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기자단> 산후 우울증은 산모의 탓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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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후 우울증의 원인
– 산후 우울증의 진단과 치료

[헬스컨슈머] 기자는 어렸을 적부터 아이들을 좋아했다. 쫑알거리는 목소리, 높은 텐션, 생각지도 못했던 아이들만의 순수한 시선, 빛나는 눈망울을 보고 있노라면 기자마저도 아이가 된 것 같은 착각이 일었고 그 기분은 제법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주곤 했다. 처음 생긴 아이는 세상 어떤 귀한 선물보다도 더 큰 감동과 행복으로 다가왔다. 열 살 터울의 막냇동생을 돌보았던 어린 날이 생각나 내가 품고 낳은 아이라면 더 사랑하며 아끼며 양육할 수 있을 거란 자신감도 있었다.

그러나 어디 삶이 계획한대로 되는가. 아이를 낳고 보니 동생이나 조카들을 예뻐하고 돌보았던 것과는 달랐다. 제대로 잠을 자는 날도 드물었고, 기자가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씻는 시간 확보도 쉽지 않았다.

기자의 아이는 통잠을 자는 아이가 아니었기에 늘 수면부족에 시달렸고, 그것은 이명으로까지 이어졌다. 
이렇게 나름 고군분투하며 아이를 양육했고, 이제 제법 말도 통하고 티키타카도 되는구나 싶었던 그 때 기다렸던 두 번째 아이가 찾아왔다. 생각지도 못한 시기에 찾아온 아이는 나에게 기쁨이라기보다는 두려움이 앞섰다. 첫 아이처럼 밤잠 없는 아이면 어떡하지? 라는 생각과는 달리 둘째는 잠도 제때 잘 자주고 순한 아이였다.

그러나 이상했다. 오히려 너무 지치고 힘들었다. 아이를 안고 있다가도 혼자 눈물이 흐르고, 내 자신이 처량하게 느껴지기도 하였고, 아이의 무게가 너무 무겁게 느껴졌다. 정확한 이유도 모른 채 그렇게 하루하루 시간을 보내는 동안 나의 마음은 병들어버렸다.

(출처) 게티이미지코리아
(출처) 게티이미지코리아

■ 산후 우울증(Postpartum Depression)이란?
서울대학교병원 의학정보에 의하면 산후 우울증은 보통 출산 후 4주에서 6주 사이, 즉 산욕기 동안 우울한 기분, 심한 불안감, 불면, 과도한 체중의 변화, 의욕의 저하, 집중력 저하, 자기 자신에 대한 가치 없음 또는 죄책감을 경험하며 심한 경우 자살이나 죽음에 대한 생각들로 일상생활에서 기능 저하를 초래하는 질환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주된 증상으로 우울과 불안을 느끼는 것인데, 대개 출산 후 첫 10일 이후에 나타나서 길게는 산후 1년까지도 지속된다고 한다. 초기에는 증상이 가벼울지 모르나 시간이 지나면서 악화되는 케이스가 많다고 알려져 있는데,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은 경우 산후 우울증을 앓는 시기가 길어지기도 한다고 한다. 

■ 산후 우울증의 원인
산후 우울증의 원인은 아직까지 명확하게 밝혀진 바가 없다. 알려진 바로는 이전 출산에서 산후 우울증을 경험한 사람은 다음 출산에서 다시 산후 우울증을 경험할 확률리 50~80%로 높아진다고 한다. 또한 임신 기간 중에 불안이나 우울을 경험하는 경우, 갑자기 모유수유를 중단한 경우, 주변으로부터 격리되거나 정서적 육체적인 지지세력이 없는 경우, 과거 우울증과 같은 기분 관련 장애를 경험한 경우, 갑상선 기능에 이상이 있는 경우, 혹은 양육으로 인한 부담과 같은 스트레스가 과도한 경우 등 다양한 원인이 있다고 한다.

■ 산후 우울증의 증상
우울증과 증상은 유사하지만 발병 시기가 출산과 관련이 깊다고 한다. 아이게 대해 죄책감을 느끼거나 본인이 부족한 엄마라는 생각과 동시에 양육에 대한 부담감을 심하게 느끼는 등과 같은 증상이 있다면 산후 우울증을 앓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수 있다. 아이를 출산한 여성이라면 누구나 산후 우울증을 경험할 수 있고, 초산인 경우 아이를 양육하는 일에 대한 부담감으로 인해 더 쉽게 산후 우울증에 걸리기도 한다고 한다.

■ 산후 우울증의 진단과 검사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증상에 대해 듣고, 신체검사를 진행하기도 한다.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산후 우울증의 진단 기준은 일반적인 우울증의 진단 기준과 동일하지만, 출산 후에 우울의 증상이 시작되었다는 데에서 차이가 있어 이 시작점을 알아내는 것이 진단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고 한다. 다만 임신과 출산은 여성의 몸에 다양한 호르몬 변화가 일어나는 시기이다. 필요할 경우 갑상선 호르몬 수치 등을 검사하여 내과적 질환으로 인한 것은 아닌지 확인할 수도 있다 한다.

■ 산후 우울증의 치료 방법
출산 후에 우울을 느끼는 시기는 모유 수유 시기와 겹치기 때문에 항우울제 등 약물 사용을 권장하지 않는다. 그러나 우울이나 불안 증상으로 인해 양육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 문제가 일어나고 자살과 같은 생각을 하게 될 정도로 증상이 심각할 경우에는 전문가와 상의하여 약물치료, 상담이나 정신 치료를 받아야 한다. 

이러한 치료들과 더불어 가족들의 지지가 산후 우울증에 굉장한 도움이 된다고 한다. 따라서 가족들에 대한 교육도 중요하다. 대개 외래 치료를 통해 호전되기도 하나 본인이나 타인의 안전을 위협하는 행동을 할 가능성이 있거나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힘들 정도라면 입원 치료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출처) 게티이미지코리아
(출처) 게티이미지코리아

증상이 점점 악화되어갔고 이대로는 안 되겠다싶은 마음에 집 근처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았다. 우울 심리검사와 불안 척도 검사를 했고 결과는 두 가지 모두 만점에 가까운 수치였다. 생각보다 기자의 우울과 불안은 심각했고, 약물 치료를 권유받았다.

그러나 모유수유중인 관계로 약물치료가 어렵게 되었고, 좌절하던 찰나 얼마전 개관한 지역 보건소의 심리상담센터가 눈에 들어와 문을 두드리게 되었다. 

심리상담 전문가 선생님께서 매 회기 때마다 내게 해주신 말이 있다. “재정님, 잘 오셨어요. 재정님, 이미 충분히 잘하고 계세요.” 남편도, 부모님들도 아닌 완벽한 타인, 제3자에게 듣는 지지와 응원, 그리고 위로가 꽝꽝 얼어붙은 마음을 녹였고, 언제 넘칠지 모르게 가득 차 있던 분노를 잠잠히 잠재우고, 세상에서 나 홀로 짐을 지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았던 마음이 해소되기 시작했다.

비로소 아이들의 눈빛과 표정이 눈에 들어오고, 나를 걱정스레 살피는 남편과 가족들이 눈에 들어왔다. 심리상담가 선생님께서 아이를 데리고서도 심리상담을 진행할 수 있도록 애써주셨는데 그렇게 애써주신 이유를 물으니 대답하셨다. 가득 차 보여서, 어떻게라도 도와주고 싶었다고. 그리고 재정님의 삶에 초대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이다. 

나의 마음 상태를 누군가에게 이야기 하는 것이 꽤나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안다. 더욱이 내가 열 달 간 품고 내가 낳은 아이에게 부담과 걱정을 느끼는 일이 손가락질 받을 것 같고 내가 부족하고 못나서, 그리고 모성애가 없는 사람인 것 같아 혼자서 참아내게 되는 일이라는 것을 안다.

그러나 산후 우울증은 산모의 탓이 아니다. 호르몬 변화로 인해 겪는 순간적인 감정이 아닐 수도 있다. 누구라도 겪을 수 있는 일이고 생각보다 많은 산모들이 겪는 일이다. 감추지 말자. 가족에게 이야기 하자. 조금 더 정서적으로 지지해주고, 육체적 정신적으로 여유를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산후 우울증을 극복하는데 힘이 된다고. 가족에게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면 기자처럼 지역 보건소 내 심리상담센터나 건강가정지원센터의 도움을 받아보도록 하자.

이재정 엄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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