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가족 살해 혐의로 48년간 감옥살이… 88세 할아버지 돼 누명 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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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가족 살해 혐의로 48년간 옥살이 한 전직 프로복서에 ‘무죄’ 선고

하카마다 이와오 / 時事通信社

일가족 4명을 살해한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았던 일본 전직 프로복서가 58년 만에 누명을 벗었다.

30대였던 청년은 교도소에서 복역하며 80대 후반 노인이 되어버렸다.

지난 26일(현지 시간) NHK 등 일본 현지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이날 오후 시즈오카지방재판소는 강도살인죄로 사형이 확정됐던 전직 프로복서 하카마다 이와오(袴田巌, 88)에 게 무죄를 선고했다.

구니이 고우시(國井恒志) 재판장은 검찰이 작성한 하카마다의 자백 조서와 의류 등 3가지 증거를 수사 기관이 조작했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며 하카마다의 누나 히데코(ひで子)를 증인석으로 불러 “재판이 너무 오래 걸려서 미안하다. 법원은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라고 사과했다.

이번 판결에 검찰이 항소하지 않으면 사건 발생 58년 만에 하카마다의 무죄가 확정된다.

하카마다는 1966년 6월 30일 시즈오카현 시미즈시에서 된장 제조회사의 전무 일가 4명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날 전소된 주택에서 41세 전무와 그의 아내, 중학교 3학년 아들과 고등학교 2학년 딸 등 4명의 시신이 발견됐다. 모든 시신에는 흉기에 찔린 흔적이 있었다.

당시 경찰은 사건 발생 48일 후 이 회사의 직원으로 일하던 30세의 하카마다를 범인으로 지목했다.

이어 사건 발생 1년 2개월 후, 된장 회사 직원이 공장 내 된장 탱크에서 마대자루에 담긴 피 묻은 옷 5점을 발견했다. 이것이 하카마다를 범인으로 단정 짓는 결정적인 증거가 됐다.

당시 사건은 ‘과학수사의 전형’이라고 보도되며 큰 주목을 받았으나, 체포 후 범행을 인정했던 하카마다는 경찰의 강압적인 심문으로 인해 허위 자백을 했다고 주장하며 일관되게 무죄를 주장했다.

“검찰이 증거 조작했을 가능성 있어”

1968년, 1심 법원이 사형을 선고하고 1980년 최고재판소(대법원)가 형을 확정했다.

하카마다는 옥중에서 수천 통의 편지를 보내며 무죄를 주장했다. 누나 히데코와 지지자들이 계속 목소리를 높였지만, 재심의 문은 좀처럼 열리지 않았다.

그러나 2010년, 사건 발생 44년 만에 2차 재심 청구로 한줄기의 빛이 비쳤다.

검찰은 처음으로 증거 공개에 응해 600점이 넘는 증거를 공개했다. 범행 당시 하카마다가 입은 것으로 추정되는 5점의 의류는 된장에 담그는 실험을 한 결과 얼마 지나지 않아 검은색으로 변색됐다.

이를 근거로 변호인단은 ‘5점의 의류’는 1년 이상 된장에 담근 옷이 아니라 발견 직전 된장 탱크에 넣어 조작된 증거라고 주장하고 있다.

시즈오카지방법원은 혈흔의 색이 변한 점 등을 이유로 재심을 인정했을 뿐만 아니라 수사기관이 증거를 조작했을 가능성도 지적했다.

2014년 재심이 결정되면서 하카마다는 48년 만에 보석으로 석방됐다.

하카마다 이와오와 누나 하카마다 히데코 / 日本経済新聞

그러나 도쿄고등재판소는 2018년 유전자 감정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는 점을 근거로 판결을 뒤집었다.

2020년 일본의 대법원에 해당하는 최고재판소는 옷에 남은 혈흔을 다시 조사하라며 사건을 도쿄고등재판소로 돌려보냈다.

도쿄고등재판소는 수사기관이 과거 옷의 혈흔에 관해 기술했던 내용에 문제가 있다는 변호인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시즈오카지방재판소도 이날 재심에서 최종 무죄로 인정하면서 하카마다 씨는 비로소 누명을 벗게 됐다.

이에 따라 하카마다는 48년간 복역하다 귀가한 ‘세계 최장수 사형범’으로 전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한편 하카마다 사건의 진범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며, 당시 수사관들은 지금도 하카마다가 범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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