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사퇴한다더니 번복” 안양 결국 0-3 참패…강원은 10년 한까지 풀었다
사퇴 의사 밝혔다가 철회한 유병훈 감독…홈에서 강원에 0-3 완패
FC안양의 분위기가 좀처럼 반전되지 않고 있습니다. 최근 성적 부진에 책임을 지고 사퇴 의사를 밝혔다가 이를 철회한 유병훈 감독이 다시 벤치에 앉았지만, 안양은 홈에서 강원FC에 무려 세 골을 내주며 0-3으로 완패했습니다. 더 의외였던 건 이날 강원의 상황도 결코 정상적이지 않았다는 점인데요.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주축 선수 3명이 차출된 데다 센터백들의 부상까지 겹치면서 정경호 감독은 자신이 고집하던 압박축구까지 내려놓아야 했습니다. 그런데 결과는 오히려 강원의 완승이었습니다.
안양은 최근 7경기에서 1승1무5패에 그치며 부진에 빠져 있습니다. 유병훈 감독은 최근 ‘연고 이전 더비’ 대패 등에 책임을 지고 사퇴 의사를 밝혔다가 이를 철회했고, 6일 강원전에도 정상적으로 벤치에서 팀을 지휘했는데요. 분위기를 바꿔야 할 중요한 홈경기였지만 안양은 또다시 무득점에 그치면서 승점 34, 리그 8위에 머물렀습니다.
주전 3명 빠지고 센터백도 없었다…정경호가 꺼낸 뜻밖의 선택
그렇다고 강원의 상황이 좋았던 것도 아닙니다. 이기혁과 신민하, 이승원이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차출됐고 여기에 강투지를 비롯한 주축 센터백들의 부상까지 겹쳤습니다. 정상적인 수비 조합을 짜는 것부터 쉽지 않았는데요. 결국 정경호 감독은 미드필더 서민우를 수비진 중앙으로 내리는 변칙적인 카드를 꺼냈습니다.
그동안 강원이 보여주던 축구에도 변화가 생겼습니다. 정 감독은 선수층이 한정된 상황에서 고강도 압박을 계속하면 체력적인 부담과 부상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판단했고, 결국 자신이 앞세우던 압박축구 대신 수비 라인을 낮추고 상대의 장점을 먼저 차단하는 실리적인 운영을 선택했습니다. 선수들에게 직접 전술 변화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의견을 구했다고도 밝혔는데요.
그리고 이 선택은 예상보다 빠르게 결과로 나타났습니다. 전반 19분 프리킥 상황에서 김동현이 공을 살짝 건드리자 카림이 달려들며 강력한 왼발 슈팅을 때렸고 그대로 안양의 골망을 흔들었습니다. 놀랍게도 이날은 카림의 K리그 데뷔전이었고, 첫 경기에서 곧바로 데뷔골까지 터뜨린 겁니다.
안양도 전반 23분 김운이 한 차례 골망을 흔들었지만 박청효 골키퍼와의 경합 과정에서 파울이 선언돼 득점은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후반 시작과 동시에 선수 세 명을 바꾸는 강수까지 뒀지만 오히려 이후 경기는 강원 쪽으로 더욱 기울기 시작했습니다.
10분 만에 두 골 더…그리고 ‘10년 징크스’까지 사라졌다
후반 10분 모재현이 왼쪽에서 올려준 크로스를 김건희가 머리로 받아 넣었습니다. 김건희에게는 올 시즌 첫 골이었는데요. 그리고 불과 4분 뒤 안양 수비진의 동선이 겹치면서 공이 뒤로 빠졌고, 이를 놓치지 않은 모재현이 골키퍼와 일대일 상황에서 침착하게 마무리했습니다.
후반 10분 2-0, 후반 14분 3-0.
팽팽했던 경기가 불과 몇 분 만에 완전히 기울었습니다.
더 의미가 컸던 건 이날 승리가 단순한 승점 3 이상이었다는 점입니다. 강원은 지난 2016년 9월 안양을 3-0으로 꺾은 이후 안양을 상대로 5경기 동안 단 한 번도 승리하지 못했습니다. 성적은 2무3패. 약 10년 동안 이어진 지독한 안양전 무승 징크스였습니다.
공교롭게도 10년 전 마지막 승리의 스코어도 3-0이었고, 이번에도 똑같은 세 골 차 승리로 악연을 끝냈습니다. 정경호 감독 역시 경기 후 안양을 한 번도 이기지 못했기 때문에 이날만큼은 꼭 승리하고 싶었다는 속내를 드러냈습니다.
“오늘은 너무 특별한 날”…그런데 강원은 벌써 2위가 보인다
정경호 감독에게도 이날 승리는 특별했습니다. 주축 센터백들의 부상과 대표팀 차출 때문에 기존 전술까지 수정해야 했고, 선수들과 끊임없이 의견을 주고받으며 경기 플랜을 만들었다고 밝혔는데요. 선수들에게 “모든 선수가 감독이라는 생각으로 임하자”는 메시지를 전달했고, 경기 후에는 선수들이 전술 변화를 완벽하게 수행해줬다며 공을 돌렸습니다.
그리고 순위표에도 꽤 큰 변화가 생겼습니다. 강원은 이날 승리로 승점 40을 확보하면서 리그 4위까지 뛰어올랐습니다. 더 눈에 띄는 건 2위 전북 현대가 승점 42라는 점입니다. 어느새 격차가 단 2점까지 좁혀졌습니다.
물론 정 감독은 당장 높은 곳만 바라보지는 않았습니다. 단독 선두 FC서울이 우승 경쟁에서 크게 앞서 있다고 평가하면서 강원의 가장 현실적인 목표는 ACL도 아닌 파이널A 진입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9월 일정을 어떻게 넘기느냐가 시즌 전체를 좌우할 수 있다고 봤는데요. 당장 다음 상대부터 승점 42로 2위에 올라 있는 전북입니다.
결국 강원은 가장 어려울 것 같았던 경기에서 오히려 가장 깔끔한 결과를 만들었습니다. 주전 3명이 대표팀으로 빠졌고 센터백 부상까지 겹치자 정경호 감독은 자신의 압박축구까지 내려놓았습니다. 그 선택은 3-0 대승, 10년 안양 징크스 탈출, 리그 4위 도약으로 돌아왔습니다.
반대로 사퇴 의사를 밝혔다가 다시 팀에 남은 유병훈 감독의 안양은 홈에서 또다시 반등에 실패했습니다. 최근 7경기 1승에 그친 가운데 순위도 8위에 머물렀습니다.
한쪽은 감독이 전술을 바꾼 뒤 10년 묵은 징크스를 깨뜨렸고, 다른 한쪽은 감독이 사퇴 의사를 번복한 뒤 치른 경기에서 0-3으로 무너졌습니다. 두 팀의 분위기가 극명하게 엇갈린 밤이었습니다.
#강원FC #FC안양 #정경호 #유병훈 #K리그 #K리그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