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푸드] 윤기나고 찰지다, ‘K-프리미엄 쌀’ 왜 다를까
[리얼푸드=육성연 기자] “한국 쌀이요? 일단 윤기가 흐르고, 씹을수록 단맛도 살짝 나요. 특히 고급 식당에서 금속그릇(놋그릇)에 나오는 하얀 밥은 다른 나라에서 맛볼 수 없을 정도로 맛있어요.” (서울에서 2년째 거주 중인 32세 영국인 아라벨라)
한식은 밥이 중심이다. 한식 붐이 일면서 밥맛을 결정짓는 한국 쌀에 해외 관심이 커지고 있다. 특히 임금님표이천쌀, 안동 양반쌀, 합천 영호진미 등의 고급 브랜드들이 ‘K-프리미엄 쌀’로 인지도를 높이는 중이다.
실제 우리 쌀의 수출은 증가세다. 농림축산식품부 자료에 따르면 ‘민간 쌀’ 수출량은 최근 3년간(2022년~2025년 1~11월) 3565톤에서 6308톤으로 77% 증가했다. 이는 정부양곡을 활용한 해외 식량 원조와 쌀 가공식품을 제외한 수치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찰기가 적은 ‘인디카’ 품종은 전 세계 쌀의 약 90%를 차지한다. 동남·남아시아와 중국 남부에서 주로 소비한다.
반면 우리 쌀은 찰기와 윤기가 뛰어난 ‘자포니카’ 품종이 대부분이다. 주 소비국인 한국·일본·중국 일부 가운데, 한국 쌀의 경쟁력은 자포니카를 우리 식문화에 가장 적합한 품질로 개발한 데 있다.
정종민 국립식량과학원 품종개발과 연구관은 “우리나라는 ‘갓 지은 밥’을 중심에 둔 식문화가 발달했기 때문에 부드러운 식감과 윤기·찰기·밥맛이 우수한 품종을 꾸준히 개발해 왔다”고 설명했다.
일본의 경우 “품종 개발 시 도시락이나 초밥처럼 식은 후에도 품질이 유지되는 특성을 중요하게 고려한다”는 점이 다르다고 했다. 또 해외에서 가장 흔한 인디카 쌀은 “볶음밥이나 카레 등에 적합한 고슬고슬한 식감을 가진다”고 덧붙였다.
경기 이천시에 따르면 이천의 프리미엄 브랜드 ‘임금님표이천쌀’은 올해 미국 내 대형마트에 총 228톤 이상을 공급하는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해외 진출 이래 단일 연도 기준 최대 물량이다.
경북 ‘안동 양반쌀’도 유럽 시장에 진출했다. 안동시는 올해 말까지 총 100톤 규모의 물량을 수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남에서는 해남 ‘땅끝햇살’과 강진 ‘새청무쌀’, 곡성 ‘백세미’ 등이 일본, 동남아, 유럽으로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에는 경남 ‘합천 영호진미’가 한반도 최초의 운석 충돌과 관련해 주목받았다. 경남 ‘합천운석충돌구’가 해외에 소개되면서 이 지역에서 재배되는 합천 쌀이 이목을 끈 것이다.
지난 4월 국제학술지 네이처의 자매지 ‘커뮤니케이션즈 지구와 환경’은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관련 논문을 다뤘다. 유명 과학 유튜브 채널(GeologyHub)도 이를 소개하며 네티즌의 관심을 높였다.
연구진은 합천운석충돌구가 약 5만년 전 거대한 운석 충돌로 형성된 지형임을 규명했다. 운석 충돌 이후 형성된 거대한 호수에는 퇴적물이 쌓였고, 호수가 점차 메워지면서 오늘날의 비옥한 분지 지형이 만들어졌다. 바로 이곳이 현재 고품질 쌀을 생산하는 경남의 대표 농업지대다. 해외에서는 합천 쌀을 ‘우주쌀(Space Rice)’로 브랜드화하면 세계적 관광 상품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권영호 국립식량과학원 경지이용작물과 연구사는 “합천 운석충돌지는 운석 충돌로 형성된 분지에 유기물이 축적되며 비옥한 토양이 만들어졌다”며 “이 토양은 벼의 생육 기간 양분을 안정적으로 공급한다”고 설명했다.
영남의 대표 프리미엄 쌀인 합천 ‘영호진미’는 운석충돌지의 비옥한 토양과 함께 우수한 품종 특성이 시너지 효과를 낸다. 지난 2019년 ‘대한민국 우수품종상(국무총리상)’을 수상했다.
권영호 연구사는 “‘영호진미’는 일반 품종보다 이삭이 나오는 시기가 다소 늦다”며 “비교적 서늘한 기온에서 쌀알이 영양분을 채울 수 있기 때문에 쌀알이 고르게 여물어 밥맛이 뛰어나다”고 소개했다.
우리 쌀은 여러 지역별 프리미엄 제품과 더불어 ‘안정적 생산성’이라는 경쟁력도 갖췄다.
우리나라 최고품질 품종 중 하나인 ‘신동진1’이 대표 사례다. 신동진 벼가 나온 지 25년 만에 개량된 신품종이다. 농촌진흥청은 우리 국민이 선호하는 신동진의 밥맛은 유지하면서, 기후위기로 인한 고온과 병해충에 잘 버티도록 품종을 개선했다.
정종민 연구관은 “우리나라는 기후위기에 대응한 재배 안정성과 병해충 저항성까지 함께 고려해 품종을 지속 개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신동진 품종(왼쪽)을 개량한 신품종 ‘신동진 1’ [농촌진흥청 제공]](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6/07/CP-2023-0077/image-1c07eb62-54f6-4788-bd0a-4295f18e52f2.jpe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