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추얼 아이돌 비그릿츠, ‘달빛상회’ 오픈…8월 중순 첫 라이브

국내 버추얼 아이돌 데뷔 공식이 바뀌고 있다. 음원이나 무대 영상을 먼저 내놓기보다, 세계관과 캐릭터 서사를 선공개해 팬덤을 확보한 뒤 음악을 얹는 방식이 자리 잡는 추세다. 올해 8월 론칭을 예고한 신인 그룹 비그릿츠(BEGRITZ) 역시 데뷔 전 단계에서 자체 콘텐츠 공간부터 열었다.
엔터테크 기업 디네이블(DNABLE)은 28일 비그릿츠의 공식 홈페이지와 로고 모션, 세계관 콘텐츠를 순차 공개하며 데뷔 프로젝트에 본격 착수했다고 밝혔다. 단발성 티저 대신 세계관을 축으로 팬과 주고받는 콘텐츠를 전면에 내세운 구성이다.
가장 먼저 나온 로고 모션은 ‘시공간을 모험하는 도깨비’라는 팀의 핵심 설정을 압축했다. 우주 탄생을 상징하는 장면에서 출발해 인류 문명의 주요 순간을 지나 비그릿츠 심볼 로고에 도달하는 흐름으로,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콘셉트를 시각화했다.
뒤이어 공개된 세계관 스토리 필름에서는 멤버들의 목소리가 처음 공개됐다. 현실과 환상 사이에 놓인 공간 ‘아스라이’가 배경으로 등장하며, 영상에는 “누군가 꿈꾸면 새로운 모험이 시작되었으며 누군가 노래하면 하나의 전설이 되었다”, “오늘 ‘달빛상회’의 문이 열린다. 그리고 이곳에서 그들의 이야기가 다시 시작된다”는 메시지가 담겼다. 2편은 달빛상회에 놓인 오래된 물건에 깃들어 있던 도깨비 비그릿츠가 깨어나는 장면으로 이어진다.
영상 속 공간명을 그대로 가져온 공식 홈페이지 ‘달빛상회’는 세계관 체험과 팬 소통을 겸하는 창구로 운영된다. 팬은 공개된 콘텐츠를 관람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세계관 안에서 비그릿츠와 함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형태로 참여할 수 있으며, 라이브 방송을 비롯한 소통형 콘텐츠도 이곳을 통해 공개된다.
제작진 구성은 앞서 지난 14일 발표됐다. 프로듀서 알티(R.Tee)가 데뷔 음반 제작과 음악적 방향 설정, 녹음까지 음악 프로듀싱 전 과정을 총괄하고, 블락비 태일이 A&R 및 보컬 디렉터를 맡는다. 알티는 블랙핑크, 빅뱅, 에스파 윈터의 곡 작업에 참여해 온 프로듀서다. 5인조로 구성된 비그릿츠는 오래된 물건에 깃든 영혼이 현실로 나와 활동한다는 서사를 축으로 하며, 디네이블은 실시간 CG 파이프라인과 AI, 퍼포먼스 캡처 기술을 결합한 플랫폼을 활용해 라이브 방송과 공연, 팬 이벤트를 전개한다는 계획이다. 이겨라 디네이블 대표는 “비그릿츠는 음악과 기술을 결합한 버추얼 엔터테인먼트를 지향한다”라며 “알티 프로듀서, 태일과 협력해 음악성과 스토리를 갖춘 콘텐츠를 선보이고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겠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행보는 시장 확대 국면과 맞물린다. 글로벌 버추얼 아이돌 시장 규모는 2025년 약 15억 달러(약 2조1000억원)에서 2026년 20억 달러(약 2조8000억원)를 넘어설 것으로 추산되며,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전체의 47%를 차지한다(Business Research Insights, 2025). 국내에서는 플레이브(PLAVE)를 제작한 블래스트(VLAST)의 매출이 데뷔 2년 만에 7억원에서 454억원으로 늘며(2024년 기준) 수익 모델이 입증됐고, 본지가 지난 5월 보도한 스튜디오미르 자회사 두리엔터테인먼트의 버추얼 보이그룹 비던(B:DAWN) 론칭 사례처럼 제작사 진입이 이어지고 있다.
주목할 지점은 진입 주체의 성격 변화다. 초기 시장이 VFX·테크 기업 주도로 형성됐다면, 비그릿츠는 K팝 히트곡을 다뤄온 프로듀서와 현역 보컬리스트를 제작 라인 전면에 배치했다. 캐릭터 완성도보다 음악 경쟁력을 앞세운 구도로, 기술 기업과 엔터테인먼트 인력이 결합하는 방식이 하나의 표준으로 굳어지는 흐름이다.
비그릿츠는 8월 중순 첫 라이브 방송을 시작하며 달빛상회를 통해 콘텐츠를 순차 공개한다. 데뷔 전 쌓아 올린 세계관을 실시간 소통 콘텐츠로 얼마나 꾸준히 이어가느냐가 팀의 초기 팬덤 규모를 가르는 변수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