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메뉴 바로가기 (상단) 본문 컨텐츠 바로가기

美 오픈AI, 13~17세 전용 챗GPT 공개…연애 표현·정서 의존 차단

톱셀럽(topceleV) 조회수  
내용과 연관된 AI 생성 이미지

국내 아동·청소년의 인공지능(AI) 챗봇 이용은 이미 보편 단계에 들어섰다. 아동복지 전문기관 초록우산이 지난 4월 9일부터 23일까지 만 14세 이상 아동·청소년 3300명을 조사한 결과, 94.4%가 생성형 AI 챗봇을 사용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고 이 가운데 19.3%는 거의 매일 쓴다고 응답했다. 주목할 부분은 이용 빈도보다 관계의 성격이다. 응답자의 49.5%는 “AI가 나를 이해해 준다”고 느낀 적이 있다고 했고, 35%는 AI를 실제 사람처럼 느꼈다고 답했다. 쟁점이 ‘청소년이 AI를 쓰느냐’에서 ‘어떤 안전장치를 두고 쓰게 하느냐’로 옮겨간 배경이다.

미국 오픈AI(OpenAI)가 8월 18일 13~17세를 대상으로 한 별도 이용 환경 ‘챗GPT 포 틴즈(ChatGPT for Teens)’를 공개했다. 무료와 개인 유료 요금제의 적격 청소년 계정을 대상으로 전 세계에 순차 적용되며, 호주는 9월 8일 전면 제공될 예정이다. 별도 앱을 내려받는 방식이 아니라 기존 챗GPT 안에서 자동으로 전환되는 구조다. 전환 조건은 두 가지다. 계정에 기재된 나이가 13~17세이거나, 오픈AI의 나이 예측(age prediction) 시스템이 해당 이용자를 18세 미만으로 추정하는 경우다. 판단이 어려울 때는 더 안전한 쪽을 기본값으로 두며, 성인이 잘못 분류되면 신원 확인 절차를 거쳐 해제할 수 있다.

보호 장치의 중심에는 오픈AI가 개정한 18세 미만 모델 사양(Under-18 Model Spec)이 있다. 자해, 폭력, 섭식장애, 위험 행위, 노골적인 성적·자극적 내용 등 고위험 영역에 연령에 맞춘 제한이 걸린다. 성적·연애 역할극 차단을 넘어 챗GPT가 청소년에게 애정 어린 표현을 쓰거나 정서적 의존을 부추기지 않도록, 또 스스로 감정이나 의식이 있는 것처럼 암시하지 않도록 규정했다. 계정을 연동한 보호자는 사용 제한 시간대인 콰이어트 아워(Quiet Hours)를 설정하고 일부 기능을 관리할 수 있으며, 제한적인 고위험 상황에서 알림을 받는다. 알림 대상에는 섭식장애 관련 항목이 새로 포함됐다. 다만 부모가 자녀의 대화 내용을 열람하는 기능은 제공되지 않는다.

학습 기능은 이번 개편의 다른 축이다. 단계별 질문으로 풀이 과정을 유도하는 스터디 모드(Study Mode)를 기본 동선으로 삼고, 과제를 건너뛰려는 정황이 보이면 스터디 모드로 유도하는 ‘책임 있는 숙제 알림’을 새로 넣었다. 청소년이나 보호자가 지정한 시간대에 새 대화가 스터디 모드로 시작되는 스터디 아워(Study Hours), 이해도를 점검하는 퀴즈와 학습 시각화도 함께 묶였다. 여기에 장시간 이용 시 휴식을 권하는 알림, 대화 상대가 AI라는 사실을 반복 고지하는 표시, 민감하거나 사적인 이미지를 올리기 전 뜨는 주의 문구, 청소년 전용 온보딩 화면이 추가됐다. 오픈AI는 교육 단체 코드AI(CodeAI)와 파트너십도 함께 발표했다. 카림 메그지(Karim Meghji) 코드AI 최고경영자는 “모든 학생은 AI가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아야 하고, 기술에 질문을 던지고 오류를 잡아내며 언제 신뢰를 멈춰야 하는지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오픈AI는 주간 단위로 챗GPT를 쓰는 청소년의 약 90%가 학습과 정보 탐색, 기술 습득, 생산성 목적으로 이용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치가 국내에 그대로 적용되기까지는 간극이 있다. 정서 교감형 서비스에 대한 체류가 학습형보다 훨씬 길다는 점이 국내 데이터에서 확인되기 때문이다. 와이즈앱·리테일 집계에 따르면 지난 2월 국내 AI 챗봇 앱 총 사용시간 1위는 스캐터랩의 AI 캐릭터 대화 서비스 제타로 1억1341만 시간을 기록해, 5047만 시간에 그친 챗GPT의 두 배를 웃돌았다. 제타 이용자의 약 87%는 10·20대다. 이용자 수에서는 챗GPT가 2293만 명으로 압도적이지만, 실제 몰입 시간은 캐릭터형 서비스가 가져가는 구조다. 오픈AI가 손본 영역이 바로 이 정서 교감 부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에서 체감되는 위험의 상당 부분은 이번 개편 범위 밖에 남는다.

법·제도의 공백도 남아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 7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정보통신망법과 청소년보호법이 게시물·매체물 접근 제한을 전제로 설계돼, 이용자별로 실시간 생성되는 폐쇄적 일대일 대화에는 대응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보호 연령 기준도 개인정보보호법이 14세 미만, 청소년보호법이 19세 미만으로 갈려 14~18세가 사각지대에 놓인다는 분석이다. 반면 해외는 사업자 의무를 명문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였다. 미국 뉴욕주는 지난해 11월 5일부터 AI 컴패니언 모델법을 시행 중이고, 캘리포니아주의 컴패니언 챗봇 규제법(SB243)은 올해 1월 1일 발효돼 챗봇이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고지하고 위기 대응 절차를 갖추도록 의무화했다.

브렌트 토머스(Brent Thomas) 오픈AI 호주·뉴질랜드 정책 총괄은 “우리는 청소년이 배우고 만들고 탐색하기 위해 AI를 책임 있게 쓰기를 바란다. 그러려면 접근에는 발달 단계에 맞는 보호, 신뢰하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장치, 장기적으로 건강한 사용을 뒷받침하는 설계가 함께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오픈AI는 시스템 카드에 18세 미만 대상 평가 항목을 추가해 민감 주제에서 모델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공개하기 시작했다. 사업자가 연령별 기준을 스스로 문서화하고 성적을 공개하는 방식이 업계 표준으로 굳어질지, 아니면 각국 입법이 그 기준선을 대신 그을지가 다음 국면의 관전 포인트다.

+1
0
+1
0
+1
0
+1
0
+1
0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