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손’ 빅테크가 직접 주문…”전력기기 내년에도 고성장”

국내 전력기기 업체들이 빅테크의 직접 발주 확대와 미국 생산능력 확충에 힘입어 내년에도 높은 이익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운영에 필요한 전력을 확보하려는 빅테크가 장비 조달에도 나서면서 국내 업체들의 고객층과 공급 품목이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7일 손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빅테크는 전력을 공급받는 수요자에서 전력 확보의 당사자로 이동하고 있다”며 “전력을 제때 확보하는 능력이 데이터센터의 가동 일정을 결정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유안타증권은 분석 대상인 LS일렉트릭·효성중공업·HD현대일렉트릭·산일전기·일진전기·대한전선 등 6개사의 내년 합산 영업이익을 5조4628억원으로 추정했다. 올해보다 44.6% 증가한 규모다. 올해 영업이익 증가율을 43.8%로 예상한 데 이어 내년에도 비슷한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봤다.
기존 전력회사들의 송전망 투자에 빅테크의 전력설비 직접 조달이 더해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빅테크는 데이터센터를 제때 가동하기 위해 전력망 증설 비용을 부담하고 현장 발전설비와 장비 확보에도 나서고 있다.
국내 업체들의 수주에서도 이런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손 연구원은 “배전반과 버스덕트에서 형성된 공급 관계가 초고압 변압기로 넓어지고 있으며, 현장 발전설비를 공급하는 솔루션사를 통한 주문도 이어지고 있다”며 “국내 업체의 AI 데이터센터 사업은 전력수요 증가에 따른 간접 수혜를 넘어 고객과 계약, 공급 제품을 구체적으로 제시할 수 있는 단계로 들어섰다”고 진단했다.
실제 효성중공업은 지난달 미국 빅테크 두 곳으로부터 총 3865억원 규모의 초고압 변압기를 직접 수주했다. HD현대일렉트릭은 빅테크와 최대 1조1212억원 규모의 장기 기본계약을 맺었다. 전력기기와 배전기기를 함께 공급하는 계약으로 향후 개별 발주와 납품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신규 주문도 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대한전선을 제외한 전력기기 5개사의 합산 신규수주는 16조874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4.7% 증가했다. 내년에는 미국 공장 증설로 기존에 확보한 고수익 수주 물량의 출하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업종 최선호주로는 LS일렉트릭과 효성중공업을 제시했다. LS일렉트릭은 데이터센터 배전 수주가 빠르게 실적으로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효성중공업은 미국 생산 확대와 고수익 물량 출하에 빅테크 직접 발주가 더해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손 연구원은 “기존 고수익 수주잔고의 출하와 증설 효과가 실적을 뒷받침하고, 빅테크와 발전 솔루션사의 주문이 이후의 성장 기반을 넓힌다”며 “새로운 고객과의 거래가 후속 발주로 이어질수록 증설 이후에도 성장할 근거가 강화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