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을 판단하는 기준으로는 흔히 체질량 지수(Body Mass Index, BMI)가 사용된다. 별다른 장비가 없어도 간단하게 측정이 가능하다는 편의성 때문에, 이를 기준으로 삼는 경우가 많다. 국가에서 시행하는 정기 건강검진에서도 키와 체중을 측정해 BMI를 산출하는 방식을 널리 사용한다.
BMI의 한계에 대한 지적은 꾸준히 있어왔다. BMI의 경우 근육량과 지방량 등 체성분에 기인한 차이를 고려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에 흔한 ‘마른 비만’을 판별해낼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BMI는 ‘초기 선별 도구’로만 사용된다.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방법으로, ‘신체 둥글기 지수(Body Roundness Index, BRI)’를 활용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BRI는 어떤 식으로 산출되기에 BMI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을까? 또, 어떤 한계를 가지고 있을까?
몸무게 대신 허리둘레
BRI가 등장한 이유는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키와 몸무게만을 가지고 계산되는 BMI는 그 특성상 건강 상태를 진단하는 정확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성별이나 나이, 혹은 인종 등 개인의 특성에 따른 차이를 반영하지 않기 때문에 변별력이 떨어진다는 점도 한몫을 한다.
2012년에 처음 등장한 BRI는 애초에 BMI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목적을 두고 만들어졌다. 키를 기준으로 삼는다는 점은 같지만, 몸무게 대신 ‘허리둘레’를 활용한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지표 하나를 바꾼 것이 어떤 장점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허리둘레는 본래 ‘복부 비만’을 평가하기 위해 사용되던 지표다. 보통 비만인 경우는 복부에 지방이 축적되는 경우가 많다. 몸무게가 같더라도 허리둘레가 다른 경우는 흔하다. 이는 동일한 몸무게에서 건강 상태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 당연한 사실을 보여줌과 동시에, 몸무게만으로 측정하는 BMI보다 BRI가 더 정확할 수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BRI는 어떻게 측정·해석할까
계산은 어렵지 않다. 먼저 허리둘레를 cm 단위로 측정한다. 그 다음 키를 cm로 환산한 값을 나눈다. 즉, ‘허리둘레(cm) ÷ 키(cm)’다. 보통 자신의 키는 대략 어느 정도인지 알고 있기 때문에 따로 측정이 필요없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허리둘레는 조금 다르다. 보통 자신의 바지 사이즈는 알고 있는 경우가 많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인치(inch) 단위가 더 널리 쓰이기 때문에 cm로 따로 환산을 해줘야 한다. 또, 바지 사이즈가 정확하게 자신의 허리둘레와 일치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그렇게 때문에 정확한 허리둘레를 확인하려면 따로 측정할 필요가 있다.
몸무게는 그냥 체중계에 올라가서 나오는 값을 활용하면 되기 때문에 BRI는 BMI에 비해 조금 더 번거로운 셈이다. 하지만 저렴한 줄자 하나만 있어도 스스로 측정할 수 있는 데다가, BMI에 비해 좀 더 분명한 결과를 얻을 수 있으므로 충분히 감수할 만한 번거로움이라 할 것이다.
허리둘레 값을 확인했다면 간단한 나눗셈이기 때문에 스마트폰 계산기만 활용해도 BRI 값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인터넷상에서 제공되는 BRI 계산 프로그램이나 스마트폰 앱을 활용해도 무방하다.
일반적으로 남성의 경우 BRI 값이 0.85 이상, 여성의 경우 0.90 이상일 때 복부 비만으로 간주한다. 다만, BRI의 해석에 관해서는 연구마다 차이가 있다. 현재로서는 명확하게 통용되는 기준을 정해놓지 않았기 때문에 위 기준치는 참고로만 알아두면 된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다소 배가 나온 편이라고 해도, 일반적인 수준에서는 위 값이 나오는 경우가 그리 많지 않다. 따라서 BRI 값을 구하는 건 직접 해보더라도, 그에 대한 해석은 자의적으로 하지 말고 내과나 가정의학과 등 전문가를 찾아 상담하는 것을 추천한다.
그래도 한계는 있다
BMI에 비하면 더 신뢰할 수 있는 결과를 알려주지만, BRI 역시 한계는 뚜렷하다. 허리둘레를 토대로 복부 비만 여부를 평가할 수는 있다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알다시피 지방은 전신에 분포하기 때문에 다른 부위의 체지방량은 측정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또한, 사용하는 지표로 짐작할 수 있듯, BMI와 마찬가지로 근육량의 분포를 반영하지 못한다. 이 때문에 BRI 값이 동일하게 나오더라도 구체적인 건강상태는 크게 다를 수 있다. BRI 값을 해석할 때 전문의의 도움을 받을 것을 권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BR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자 한다면, 1~2주 정도마다 정기적으로 측정할 것을 권한다. 만약 시간이 지남에 따라 조금씩이라도 BRI가 증가하는 경향이 보인다면, 이는 건강상태에 대한 조치를
BRI는 어디까지나 BMI의 편의성은 최대한 유지하면서, BMI보다 조금 더 정확도 높은 약식 진단을 제공하는 데 그 의의가 있다. 단순한 수치 계산으로 산출한 지표라는 점에서는 같기 때문에, BRI 값이 정상 범위라고 해서 마냥 안심하는 것은 금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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