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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19년 차 배우 류혜영은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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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류혜영이 ‘킬링타임’으로 관객 앞에 선다. / 더타이틀
배우 류혜영이 ‘킬링타임’으로 관객 앞에 선다. / 더타이틀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2007년 독립영화 ‘여고생이다’로 연기를 시작한 류혜영은 ‘잉투기’ ‘나의 독재자’ 등을 거쳐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성보라로 대중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후 영화와 드라마를 오가며 꾸준히 자신의 자리를 지켜왔다.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지난달 ‘인턴’과 ‘암살자(들)’를 연이어 선보이며 서로 다른 얼굴로 관객과 만난 데 이어, 이번에는 주연작 ‘킬링타임’으로 돌아온다.

오는 21일 개봉하는 ‘킬링타임’은 한순간의 사고로 모든 것을 잃은 인터넷 방송 크루 ‘킬링타임’이 재기를 위해 찾은 폐병원에서 의문의 존재에게 습격당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극 중 류혜영은 팀원의 죽음 이후 죄책감과 불안을 안고도 다시 대중의 사랑을 얻기 위해 카메라 앞에 서는 스트리머 연우를 맡았다. 류혜영은 연우의 절박함을 설득력 있게 그려내는 것은 물론, 몸을 사리지 않는 액션 연기까지 소화하며 한층 넓어진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쉴 새 없이 바쁜 나날을 이어가고 있는 류혜영은 최근 시사위크와 만나 “슈퍼스타 체험을 하고 있다”며 유쾌하게 웃었다. 19년을 버텨온 자신을 두고는 이미 “대성공”이라면서도 “오히려 이제 시작인 것 같다”며 더 다채롭게 채워갈 앞날을 기대하게 했다.

-‘인턴’ ‘암살자(들)’에 이어 ‘킬링타임’으로 관객과 만나게 됐다. 주연을 맡은 작품이라 소회가 남다를 것 같다. 기분이 어떤가.

“한정된 시간과 예산 안에서 한여름 밤의 꿈처럼 정말 빠르고 집약적으로 촬영한 작품이다. 벌써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지난해 개봉 소식을 듣지 못하면서 ‘이 작품이 개봉하지 못할 수도 있겠구나’라는 가능성도 생각했다. 그래서 스스로 ‘그래도 촬영 현장만큼은 너무 행복했고 좋았다. 내가 할 수 있는 액션도 정말 실컷 해서 좋았다. 좋은 추억으로 가져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올해 갑자기 개봉하게 될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기 때문에 지금은 그저 감사할 뿐이다. 함께 힘을 합쳐 힘들고 즐겁게 찍은 프로젝트가 영화관에 걸린다는 사실 자체가 굉장히 영광스럽다.”

-처음 제안받았을 때 어떤 점에 끌렸나.

“스릴러 장르에서 나를 찾아줬다는 것 자체가 신선하고 감사했다. 이 작품, 이 역할에 나를 떠올렸다는 건 ‘공포 장르도 류혜영이 할 수 있구나’를 먼저 생각해 준 거잖나. 배우는 선택받는 직업이기 때문에 그 점에서 정말 감사했다. 시나리오를 읽어보니 내가 하고 싶었던 것들도 들어가 있었다. 액션이라든지 공포감에 휩싸여 도망치는 추격신, 숨어 있다가 들키고 도망치는 장면 등 모두 해보지 않은 새로운 영역이었다.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이걸 내가 할 수 있다고?’ 싶으면서도 신이 나고 설렜다.”

연우를 연기한 류혜영. / 더타이틀
연우를 연기한 류혜영. / 더타이틀

-연우는 자신에게 상처와 트라우마를 남긴 곳으로 다시 돌아가는 인물이다. 어떻게 이해하고 접근했나.

“죽느냐 사느냐 하는 생존의 문제에서 시간제한에 놓여본 경험은 없지 않나. 내가 그런 상황에 놓인다면 어떨지 상상을 많이 했고, 실제 현장에서 그런 상황이 주어졌을 때 어떻게 반응할지도 궁금했다. 그래서 촬영이 빨리 다가오길 바랐고 설레는 마음도 있었다. 주원(남윤수 분)과 연우는 같은 욕망을 가지고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지만 각자의 방식으로 그 욕망을 표출하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연우를 맡고 나서는 이 인물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상처를 받고 트라우마까지 남은 일을 겪었는데도 왜 다시 같은 곳으로 돌아가려고 할까, 자신을 미워했던 사람에게 왜 다시 사랑받으려고 할까. 그런 질문에서 출발해 연우를 연구했다.”

-어떤 지점에서 연우를 이해하게 됐나.

“연우는 정말 이거밖에 없어서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아직 나이도 어리고 미성숙한 부분도 분명히 있을 거고, 어떤 결핍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사실 내가 연우를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했던 이유는 나는 연우보다 조금 더 인생을 살았고, 이 세계가 아니면 다른 세계도 있다는 가능성을 알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근데 연우는 아닌 거다. 내가 조금 안일했던 거다. ‘이거 아니면 다른 거 하면 되는데 왜 굳이 또 그 세계에 들어갔을까?’라는 의문이 생길 만큼 내가 연우와 나이 차이가 났던 것 같다. 그런데 다시 연우로 돌아가 보면 사실 연우는 이거밖에 없는 친구였고 그래서 다시 돌아갈 수밖에 없는 사람이 이었다. 연우에게는 절박함이 있다. 또 사랑에 대한 결핍이 있고, 애정을 받아야 하는 친구다. 한 번 사랑받았던 기억이 있기 때문에 이거밖에 없는 사람이 다시 사랑받기 위해서는 자신에게 트라우마까지 안겨준 그 일을 다시 해야 한다. 자기 안에서 충돌하는 게 너무너무 많은 친구인 거다. 그런 시기를 겪고 있기도 하고.”

-다소 극단적인 설정이지만 현실과 맞닿아 있다는 생각도 들었을 것 같다.

“감독님이 이 작품은 ‘만약에’라는 설정이 들어간 근미래의 이야기라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고 했다. 뉴미디어법이 생기고 사람의 목숨이 너무 가볍게 소비되면서 죽고 사는 일에 사람들이 무뎌지고 익숙해진 디스토피아적인 근미래라는 설정이다. 그걸 잊지 않아야 연우에게 몰입하고 감독님의 요구도 수용할 수 있겠더라. 그래서 계속 ‘근미래의 만약에’라는 감각을 가지고 가려고 했다. 굉장히 현실적인 이야기라는 생각도 들었다. 어린 20대 청춘이 하나의 욕망을 가지고 계속 나아가는데, 사람의 목숨이 오가는 것조차 아무렇지 않은 시대가 된다면 충분히 벌어질 법한 일이다. 이미 도파민을 좇아 자극적인 라이브 스트리밍을 하고, 사람이 어디까지 버틸 수 있는지 실험하는 콘텐츠도 있지 않나. 조회수를 위해서라면 충분히 벌어질 법한 일이라는 생각에 소름이 끼쳤다. 짧은 영화 안에 사회에 대한 풍자도 들어가 있고, 어떤 경각심을 주려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류혜영이 액션 도전을 마친 소감을 전했다. / 더타이틀
류혜영이 액션 도전을 마친 소감을 전했다. / 더타이틀

-액션에 본격적으로 도전했다. 액션에 대한 욕심이 있었다고. 직접 해보니 어땠나.

“배우가 저 장면에서 실제로 맞는 건가, 실제로 때리는 건가, 어디까지 대역배우가 하고 어디까지 실제 배우가 하는지도 경험해 보고 싶었다. 원래 몸 쓰고 운동하는 걸 너무 좋아하고 몸도 유연한 편이라 액션이 내 연기의 지경을 넓히는 상징적인 장르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욕심도 났다. 몸도 잘 쓴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액션 잘하면 너무 멋있잖나. 그런 멋있음도 가져보고 싶었다.(웃음) 해보니까 해소가 됐다. 감정적인 연기나 상대와 소통하는 연기를 하면서 ‘오늘 나 좀 잘했다’는 뿌듯함이 올 때가 있다. 그게 내 기준에서는 일종의 카타르시스인데, 그런 날은 집에 돌아가면 오히려 잠이 안 온다. 뿌듯하고 여러 감정이 생기면서 뇌가 풍선만큼 커지는 거다. 생각이 더 많아지고 기분도 좋아진다. 그런데 액션을 시원하게 하고 ‘오케이’를 받아서 카타르시스를 느끼면 집에 가서 바로 기절하더라. ‘내 한 몸 불살랐다’ 하고 바로 자는 거다.(웃음) 너무 맛있다. 액션으로만 점철된 영화도 한번 해보고 싶다.”

-어려움은 없었나. 준비 과정도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너무 어려웠다. 준비가 안 돼 있던 몸뚱이였던 거다.(웃음) 액션스쿨 첫날 15초 정도 되는 액션을 짜줬는데, 그 15초를 따라 하고 나니까 15분을 쉬어야 내 숨으로 돌아오더라. ‘쓰레기다. 내 상태가 너무 안 좋구나’ 싶었다. 이 상태로는 액션을 소화하더라도 두 번째 테이크를 가려면 나 때문에 15분을 쉬어야 하지 않나. 준비하지 않으면 제시간에 촬영을 못 끝낼 수도 있겠다는 경각심이 들어서 그날부터 러닝이라는 걸 시작했다.

원래 유산소를 정말 싫어하는데 그때는 그것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진짜 죽을 것같이 힘들었는데 점점 몸이 적응하는 게 느껴졌다. 그렇게 매일 달리기를 두 달 하고 다시 액션스쿨에 갔는데, 예전에는 액션 한 구간만 해도 힘들었다면 이제는 15~20초짜리를 다섯, 여섯 개 해도 멀쩡한 내가 있는 거다. ‘또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싶을 정도로 체력이 올라온 걸 실감했다. ‘러닝이 좋은 거구나. 할머니 때까지 해야겠다. 달리는 할머니가 돼야겠다’고 생각했다.(웃음)

실제 액션 촬영은 무리 없이, 그저 신나게 했다. ‘더 크게 때릴까요? 더 크게 넘어질까요?’ 하면서 같이 회의할 수 있을 정도였다. 촬영 중간중간에도 숙소 앞에 있는 하천에서 달렸다. 또 오히려 다행이었던 건 연우가 전문 액션을 하는 인물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너무 액션을 잘하면 ‘왜 이렇게 잘해? 무슨 일이야?’ 싶어서 오히려 거리감이 생길 수 있잖나. 연우는 살아남아야 한다는 절박함 하나로 물고 뜯고 싸우는 사람이다. 그래서 조금 어설퍼도 괜찮았다. ‘연우로서 액션을 한다’고 생각하니 오히려 주어진 상황에 감사했다.”

-여러 작품이 동시에 공개되고 촬영과 유튜브까지 병행하며 어느 때보다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기분이 어떤가.

“정말 감사하게도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스케줄이 끝나고 차에 실려서 퇴근할 때면 ‘이종석의 삶이 이런 건가?’ 한다.(웃음) 친하니까 이종석을 비롯해서 슈퍼스타인 지인들을 떠올리면서 ‘이게 슈퍼스타의 삶인가?’ 하는 생각을 하는 요즘이다. 너무 감사하게도 ‘슈퍼스타 체험’을 해본 거다. 다시 내 인생에 이런 스케줄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정말 희한한 시기다. 내가 좋아하는 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행복인가. 나는 이미 대성공을 했다고 생각한다. 류혜영의 인생은 이미 대성공을 하지 않았나 싶다. 나는 이미 성공을 거뒀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성공을 거둔 류혜영으로서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일까를 생각한다.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또 하루하루를 좋은 방향으로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게 앞으로 내가 해야 할 일이 아닌가 싶다. ‘내일을 더 좋게 살아야지’라는 욕망을 갖는 것. 그게 지금 나에게는 올바른 욕망이 아닐까 생각한다.”

더 다채롭게 채워갈 류혜영. / 더타이틀
더 다채롭게 채워갈 류혜영. / 더타이틀

-앞서 연우와 달리 류혜영은 ‘이 세계가 아니어도 다른 세계가 있다는 가능성을 알고 있다’고 했다. 대중의 관심이나 인정만이 배우 류혜영이 좇는 목표는 아닌 것 같다. 지금 어떤 곳을 바라보며 나아가고 있나.

“나중에는 또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지금의 나’라고 표현하고 싶다. 지금의 나는 순응하는 삶, 인정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내가 부족한 게 있으면 부족하다는 걸 인정하고 그 부족한 부분을 데리고 이 자연에 탑승하는 거다. ‘여기 제가 부족함이 있습니다’ 하고 인정하고 데리고 탑승해서 인생의 열차에 몸을 싣는 거다.

내일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고 사람이 언제 죽을지도 모르잖나. 내가 내일 죽을 수도 있고 당장 2시간 뒤에 죽을 수도 있는데 하고 싶은 걸 하자, 망설이지 말자, 일단 해보자는 생각을 많이 하는 요즘이다. 20대 때는 걱정에 휩싸여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류혜영이 있었다면 지금은 걱정은 하되 내일 것까지만 하고, 하고 싶은 게 생기면 당장 해보자는 쪽이다. 웬만하면 다 해보는 방향으로 가자. 

캠핑도 좋아하고 골프도 좋아하고 러닝도 좋아하는데 다 자연의 영향을 많이 받는 취미다.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자연을 보면서 삶에도 내가 어찌할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것들이 너무 많이 존재한다는 걸 체감하고, 그걸 인정해 가는 시기가 아닌가 싶다. 왜 이렇게 할매 같지?(웃음) 그냥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고, ‘그건 못해. 진짜 죽어도 못해’ 혹은 해보고 나서 ‘이건 내 스타일이 아니야’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취향도 명확해지는 것 같다. 나이가 들수록 정말 겪기 싫은 일은 이제 안 겪어도 되는 것 같고. 

내가 이 업계에서 19년 차다. 19년 동안 별일이 다 있었을 거 아닌가. 어쩔 수 없이 겪어야 했던 일도 있고, 싫어도 해야만 했던 일도 있었다. 그런 걸 다 겪고 버텨서 19년 동안 ‘배우’라는 이름을 달고 있다는 것 자체가 스스로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킬링타임’ 제작사 대표님과도 이야기를 나눴는데, 대표님이 ‘너무 잘 버텼고 정말 대단하다고 이야기해 주고 싶다. 그리고 이제는 그런 일을 겪을 필요가 없다’고 해주셨다. 나의 내일이 항상 기대된다.”

-어느덧 데뷔 20주년을 앞두고 있는데 어떤 의미로 다가오나.

“오히려 이제 시작인 것 같다. 내가 이렇게까지 바쁜 게 처음이라 사실 지금 처음 해보는 일을 하고 있는 거다. 그래서 또 이제 시작인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유튜브도 시작한 지 이제 1년이 됐는데, 대중에게 내가 오래된 배우라기보다 새롭게 보이는 배우가 된 것 같아서 이것도 또 다른 시작이 아닐까 싶다. 20주년이 의미가 없다는 건 아니다. 너무 의미가 있다. 나에게도 의미가 있고, 나를 오래 봐주셨던 팬분들이나 동료들에게도 의미가 있을 거다. ‘이만큼 버텼네. 그런데도 아직 새롭네’라는 이야기를 듣는 게 나에게는 가장 큰 칭찬이 아닐까.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든다.(웃음)”

-올해 무대인사로 관객을 만날 기회가 많다. 어떤가.

“무대인사를 열심히 해야 할 것 같다.(웃음) 영화로 관객을 만나는 게 너무 오랜만이었는데, 요즘 무대인사 문화도 시대에 맞게 많이 바뀌었더라. 그걸 하나씩 적응해가면서 ‘팬분들이 이런 자리를 정말 하고 싶어 했구나’라는 게 느껴졌다. 나를 직접 만나서 ‘내가 널 응원한다’는 메시지를 너무 강하게 주고 싶어 하는 기운이 느껴져서 무대인사를 안 하면 안 될 것 같다. 팬분들도 관을 계속 따라다니지 않나. 사실상 그 스케줄을 같이 소화하는 거다. ‘나에게 힘을 주려고 저렇게 본인의 에너지를 써가면서 계속 에너지를 주는데 나는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무대인사가 끝나고 집에 가면 그런 벅참과 감사함이 막 휘몰아친다. 내가 뭐길래 저렇게 같이 고생할까. 그 짧은 순간에도 ‘혜영아, 응원해’ ‘혜영 언니, 응원해요’ 그 한마디를 더 하려고, 어떻게든 하나라도 더 주려고 할까 그런 생각을 하면 열심히 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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