리의 AI 인재 전쟁이 한층 격화하고 있다. 메타(Meta)처럼 경쟁사인 오픈AI(OpenAI)에서 최상급 연구자를 빼내기 위해 ‘계약금 1억 달러’ 같은 파격 조건을 내거는 회사까지 등장했다.

그런데 이런 전쟁의 한복판에서, 리크루팅 풀을 ‘실리콘밸리 내부 인맥’ 밖으로 넓히려는 시도가 고개를 든다. 헬로스카이(HelloSky)는 AI 기반 데이터로 후보자의 실제 성과와 영향력을 추적해, 기존 네트워크에 포착되지 않던 숨은 인재를 찾아내겠다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AI가 더 보편화할수록, 대형 테크 기업이 원하는 ‘최상위 인재’의 중요성은 오히려 커진다. 동시에 빅테크는 구조조정으로 인력을 줄이면서도, 서로의 인재를 눈이 번쩍 뜨일 정도의 보상으로 빼앗아오는 모순적인 경쟁을 벌이고 있다. 메타가 오픈AI 연구자들을 영입하려고 1억 달러 계약금을 제시하고, 다른 기업들이 대규모 보너스와 경업금지 조항으로 인력을 붙잡으려는 움직임이 그 단면이다.

문제는, 다음 파도의 AI 혁신을 이끌 수준의 연구자 풀이 생각보다 좁다는 점이다. 인재 풀이 좁으니 보상은 치솟고, 기업들은 또 같은 원천에서만 인재를 ‘재활용’하듯 끌어오게 된다. 그래서 한 테크 업계 경영자는 혁신을 계속하려면, 기존 실리콘밸리·빅테크 인재 풀에서만 사람을 돌려 쓰는 방식부터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AI 기반 임원급 리크루팅 플랫폼 헬로스카이를 만든 창업자 겸 CEO 알렉스 베이츠(Alex Bates)는 포춘(Fortune) 인터뷰에서 “사람의 ‘학벌’이나 ‘어디 출신인지’ 같은 배경을 둘러싼 편견과 필터가 늘 존재한다”며 “그런 요소들을 정말로 지도처럼 펼쳐놓고, 전통적 경로가 아닌 다른 길을 거쳐온 사람들에게도 제대로 공을 인정해줄 수 있다면, 진짜 실력 기준으로 순위를 매길 수 있다”고 말했다.

헬로스카이는 2025년 4월, 콜드웰 파트너스(Caldwell Partners), 카멀 캐피털(Karmel Capital), 트루(True), 헌트 스캔론 벤처스(Hunt Scanlon Ventures) 등과 구글(Google)·시스코 시스템즈(Cisco Systems) 출신 엔젤 투자자들로부터 550만 달러 규모의 시드 라운드를 유치했다고 발표했다. 베이츠는 인간과 AI의 관계를 다룬 『어그멘티드 마인드(Augmented Mind)』의 저자이기도 하다.

그가 만든 헬로스카이는 후보자·기업·인재·투자자·평가 데이터를 하나로 묶고, 생성형 AI(GenAI)로 이를 분석해 기업이 ‘원래라면 발견하지 못했을’ 후보자를 찾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한다. 베이츠에 따르면 많은 테크 기업은 과거 채용 공고나 이력서 제출 자료 같은 ‘전통 데이터’를 바탕으로 경쟁사에서 인재를 빼오는 데 집중해왔다. 메타 CEO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가 ‘슈퍼인텔리전스 랩(Superintelligence Labs)’을 위해 데려오고 싶은 핵심 인재 리스트를 실제로 따로 관리하며, 채용 전략에도 깊게 관여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하지만 AI 인재 전쟁이 격해질수록, ‘경험 많은 사람’을 채우는 일은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오픈AI CEO 샘 올트먼(Sam Altman)조차 AI 기업들이 끌어올 후보 풀이 얼마나 제한적인지에 대해 한탄한 적이 있다. 올트먼은 CNBC 인터뷰에서 “(슈퍼인텔리전스로 가는 길에서) 남아 있는 아이디어를 발견할 수 있기를 바라는 게 ‘베팅’이자 ‘희망’”이라며 “몇 가지 핵심 알고리즘 아이디어와, 그것을 실제로 풀어낼 수 있는 ‘그리 많지 않은’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츠는 헬로스카이를 두고 ‘머니볼(Moneyball)’식 인재 발굴이라고 부른다. 실리콘밸리에서 인맥이 탄탄한 사람만을 추리는 게 아니라, 실제 도메인 전문가를 ‘완전한 지도’처럼 그려내 숨은 고수를 찾아낸다는 의미다. AI를 활용해 후보자를 태깅하고 연결 관계를 맵핑하며, 소셜미디어나 구직 플랫폼 존재감은 약하지만 고난도 역할을 수행할 역량을 갖춘 사람을 찾아낸다는 것이다.

플랫폼이 훑는 대상도 이력서에 그치지 않는다. 실제 코드 기여, 동료심사(peer-reviewed) 논문, 급부상하는 오픈소스 프로젝트 등 ‘측정 가능한 결과’를 추적하고, 번듯한 학위나 화려한 경력보다 실질 영향력을 우선한다. 작은 팀이나 니치 커뮤니티에서 ‘적은 자원으로 큰 성과’를 증명한 사람을 찾겠다는 발상이다.

이는 오클랜드 애슬레틱스(Oakland A’s)의 빌리 빈(Billy Beane)이 아이비리그 출신 피터 브랜드(Peter Brand)와 함께 통계 기반으로 야구 스카우팅을 재발명했던 사례를 다룬 책·영화 ‘머니볼’의 서사와도 겹친다.

베이츠는 “사람을 뽑거나, 파트너십을 맺거나, 인수합병을 하거나, 이 영역에 관심 있는 모든 주체에게 큰 ‘언락(unlock)’이 될 수 있다”며 “전 세계에 숨은 인재가 정말 많다”고 말했다.

헬로스카이는 후보자가 구직 플랫폼에서 경력을 ‘부풀리는’ 신호를 포착하거나, 온라인 존재감이 희박한 사람은 데이터로 공백을 메우는 기능도 제공한다고 한다. 베이츠는 “예컨대 ‘10억 달러 규모 IPO’를 했다고 써놓았지만 실제로는 IPO 2년 전에 회사를 떠난 경우가 있다. 그런 걸 드러낼 수 있다”며 “반대로 충분히 자랑하지 못했던 사람에게는 공을 인정해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 입장에서는 ‘원석(다이아몬드 인 더 러프, diamond in the rough)’을 찾는 데 도움이 된다는 얘기다.

그는 앞으로 서치펌과 기업 내부 리크루터들이 후보자에게 각종 평가(assessment)를 더 적극적으로 요구하게 될 것이라고도 내다봤다. “정말로 타깃을 잘 잡아 엉뚱한 사람과 이야기하느라 시간을 낭비하지 않게 되면, 차세대 행동 평가 프레임워크 같은 것들을 훨씬 더 깊게 적용할 수 있다”며 “그게 앞으로의 흐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글 Sydney Lake & 편집 김다린 기자 quill@fortun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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