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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포테이토 지수 73%] 아쉽게 휘발된 강태풍의 분투 ‘태풍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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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준호(위)와 김민하(아래)는 ‘태풍상사’에서 부도 위기의 회사를 살리려고 고군분투하는 청춘의 도전을 그렸다. 사진제공=tvN 

시작과 끝이 너무나 달랐다. 1990년대 후반 유동성 위기로 IMF(국제통화기금) 체제에 들어선 국가 부도의 상황에서 아버지도, 집도 잃은 청년 강태풍의 고군분투는 회를 거듭할수록 절박함은 사라지고 무모한 공격과 황당한 반격으로 흘렀다. 아버지의 세대가 저물고 아들의 시대가 열렸음을 알리면서 출발한 드라마의 결연한 선언이 무색한 결말이 남긴 뒷맛이 씁쓸하다.  

1997년 IMF 외환 위기를 배경으로 청년 사장 강태풍(이준호)의 성장기를 내세운 tvN 토일드라마 ‘태풍상사’가 지난달 30일 막을 내렸다. 패기 넘치는 초심은 흐려지고, 결국 아버지가 남긴 차용증으로 최악의 위기를 모면하는 ‘아들 강태풍’이 남았다. 스스로 힘으로 우뚝 서는 상사맨 강태풍의 도전과 용기, 그 성장의 서사를 내내 기다린 시청자들도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마지막 회에서 ‘태풍상사’는 평소 분량보다 약 10분을 더 늘린 1시간26분으로  방송했고, 덕분에 가까스로 시청률도 두 자릿수에 첫 진입해 10.3%(닐슨코리아·전국 기준)를 기록했다. 하지만 힘겨웠던 1990년대를 이겨낸 사람들의 ‘피 땀 눈물’을 그리려는 기획 의도는 무모한 공격과 황당한 방어전으로 반복되는 데 그쳤다. 

● 위기와 갈등, 같은 방식으로 반복 

강태풍은 무역회사 사장인 아버지의 보살핌 아래 남부러울 것 없이 자란 20대 청년. 이탈리아의 고가 명품을 빼입고 서울 압구정동을 누볐지만, 경제 위기에 아버지가 운영하던 회사가 휘청대고 그 여파로 아버지마저 큰 빚을 남기고 눈을 감으면서 거친 세상에 혼자 서게 된다. 하지만 특유의 긍정의 의지와 패기로 똘똘 뭉친 강태풍은 도산 위기인 회사를 지켜내고 아버지가 남긴 ‘상사맨’의 가치를 이어가려고 고군분투한다. 깨지고 찢기고 모함을 당하면서 위기를 겪지만 매번 극적인 반전으로 상황을 모면하는 기지도 지녔다.

앞 세대의 정신을 이어받아 새로운 시대를 여는 청년의 이야기로 출발한 ‘태풍상사’는 초반까지 위기에 처한 강태풍이 어렵게 확보한 이탈리아 수입 원단을 지켜내고, 부산에서 목숨을 걸고 안전화를 구매해 수출을 시도하는 힘찬 도전의 이야기로 시선을 붙잡았다. 하지만 중반부터 소재와 캐릭터 간 갈등 및 관계의 긴장감이 급격하게 하락했고, 줄곧 상승세를 보인 시청률도 정체됐다. 위기와 갈등, 해결의 구조가 마치 ‘공식’처럼 반복된 탓이다. 

특히 헬멧 수출의 활로를 찾으려고 태국 방콕을 찾은 강태풍과 오미선(김민하), 고마진(이창훈)이 엉뚱하게 뇌물 사건에 휘말려 구치소에 갇히는 이야기부터 방향을 잃기 시작했다. 상사맨이 되고 싶다고 거듭 토로하는 오미선과 강태풍의 고민과 갈등, 성장을 내세운 드라마의 핵심 설계는 희미해지고, 동료와 연인 사이를 오락가락하는 주인공들의 러브 스토리, 전략 없는 빌런 표현준(무진성)의 무모한 공격이 반복되면서 긴장감은 사라졌다.

무모한 표현준(왼쪽)은 이야기가 전개되는 내내 강태풍(오른쪽)을 공격하는 데 혈안인 인물. 결국 아버지를 폭행하는 만행까지 저지르고 파국을 맞는다. 사진제공=tvN

● ‘금쪽이’ 표현준…아쉬운 안타고니스트 활용 

악당 혹은 안타고니스트 활용 방식도 아쉽다. 강태풍에 지독한 라이벌 의식을 가진 표현준은 아버지인 표상선의 대표 표박호 사장(김상호)만 믿고 사사건건 태풍상사가 벌이는 일들을 방해한다. 드라마 진행되는 16부작 내내 강태풍이 벌이는 각종 상품 확보와 수출 등 프로젝트마다 어김없이 나타나 무모한 방해공작을 벌이고, 수습하기 어려운 상황을 자초한 뒤 매번 아버지에 의지한다. 자립하는 강태풍과 대비되는 캐릭터라고 해도, 두 인물 간 균형 감각은 느슨하다.

이런 탓에 시청자들 사이에서 ‘태풍상사 금쪽이’라는 눈총도 받았다. 급기야 후반부에는 아버지를 잔인하게 폭행하고 외딴 컨테이너에 유기하는 등 만행을 저지르는 존속 폭행까지 저지르는 무리수까지 벌였다. 제작진이 표현준이라는 안타고니스트에 얼마나 공을 들였을까,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태풍상사’는 1, 2회를 책임진 강진영 사장(성동일)이 회사를 함께 일군 직원들을 ‘가족’으로 칭하면서 어떻게든 어려움을 뚫고 나아가려는 의지를 다뤄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아버지로부터 꽃을 피우는 법을 배운 강태풍은 그 유산을 이어받아 스스로 일어나려 하고, 시련에 굴복하지 않고 긍정의 패기로 나아간다. 팍팍한 현실을 잠시나마 잊게 하는 강태풍의 긍정의 분투가 그대로 시청자들에게 전달됐지만, 안타깝게도 그 완성도는 끝까지 지켜지지 않았다.

극 중 태풍상사의 을지로 사무실(위)과 오미선 가족의 집(아래). 사진제공=tvN

극의 주요 배경인 1997년과 1998년의의 시대상을 표현한 부분에도 반응은 분분했다. 

제작진은 태풍상사가 위치한 1990년대 을지로의 풍경을 그럴듯하게 재현하고 동시에 PC통신, 백화점 엘리베이터 안내원, 동대문 패션 타운 등으로 시대 풍경을 묘사했다. 하지만 밀레니엄이 임박한 1990년대 후반에 대한 세밀한 묘사는 오히려 실제 그 시대를 경험한 4050세대 시청자들로부터 엇갈린 평가를 받았다. 저마다 지나온 1997년을 떠올리면서 각자 경험에 빗대 드라마가 내세운 세트와 소품 등 미술을 평가했고, 일부 날카로운 시청자들은 ‘1997년이 아닌 1980년대를 떠오르게 한다’고 지적하는 등 의견이 분분하게 이어졌다.  

다만 ‘태풍상사’는 드라마의 소재를 확장했다는 점에서는 신선한 기획으로 평가받는다. 그동안 1997년 외환 위기는 드라마의 일부분으로만 다뤄지거나, 김혜수 주연의 ‘국가 부도의 날’ 등에서 집중도가 필요한 영화에서 주로 집중한 소재였다. 이번 ‘태풍상사’를 통해 그 시절 겪은 힘겨운 시간과 이를 극복한 평범한 소시민들의 생존 의지에 따스한 시선을 맞추면서 1990년대 시대극과 패기 넘치는 청춘의 도전기를 접목한 시도로 의미를 갖는다. 

어수선하게 이야기가 진행되는 과정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는 이준호의 진가도 빛났다. 김민하 역시 가족 생계를 책임지면서도 꿈을 포기하지 않는 의지의 인물 오미선을 힘 있게 표현하면서 연기력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다만 중반부터 시작된 두 사람의 러브스토리가 동료와 연인 사이를 오락가락하면서 감정이 이어지지 않았고, 이로 인해 시청자들이 둘의 로맨스에 깊이 몰입할 수 없는 상황은 ‘태풍상사’의 또 다른 아쉬움으로 남는다.

‘태풍상사’의 한 장면. 사진제공=tvN

연출: 이나정 / 극본: 장현 / 출연: 이준호, 김민하, 김민석, 권한솔, 무진성, 김재화, 이창훈, 이상진, 김상호 외 / 장르: 시대극, 드라마 / 공개일: 10월11일 / 시청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 회차: 16부작 / 방송사: tvN 

[맥스무비 리뷰는 ‘포테이토 지수’로 이뤄집니다. 나만 보기 아까워 추천하고 싶은 작품은 반짝반짝 잘 익은 BEST potato(100~80%), 탁월하지 않아도 무난한 작품은 NORMAL potato(79~50%), 아쉬운 작품은 WORST potato(49~1%)로 나눠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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