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일 아니라더니?” 트럼프가 호르무즈에 매달리는 진짜 이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두고 미국과는 무관하다던 방관자적 입장에서 당장 해협을 열라는 강경 대응으로 태세를 전환했다.
자국 원유 생산량이 충분하다며 여유를 부리던 트럼프가 돌연 이란 압박에 사활을 거는 배경에는 단순한 기름값 이상의 글로벌 공급망 재앙이 도사리고 있다.
5060 세대가 겪었던 과거의 경제 위기만큼이나 서늘한 현재의 긴박한 상황을 분석했다.

트럼프가 가장 겁내는 건 원유가 아니라 반도체 공정의 필수 소재인 헬륨이다.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면 세계 헬륨 공급의 30%를 차지하는 카타르의 수출길이 끊긴다.
헬륨 없이는 첨단 반도체 생산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반도체 패권을 강조해온 트럼프에게 호르무즈 봉쇄는 곧 미국의 산업 심장을 멈추게 하는 치명적인 위협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식량 생산에 필수적인 비료 및 석유화학 제품의 핵심 통로다.
해협 봉쇄가 장기화되면 비료 수급 불균형으로 인해 전 세계 농업 생산성이 급락하고, 이는 곧 밥상 물가 폭등으로 이어진다.
IMF가 경고한 성장 둔화와 인플레이션의 현실판이 트럼프의 눈앞에 닥친 셈이다.

미국은 그동안 항행의 자유를 수호하며 전 세계 자유무역 질서를 주도해왔다.
그런데 이란의 봉쇄 이후 프랑스나 일본 등 동맹국들이 미국을 통하지 않고 이란과 각자도생식 협상을 벌이기 시작했다.
이는 미국의 통제권 상실을 의미하며, 장기적으로 미국 중심의 세계 질서가 재편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트럼프를 움직이게 했다.

워싱턴포스트(WP) 등 주요 외신은 트럼프의 입장 변화를 최종 거래를 위한 압박 수단으로 보고 있다.
처음엔 무관심한 척하며 이란의 패를 읽고, 결정적인 순간에 공급망 위기를 명분으로 강력한 압박을 가해 협상 테이블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트럼프 특유의 거래의 기술이 작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과거 IMF 외환위기를 겪었던 5060 세대에게 공급망 마비는 단순한 뉴스가 아니다.
물가 폭등과 경기 침체가 동시에 오는 스태그플레이션의 전조이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강공 전환은 단순히 미국의 이익을 넘어, 전 세계 경제가 다시 한번 거대한 침체의 늪으로 빠져드는 것을 막으려는 절박한 마지막 카드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