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결정한 채용, 거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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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학수 개인정보보호위원장이 지난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올해 주요정책 추진계획을 발표하고 있다./그래픽=비즈워치

인공지능(AI) 산업의 핵심 데이터인 개인정보의 사용과 관련한 규제 불확실성을 해소하되, AI가 판단한 채용 결과를 사람이 거부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정보주체의 권리를 강화하는 정책이 올해부터 본격 추진된다. 

규제 불확실성 해소…위험성도 살핀다

고학수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AI 환경에 적합한 개인정보 활용 여건을 조성하고, 리스크에 상응하는 안전장치도 마련해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AI 시대를 열겠다”며 올해 주요 정책 추진계획을 이같이 발표했다. 

이를 위해 개인정보위는 △신뢰받는 AI로 국민 삶의 질 제고 △일상이 안전한 개인정보 안심사회 실현 △글로벌 규범을 선도하는 개인정보 생태계 조성 등 3대 정책방향과 6대 핵심과제를 추진할 방침이다. 

우선 데이터 처리방식이 복잡한 인공지능 환경에서 ‘개인정보 보호법’ 적용 원칙과 기준을 구체화한 AI 단계별 ‘6대 가이드라인’ 마련을 추진해 ‘신뢰받는 AI 시대’를 연다는 구상이다. 또 스타트업 등이 AI 모델이나 서비스 개발 과정에서 개인정보위와 함께 개인정보 법령 준수방안을 마련하고, 사업자가 이를 이행한 경우 행정처분을 면제하는 ‘사전적정성 검토제’를 시행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리스크에 비례하는 개인정보 안전조치를 전제로 영상정보 원본 활용을 허용하는 규제 샌드박스를 운영해 자율주행로봇 등 첨단산업 육성을 지원할 계획이다. AI 연구자와 스타트업 등이 안전한 환경에서 유연한 개인정보 처리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개인정보 안심구역’도 본격 운영한다.

인공지능 기술이 이용자의 신뢰를 얻어 사회에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정보주체의 권리도 강화한다. 특히 AI에 기반한 채용, 복지수급자 선정 등 개인의 삶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자동화 결정에 대해 정보주체의 대응권을 보장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정보주체는 AI 등에 의해 결정된 사안에 대해 설명을 요구할 수 있으며, 이를 거부하고 사람에 의해 다시 판단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개인정보위는 AI 유형과 사안별로 프라이버시 리스크 평가기준과 모델도 마련하고, 데이터처리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해 사회적 신뢰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또 개개인이 의료·통신·유통 등 다양한 분야에 걸친 개인정보를 직접 선택해서 활용하고, 개별 영역은 물론 영역을 넘나드는 ‘마이데이터’ 혁신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마이데이터 지원 포털’ 등 제도적·기술적 인프라 구축도 지원할 예정이다. 그러면서도 전송 요구 절차와 전송 방법 등 개인정보 전송요구권 행사를 위한 세부기준도 마련한다. 


시장 변화에도 적극 대응

시장의 빠른 변화에 대응한 정책도 지속 추진된다. ‘온라인 플랫폼 민관협력 자율규제 2.0’ 추진이 대표적이다. 이를 통해 클라우드와 같은 새로운 개인정보 처리 환경과 개인 간 거래(C2C) 플랫폼을 대상으로 자율규제 적용을 확대할 계획이다. 눈속임 설계(Dark Pattern) 등 새로운 유형의 침해 요인 분석 및 조사방향, 조사 전문인력·기술 확충 방안 등을 담은 ‘중장기 조사 로드맵’도 수립하기로 했다.

‘개인정보 처리 방침 평가제’도 시행해 정보주체의 권익을 강화할 방침이다.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아동·청소년 세대의 개인정보 보호 강화를 위한 법제 정비 역시 추진한다. 이와 관련 ‘디지털 잊힐권리 지원사업'(지우개 서비스)의 대상 연령을 24세 이하에서 29세 이하로 확대한다.

자율주행차·로봇, 드론 등 급격한 신기술·신산업 변화에 걸맞은 영상정보의합리적인 활용 기준과 안전장치를 마련하기 위해 ‘개인영상정보법'(가칭) 제정도 추진한다. 보건의료, 공공·안전, 금융 등 유망 분야를 중심으로 합성 데이터 5종 개발을 추진하는 한편, 가명정보 활용의 모든 과정을 다루는 ‘온라인 원스톱 지원 플랫폼’도 운영할 예정이다.

개인정보 보호 책임자(CPO)가 독립성을 가지고 개인정보 보호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전문 CPO 제도’를 도입하고, 이들의 소통과 협력 강화를 위한 ‘CPO 협의회’도 구성하기로 했다. 국제규범과 국내 규율체계가 같은 방향성을 갖고 상호 연계 운영이 가능하도록 개인정보 분야 국제규범 논의도 활성화할 계획이다.

고학수 위원장은 “학습 데이터가 AI 성능을 좌우하고 데이터의 핵심은 개인정보이므로 어느 때보다 개인정보위의 역할이 중요한 시기”라며 “기업의 규제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디지털 환경 변화에 따른 새로운 프라이버시 이슈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국민 신뢰에 기반한 디지털 혁신을 지속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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