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울려 퍼진 애국가”…‘독립투사 후손’ 허미미 끝내 해냈다
“할머니, 약속 지켰어요”…금메달 들고 일본서 애국가 울린 허미미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유도 여자 57kg급에서 허미미 선수(경북체육회)가 정상에 올랐습니다. 10월 1일 일본 나고야 아이치 인터내셔널 아레나에서 열린 결승전에서 몽골의 테르비시 아리운자야 선수를 만나 업어치기 유효승을 거두었는데요. 이번 대회에서 대한민국 유도 선수단이 따낸 첫 번째 금메달이었습니다.
눈길을 끌었던 것 중 하나는 대회가 열린 곳이었죠. 허미미 선수는 일본에서 나고 자란 재일교포 출신으로 어린 시절 뛰놀던 곳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가장 높은 곳에 올라 애국가를 부른셈입니다. 지난 파리 올림픽에서 애국가를 부르지 못해 아쉬워했던 선수가 일본 땅에서 그 약속을 지켜냈다는 점이 큰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경기 시작 11초 만에 승부를 가른 업어치기
결승전 승부는 매우 빠르게 기울었습니다. 허미미 선수는 경기 시작 11초 만에 주특기인 업어치기를 시도했고, 이 기술이 깔끔하게 유효로 인정되면서 일찌감치 앞서 나갔는데요. 이후에는 서두르지 않고 경기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면서 다리를 걸어 상대를 넘어뜨린 뒤 그라운드 기술로 압박하며 상대에게 흐름을 내주지 않았습니다.
경기 종료 1분 10여 초를 남기고 지도를 하나 받는 장면이 있었지만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종료 20여 초 전에는 업어치기에 이은 굳히기로 시간을 흘려보내며 리드를 끝까지 지켜냈죠. 앞서 쌓은 유효 하나를 영리하게 지켜낸 노련한 운영을 보여줬습니다.
결승에 오르는 과정도 안정적이었죠. 16강에서는 필리핀의 조에마리 하트 라파엘 선수, 8강에서는 중국의 타오위잉 선수를 모두 굳히기 한판으로 꺾었습니다. 준결승에서는 우즈베키스탄의 수쿠리온 아미노바 선수를 상대로 반칙승을 거두고 결승에 진출했습니다.
서서 하는 기술뿐 아니라 누워서 하는 굳히기에서도 결과를 내고 있음을 보여줬습니다. 과거 굳히기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허미미 선수였는데, 지난 2년간 약점 보완에 공을 들인 것을 결과로 보여준 것이죠.
일본 국적을 포기하고 태극마크를 택한 사연
서두에 말했다시피 허미미 선수는 한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재일교포 출신으로, 일제강점기에 항일 격문을 붙이다 옥고를 치른 독립운동가 허석 선생의 5대손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일본 유도계에서 손꼽히는 유망주로 평가받았습니다.
하지만 국적 선택의 계기가 된 것은 2021년 세상을 떠난 할머니의 유언이 있었기 때문인데요. 할머니는 “한국 국가대표가 되어 달라”는 당부를 남기셨고, 허미미 선수는 2023년 일본 국적을 포기하고 태극마크를 달았습니다. 일본 유도계에서 쌓을 수 있는 경력을 뒤로하고 내린 결정이어서 당시에도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이번 금메달을 목에 걸고 허미미 선수가 “할머니 영전에 메달을 바치고 싶다”고 밝힌 것도 이런 배경이 있기 때문이죠.
어깨 수술과 파리 올림픽 은메달
지금의 자리에 오기까지 순탄하지만은 않았습니다. 허미미 선수는 지난해 3월 어깨 인대 수술을 받고 오랜 재활 기간을 견뎌야 했습니다. 선수 본인도 어깨 부상 당시가 살면서 가장 힘든 시간이었다고 털어놓기도 했죠.
처음 출전한 종합 국제대회였던 2024 파리 올림픽에서는 결승전의 석연치 않은 판정 끝에 은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당시 “애국가를 외웠는데 부르지 못해 아쉽다”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었는데요. 이번 대회를 앞두고는 “시상대에서 부르기 위해 애국가 1절의 뜻을 하나하나 찾아보며 완벽하게 외웠다”고 밝혔습니다.
허미미 선수의 다음 목표는 2028 LA 올림픽 금메달입니다. 그에 앞서 이번 대회 혼성 단체전에서도 또 하나의 금메달에 도전합니다. 부상과 아쉬운 판정을 모두 딛고 일어선 만큼, 혼성 단체전에서의 활약도 더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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