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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리다임 IPO 철회로 끝났지만…중복상장 규제가 남긴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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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가 미국 계열사 솔리다임의 미국증시 상장 검토를 중단했지만, 이 과정에서 중복상장 규제의 실효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정부가 솔리다임의 해외 상장을 중복상장으로 규정했지만 실제로 이를 제지할 수단이 마땅치 않고, 법리적 해석도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모회사 이사회의 의무 위반에 대한 제재 수위가 낮고, 미국 중간지주회사를 거친 솔리다임이 국내 증권신고서 제출 대상에 해당하는지도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중복상장 규제가 기업의 자금조달과 경영 자율성을 과도하게 제약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SK하이닉스는 23일 솔리다임의 미국증시 상장 검토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과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연이어 솔리다임이 중복상장 가이드라인 적용 대상이라고 밝힌 이후의 일이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난 22일 국정감사에서 솔리다임은 수직적 지배구조 아래에 있는 계열사여서 상장을 결정한다면 SK스퀘어와 SK하이닉스 이사회는 주주 충실 의무에 기반한 5대 의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점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 위원장은 “모회사 이사회가 수행해야 하는 주주 충실 의무 기반의 5대 의무는 굉장히 큰 의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솔리다임이 미국증시 상장을 강행하고 SK스퀘어와 SK하이닉스가 5대 의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고 가정할 경우, 한국거래소에서 SK스퀘어와 SK하이닉스에 내릴 수 있는 조치는 최대 10억원의 제재금 및 매매거래정지 1일뿐이다.

물론 SK스퀘어와 SK하이닉스가 솔리다임 중복상장 문제로 제재금을 물고 하루 매매거래정지를 받는다면 회사 평판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가능성을 무릅쓰고서라도 솔리다임이 해외 상장을 강행한다면 효과적 규제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 거론된다.

앞서 금융위는 7월6일 중복상장 가이드라인 브리핑에서 “국내 상장사의 자회사가 해외증시에 중복상장할 때도 금융위에서 증권신고서를 수리해야 기업공개(IPO)를 진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솔리다임의 경우 증권신고서 수리 대상으로 볼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

현행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 제2-2조의2 제1항 제2호에 따르면, 최근 사업연도 말 기준으로 발행주식 총수의 20% 이상을 국내 거주자(국내에 주소나 거소를 둔 개인 혹은 국내에 주된 사무소가 있는 법인) A가 보유한 외국법인 B가 해외에서 증권을 발행할 때, 해당 증권의 발행 당시 또는 1년 안에 국내 거주자가 그 증권을 취득할 수 있는 조건으로 발행했다면 B는 금융위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그런데 솔리다임은 미국 회사인 AI컴퍼니가 지분 100%를 보유한 곳이다. 비록 SK스퀘어와 SK하이닉스의 수직적 지배구조 아래 있다고 해도 솔리다임의 모회사는 국내 거주자 혹은 국내법인이 아니다. 중복상장 대상인 해외 자회사라 해도, 다른 해외 자회사가 지배구조 중간에 있으면 유권해석이 애매해지는 사각지대가 드러난 셈이다.

금융당국은 이와 관련해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못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9일 국정감사에서 솔리다임의 증권신고서 제출 대상 여부에 대해 “금융위의 유권해석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22일 이억원 금융위원장도 같은 질문을 받자 “아직 공식적 상장 발표가 있는 건 아니다”고 즉답을 피했다. 

한편 SK하이닉스가 솔리다임 미국 상장을 스스로 접는 과정에서 정부의 자본시장 정책을 둘러싼 갑론을박도 더 커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미국증시 변동성도 커진 상황에서 ‘제값 받기’가 쉽지 않다는 이유로 솔리다임 상장 검토를 중단했다는 입장이다.

다만 SK하이닉스의 이런 결정은 이찬진 금감원장과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국정감사 현장에서 솔리다임의 중복상장을 언급한 뒤에 내려졌다. 이 때문에 정부 당국의 판단이 기업의 자금조달 정책에 영향을 미친 사례라는 시선도 나올 수밖에 없다.

결국 솔리다임 사례는 해외 중복상장에 대한 규제의 실효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기업의 자금조달 자율성도 보장해야 하는 과제를 남겼다는 평가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중복상장 규제의 취지는 모회사 주주의 이익 보호이지만 규제가 지나치게 획일적이면 기업 자금 조달과 글로벌 사업 확장을 제약할 수 있다”며 “기업의 자율성을 존중하면서 주주 보호를 실질화하는 균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 전문가도 “규제 강화만으로 주가가 오르고 시장 경쟁력이 높아지는 것이 아니다”며 “자본시장 장기 경쟁력을 높이는 요인은 단순한 획일적 금지가 아니라 정책의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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