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만에 발행어음 재등판하는 메리츠, 종금 시절과 달라진 셈법

메리츠증권이 6년여 만에 발행어음 시장에 다시 들어온다. 2020년 종합금융업 면허 만료로 발행어음 사업을 중단한 뒤 이번에는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의 단기금융업으로 새 출발한다.
이름은 같은 발행어음이지만 과거와 사업 기반은 달라졌다. 당시에는 종금업 면허를 활용했다. 이번에는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종투사에 허용되는 단기금융업 인가를 기반으로 한다. 그 사이 메리츠증권의 자기자본은 두 배 이상 늘었고 신용등급도 한 단계 높아졌다. 반면 발행어음 자금의 부동산 운용 한도는 낮아졌고 모험자본 공급 의무도 새로 생겼다.
종금 면허 끝나며 멈춘 발행어음…이번엔 종투사로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은 오는 26일 전후 첫 발행어음 상품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금리 수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다만 후발주자로 시장에 진입하는 만큼 삼성증권이 최근 내놓은 발행어음 상품과 비슷한 수준에서 금리를 결정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삼성증권은 최근 신규 고객 등을 대상으로 한 단기 특판 상품에 연 5.5%의 금리를 제시한 바 있다.
출시를 앞두고 내부 역할도 구체화했다. 이경수 리테일부문장은 발행어음 리테일 판매 관련 정책 수립과 사후관리를 맡고, 김민 자본시장본부장은 발행어음 판매 관련 업무를 담당한다. 연인배 발행어음운용담당은 관련 자산 운용을 맡고, 명재열 경영지원실장은 모험자본 공급 관련 정책을 담당한다.
메리츠가 발행어음을 취급하는 것은 2020년 종금업 면허 만료 이후 약 6년 만이다. 메리츠증권은 2010년 메리츠증권과 메리츠종금의 합병 이후 종금업 면허를 활용해 발행어음과 종금형 CMA를 취급한 바 있다. 당시 메리츠 발행어음은 만기를 정해 가입하는 확정금리형 상품으로 1년 만기 기준 연 4.0% 금리를 제공했다. 1인당 5000만원까지 예금자보호도 적용됐다.
메리츠가 종금업을 기반으로 발행어음을 취급한 것은 2020년까지다. 메리츠종금증권의 종금업 면허가 같은 해 4월 만료되면서 관련 업무를 이어갈 수 없게 됐다. 회사도 사명에서 ‘종금’을 떼고 메리츠증권으로 변경했다.
종금업 면허는 끝났지만 발행어음 사업 재진입 계획은 남아 있었다. 당시 메리츠증권은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요건을 갖춰 초대형 투자은행(IB) 발행어음 사업에 다시 진출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실제 재진입까지는 6년 넘게 걸렸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3일 메리츠증권을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종투사로 지정하고 단기금융업을 인가했다. 이에 따라 발행어음 업무가 가능한 종투사는 9곳으로 늘었다.두 배로 커진 체급…의무도 늘었다
6년 사이 메리츠증권의 자본 규모는 크게 커졌다. 발행어음 사업 중단 직전인 2019년 말 3조9843억원이었던 별도 기준 자기자본은 올해 6월 말 8조3495억원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발행어음은 자기자본의 200%까지 발행할 수 있다. 현재 자기자본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메리츠증권의 최대 발행 여력은 약 16조7000억원이다.
기존 조달 규모와 비교해도 적지 않다. 메리츠증권의 올해 상반기 자금조달 평균잔액은 107조618억원이다. 이 가운데 RP매도는 20조2088억원, 사채는 17조5008억원, 차입금은 11조6878억원이었다. 최대 발행어음 한도만 놓고 보면 상반기 사채 조달 평균잔액과 비슷한 규모다.
신용도도 이전보다 높아졌다. NICE신용평가는 지난 6월 메리츠증권의 장기신용등급을 ‘AA-·긍정적’에서 ‘AA·안정적’으로 상향했다. IB 부문의 이익창출력과 사업다각화 수준 개선 전망이 반영됐다.
자본과 신용도가 높아진 반면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자금을 운용하는 규칙은 이전보다 구체화됐다.
종투사는 발행어음 운용자산의 50% 이상을 기업금융 관련 자산으로 운용해야 한다. 올해부터 부동산 관련 자산 한도가 기존 30%에서 15%로 낮아졌고, 내년에는 10%까지 축소된다. 과거 메리츠가 강점을 보여온 부동산금융에 발행어음 조달 여력을 집중하기는 어려운 구조인 셈이다.
대신 모험자본 공급 의무가 새로 적용된다. 종투사는 전체 운용자산에서 발행어음과 종합투자계좌(IMA) 조달액의 10%에 해당하는 규모를 국내 모험자본으로 공급해야 한다. 의무비율은 내년 20%, 2028년 25%로 높아진다.
기존 종투사들은 올해 기준을 이미 웃돌고 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존 7개 종투사의 모험자본 공급비율은 평균 19.5%로 올해 의무비율인 10%를 웃돌았다. 메리츠증권 역시 발행어음 조달 규모가 늘어날수록 이에 맞춰 모험자본 공급 규모를 확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