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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불안을 지나, 조금 더 단단하게… 한소희의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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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한소희가 영화 ‘인턴’으로 관객 앞에 선다.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배우 한소희가 영화 ‘인턴’으로 관객 앞에 선다.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배우 한소희가 젊은 CEO로 돌아왔다. 치열하게 앞만 보고 달려온 인물의 불안과 고민을 품고, 최민식과 세대를 뛰어넘는 특별한 케미스트리를 완성한다. 좋아했던 원작의 리메이크에 적극적으로 뛰어든 작품이라는 점에서도 한소희에게 ‘인턴’은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인턴’은 론칭 3년 만에 패션계의 다크호스로 급부상한 CEO 선우(한소희 분)의 회사에 경력 37년 차 실버 인턴 기호(최민식 분)가 입사하면서 시작되는 오피스 라이프를 그린 영화다. ‘82년생 김지영’ ‘만약에 우리’ 등을 연출한 김도영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2015년 개봉한 동명의 할리우드 영화를 한국의 정서와 시대 변화에 맞춰 리메이크했다.

한소희는 극 중 빠르게 회사를 성장시킨 젊은 CEO 선우 역을 맡았다. 3년 만에 회사를 성장시켰지만 일에 몰두한 나머지 자신을 돌보는 데는 서툰 인물로, 실버 인턴 기호를 만나면서 조금씩 변화를 맞는다. 한소희 역시 선우가 느끼는 불안과 압박감에 공감했고, 완벽을 추구하면서도 완벽하지 않은 모습에서 자신과 닮은 지점을 발견했다.

최근 시사위크와 만난 한소희는 ‘인턴’을 선택한 이유부터 선우를 만들어간 과정, 최민식과의 작업과 앞으로 나아가고 싶은 방향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작품에 함께하고 싶어 적극적으로 마음을 표현했다고 들었다. 이유는.

“일단 ‘인턴’ 원작을 너무 재미있게 봤다. 최민식 선배가 먼저 캐스팅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감독님과 미팅을 한 건데, 정말 솔직하게 말하면 ‘내가 평생 살면서 언제 민식 선배님과 단둘이 영화에서 호흡을 맞출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있었다. 감독님도 엄청 소녀 같으시잖나. 그런 점들이 조금 더 섬세하게 디렉팅을 해줄 수 있겠다는 확신도 있었고, 감독님과 나랑 결이 맞는다고 느꼈다.”

-원작과 차별화된 선우를 만들기 위해 어떤 부분을 고민했나.

“문화의 차이일 수 있지만 우리나라에는 존댓말과 반말이 존재하잖나. 어른에게 해야 하는 말이나 단어들이 있고. 반말과 존댓말을 어떻게 잘 섞어야 CEO처럼 보이기도 하고, 또 서툰 모습을 보일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 3년 만에 일궈낸 회사이긴 하지만 그동안 직원들과 어떻게 으쌰으쌰해왔는지 그런 차이를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아무리 시간이 10년, 20년 지나도 회사 구조는 크게 변하지 않잖나. 친근하게 지내는 회사가 생겼다고는 하지만 직급이 있고 나눠야 할 일들이 있다 보니까 그런 것들은 고유의 것으로 지키려고 노력했다.”

젊은 여성 CEO 선우를 연기한 한소희.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젊은 여성 CEO 선우를 연기한 한소희.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그렇다면 달라진 선우의 설정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표현하려 했나.

“각색된 부분은 있지만 단순히 ‘원작과 다르게 해야지’ ‘한국 정서는 이러니까 이렇게 해야지’라고 생각해서 풀어낸 건 아니다. 그냥 선우와 기호의 상황에 맞게 풀어낸 거라서 원작과 다른 느낌을 주려고 했던 부분은 사실 없었다. 대본에만 충실했다. 선우는 자기 주체도 중요하고, 자신의 꿈이나 지나간 인연에 후회하지 않는 캐릭터다. 선우의 성숙된 모습을 더 표현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선우와 실제로 닮은 지점도 있나.

“완벽주의 성향을 가지고 있지만 완벽하지 않은 부분들도 닮아 있고, 사실 선우도 기호라는 인물이 갑자기 나타난 거지, 그전까지는 혼자 고군분투하면서 회사를 이끌어왔잖나. 잘 해내야 한다는 압박감과 ‘잘하고 있나’라는 불안함이 뒤엉키는 건 배우 한소희로서도 매일 하는 생각이다. ‘내가 잘하고 있나, 잘할 수 있을까,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현재, 과거, 미래를 다 걱정하고 있거든. 선우도 그런 캐릭터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 맞닿아 있는 것 같다. 선우뿐만 아니라 모두가 느끼는 감정일 거다. ‘내가 지금 잘하고 있는 건가’ ‘5년 뒤에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우리가 현재를 살아가면서 모두 느끼는 고민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이 너무 빠르게 변화하고 있잖나. 나는 20대 초반에 방황하기도 했는데, 지금 20대 초반 친구들을 보면 자기 주체가 굉장히 강하고 자기가 해야 할 일들을 구체적으로 생각하더라. 달라진 부분도 있지만 결국 느끼는 건 시대를 초월하고 세대를 초월해도 똑같은 부분이 아닌가 생각했다.”

-선우는 회사를 이끄는 여성 CEO다. 여성 리더라는 점에서 특별히 고민한 부분도 있었나.  좋은 리더의 모습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인정할 줄 아는 리더가 좋은 리더라고 생각한다. 내가 부족한 걸 알고 ‘나 이만큼 부족하니까 좀 도와줘. 내가 더 잘해볼게. 너희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잘해볼게’라고 할 수 있는 사람. 이건 나와 팬들의 관계와도 유사한 부분이 있다. 일을 잘 해내는 것도 리더의 역할이지만, 좋은 일을 잘 해낼 수 있게끔 만들어주는 것도 좋은 리더라고 생각한다. 다만 ‘여성 리더’라는 타이틀이 있지만 여자와 남자를 구분 짓지 않았다. 여성이 주체가 되는 캐릭터이기는 하지만 그것만을 위해 따로 준비한 것은 없다.”

-선우가 기호에게 마음을 연 순간은 언제라고 생각했나.

“‘잠이 보약입니다’라고 했을 때. 선우가 잊고 있었던 거잖나. 어쨌든 일을 좇다 보면 본질적인 걸 잊을 때가 많잖나. 잘 먹고, 잘 자고. 그런 걸 잊을 때가 많은데 그 본질적인 걸 한 번 일깨워주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선우에게 과연 ‘잘 자는 게 중요하다’는 말을 누군가 해준 적이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늘 ‘이거 빨리 컨펌해야 해’ ‘이거 빨리 릴리즈해야 해’라는 상황 속에서 ‘잠부터 자’라는 말을 과연 선우에게 해줬던 사람이 있었을까. 그때 딱 선우가 풀리는 기분으로 집에 들어가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이번 작품으로 처음 연기 호흡을 맞춘 한소희(왼쪽)와 최민식.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이번 작품으로 처음 연기 호흡을 맞춘 한소희(왼쪽)와 최민식.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최민식과 함께 작업한 뒤 느낀 점은 무엇인가.

“일단 현장에 늘 두 시간씩 일찍 오신다. 가장 먼저 출근해서 가장 늦게 퇴근하는 선배 중 한 분이었다. 연기도 연기지만 현장을 대하는 자세, 임하는 태도 자체를 보게 됐고 ‘감히 최민식 대선배님도 이렇게 일찍 출근하시고 자기 신이 아님에도 모니터 뒤에 계시는데 내가 이것도 못 따라 하면 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이 사람은 정말 자기가 하는 일에 진심인 사람이구나를 또 느꼈다.

그렇다고 현장에서 막 이래라저래라 하는 성격도 아니고, 엄청 동화돼서 현장을 즐겁게 만들어준다. 연기를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작업도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각자 배우들이 고유의 성격을 작품에 녹여낼 수 있게 만들어내는 것 자체가 너무 크다고 생각한다. 작품이 끝나고 느낀 건 최민식이라는 선배는 넘을 수 없는 큰 산 같은 존재라는 거다. 사실 촬영하면서 자괴감을 느낄 때도 많았다. 연륜과 경력에서 나오는 걸 이길 수 없다는 생각 때문에 한편으로는 죄송하기도 했다. 기회만 된다면 선배님과 또 다른 작품에서 뵙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해졌다.”

-선우의 감정이 크게 드러나는 장면 촬영은 어땠나. 부담감은 없었나.

“잠도 못 자고 밥도 못 먹었다. 일본에서 이뤄지는 장면인데 선배님이 ‘이 신은 소희가 집중해야 한다’면서 세트를 만들어주셨다. 실제 일본 선술집에서 촬영할 수도 있었는데 ‘이건 무조건 주변의 방해를 받지 않고 오로지 둘이 집중해야 하는 신이다’라면서 감독님에게 미리 말씀드려 선술집 세트를 만들어주신 거다. 나도 그날은 혼자 있으려고 했는데 선배님이 유독 장난을 많이 거시는 거다. ‘왜 이러시지, 나한테?’ 싶었다. 그러더니 촬영 때 ‘대표가 내 딸이었으면 이랬을 것 같습니다. 정신 차려’였던 대사의 앞뒤를 바꾸셨다. 선배님은 내가 선우이자 소희로서 있기를 바라셨던 것 같다. 이 신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면 할수록 내 본연의 감정이 안 드러난다고 생각하셨는지 나를 오로지 소희로 있게 해주셨다. 그래서 ‘너는 젊고 유능하고 모든 걸 할 수 있어’라는 대사가 선우로서 받아들여지기도 했지만 한소희로서 들리기도 했다. 그때 정말 잘 집중할 수 있었다. 선배님이 많이 도와주셨다.”

-김도영 감독은 배우 한소희를 두고 ‘그늘과 깡이 있다’고 했고, 최민식은 ‘불안이 배우로서 잘 드러나는 것 같다’고 했다. 두 사람이 바라본 자신의 모습에 공감하나. 그런 면이 실제 연기에도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나.

“나는 늘 작품을 준비할 때 나를 벼랑 끝으로 내모는 스타일이다. 스스로 완벽하지 않고 아직 미완성된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꾸 나를 벼랑 끝으로 몰아넣는 성향이 있다. 그런 부분들이 선배님에게는 불안정한 느낌으로 비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이제는 나도 생각을 바꿨다. 언제까지 그런 성향을 가지고 연기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나라는 사람과 캐릭터의 교집합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기는 하겠지만, 그런 걸 조금 버리고 안정화된 상태에서 뭔가를 이끌어가야 하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봐주신 건 고맙지만 이제 더 발전하고 싶다.”

한소희가 더 단단하게 채워갈 앞날을 예고했다.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한소희가 더 단단하게 채워갈 앞날을 예고했다.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싶나.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는 것에 대해 계속 생각하고 있다. 연기가 예술의 카테고리 안에 있기는 하지만 어느 정도 기술적으로 해야 하는 부분들도 있다 보니까 컨디션 같은 것들을 잘 조절하면서 하고 싶다. 조금 더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는 기회도 많았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내가 가진 색깔이 많아야 하니까 요즘에는 나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한다.

예전에는 주변을 많이 생각했다. ‘다른 사람들이 나를 이렇게 보면 어떡하지’ ‘내가 이렇게 행동하면 이 사람이 싫어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요즘에는 나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많이 갖게 되는 것 같다. 그게 너무 좋다. 또 생각이 많아질 때는 스위치를 끄는 방법도 많이 연구하고 있다. 예전에는 안 먹고 안 자면서 목표 하나만 보고 뛰어들었다. 그것도 나쁜 선택은 아니었지만 조금 더 나를 돌봤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무아지경으로 쫓아가기보다 주위를 둘러봤다면 내가 늘 갖고 싶어 했던 여유라는 게 생기지 않았을까 생각하기도 한다.”

-몸과 마음의 건강과 자신을 돌보는 일을 강조했는데, 실제로 어떻게 관리하고 있나.

“운동을 진짜 많이 한다. 사실 걱정되는 부분도 있는 게 요즘 ‘뼈말라’가 추구미가 되는 게 생겼잖나. 나도 예전에는 마르고만 싶었고 모든 옷이 맞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30대 중반에 다가가다 보니까 결국 중요한 건 건강이라는 생각이 든다. 절대 마른 것만이 예쁜 건 아니다. 우리가 시선을 바꿔야 한다. 건강한 게 아름다운 거다. 물론 직업적 특성상 말라야 하는 직업도 있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강해야 한다. 건강해야 일을 할 수 있고 돈도 벌 수 있다. 나도 급하게 살을 빼다가 몇 번 죽을 뻔했다. 외관은 예쁠 수 있겠지만 결국 100년 뒤에는 우리 모두 여기에 없잖나. 팬 라이브 방송에서도 이야기한 건데, 어떻게 죽느냐도 생각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모두가 건강하게 자기 할당량을 다하고 다시 자연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

-9월 한국영화 경쟁작들이 많다. 관객이 ‘인턴’을 선택해야 하는 이유를 꼽는다면.

“최민식 선배님이 나온다.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얼굴로. 지금까지 보여준 적 없던 최민식 선배님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춤추고 노래하는 한소희도 볼 수 있다.(웃음) 사실 다 잘됐으면 좋겠다. 경쟁이라기보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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