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런던 누비던 청년, SaaS 스타트업 ‘집착’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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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진 비즈니스캔버스 대표./그래픽=비즈워치

SaaS(서비스형소프트웨어) 스타트업 ‘비즈니스캔버스’를 2020년 창업한 김우진 대표는 프랑스 파리경영대학교와 영국 런던정치경제대학교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친 이색 이력이 있다. 그것도 영화 연출을 하고 싶어 날아간 프랑스에서 어쩌다 사업에 눈을 뜨게 되면서다.

김 대표는 “사실 영화 연출을 공부하러 떠난 파리의 작은 회사에서 6~7개월 정도 인턴십을 했다”며 “그런데 어쩌다 회사를 물려받아 일하다보니 적성이 이쪽(사업)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했다. 4~5명 정도가 일하던 회사는 1년 정도 뒤에 망했다. 회사는 망했지만 꿈은 남았다. 창업에 대한 꿈이었다. 김우진 대표를 최근 만나 사업 현황과 향후 계획을 들어봤다.

SaaS 시대가 왔다

비즈니스캔버스는 온라인 문서 협업툴 ‘타입드’를 선보이며 스타트업 시장에 등장했다. 시작은 개인적 관심이다. 김 대표는 ‘에버노트’와 같이 업무효율을 높이는 ‘툴’ 마니아였다고 한다. 런던과 파리에서 유학할 때뿐 아니라, 딜로이트·네이버 등에서 일할 때 이같은 툴에 관심을 더욱 높이게 됐다.

그는 “게임은 현재까지 한번도 해본 적이 없는데, 업무 효율을 높이는 툴에는 쉽게 빠져들었다”며 “특히 네이버에서 인턴을 하면서 IT서비스에 대한 관심을 높였고, 딜로이트에서 다양한 클라이언트를 보면서 업무 효율을 높이는 툴에 더욱 관심을 키웠다”고 회상했다.

시장 환경의 변화도 한몫했다. 김 대표가 창업을 준비할 때는 2020년 초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클라우드 기반의 비대면 업무 환경이 대중화하고, 이로 인해 서비스형 소프트웨어가 눈길을 끌던 시점이다. 김 대표는 이런 환경 변화를 보면서 국내 SaaS 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해 7월 법인을 설립했으나 창업 초기 1~2년은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다. 주력상품이 타입드에서 ‘리캐치’와 ‘파운더스’로 바뀐 것도 시행착오와 무관하지 않다. 비즈니스캔버스가 지난해 2분기 선보인 리캐치는 마케팅·세일즈 솔루션이고, 파운더스는 경영계획·관리 솔루션이다. 그는 “크게 배운 것 하나는 만들고 싶은 걸 만들지 말고 고객의 실존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이라고 했다.

김우진 비즈니스캔버스 대표가 비즈워치와 인터뷰하고 있다./사진=비즈워치

비즈니스캔버스가 선보인 SaaS들의 가장 큰 강점도 김 대표가 깨달은 점에서 시작된다. 직접 발로 뛰면서 고객의 목소리를 듣고 서비스를 이리저리 고도화한 덕분이다.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를 빠르게 찾아 개발하고 제공하는 것이다. 그는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를 빠르게 개발하고 론칭하는 것을 반복하는 것이 차별점”이라며 “IT 대기업이 건드리지 않는 뾰족한 부분에 대해 훨씬 더 빠르게 효용을 제공하면서 두개 상품 매출이 전년보다 8배 이상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사실상 경쟁사도 없다는 게 김 대표의 얘기다. 투자자들도 이런 콘셉트와 시장 성장 가능성에 주목했다.

비즈니스캔버스는 창업초기인 2020년 시드 투자 2억5000만원을 시작으로 2021년 20억원, 2022년 50억원, 지난해 60억원을 추가 투자받았다. 누적 투자금액은 132억5000만원에 달한다. 카카오벤처스, 수이제네리스, 두나무앤파트너스, 넥스트랜스, 인포뱅크, 블루포인트, 소풍벤처스, 미래에셋벤처투자, 신한벤처투자 등이 비즈니스캔버스의 잠재력, SaaS 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베팅했다.


스타트업 생태계 기여하며 동반 성장

비즈니스캔버스는 고객의 문제에 집착하는 것이 창업 초기 스타트업이 앞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비결이 될 것으로 봤다. 그는 “앞으로 어떤 곳도 경쟁사가 될 수 있지만, 우리가 이길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고객에게 집착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30명 규모의 작은 팀이지만, 큰 회사 입장에서 ROI(투자자본수익률)가 나오지 않을 수 있는 영역에 있는 고객의 문제해결에 집착한다”고 했다.

실제로 코로나19를 거치며 스타트업·벤처캐피털(VC) 시장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진 상황에 맞춰 고객사가 직면한 문제를 살펴보고 사업 기회를 찾아왔다. 그는 “어렵게 모신 고객사들이 재정적 어려움을 겪는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체계적 재무계획을 세워 투자를 받는 것이 회사 성장에 중요하다는 점을 알게 됐다”며 “그래서 이와 관련한 정보나 지식, 소프트웨어 등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기획하고 제품화까지 진행했다”고 말했다.

이런 빌드업을 거쳐 고도화를 거치고 있는 ‘파운더스’는 언제부터 현금흐름, 매출을 창출하고 비용을 관리할 것인지 질의응답을 통해 계획을 수립하고 관리까지 가능할 수 있는 솔루션으로 진화하고 있다. SaaS 스타트업을 표방하나, 기술 개발에 천착하기보단 고객의 문제를 지속적으로 파악해 고도화하고, 이에 따른 성과를 널리 알려 궁극적으로 사업 규모를 확장하는 방향이다.

이런 ‘집착’ 덕일까. 비즈니스캔버스의 리캐치는 월 500만명이 방문하는 미국 ‘프로덕트헌트'(Product Hunt)에서 국내 스타트업 최초로 ‘이 주의 제품’에 선정되기도 했다. 김 대표는 “프로덕트헌트는 미국 소프트웨어 분야의 빌보드차트라고 보면 된다”며 “이번 선정으로 온라인 상에서 널리 알려져 문의가 오고 있다”고 했다. 리캐치는 기업간거래(B2B) 세일즈 전환율과 업무 과정을 극대화해 매출을 높여주는 도구다. 잠재 고객이 문의를 넣는 동시에 적합한 담당자와 미팅을 예약할 수 있도록 돕는다.

비즈니스캔버스는 스타트업 대상의 행사·교육 프로그램도 자주 마련한다. 최근에도 서울 강남 과학기술컨벤션센터에서 초기 스타트업 창업자 3500명가량을 모아 ‘STARTUP FOUNDERS FAIR'(SUFF)라는 행사를 개최했다. 김 대표는 “기업과 함께 성장해야 하는 B2B(기업간거래) 회사이므로 정보와 네트워크 제공 등을 통해 스타트업 성장에 기여하면 결과적으로 고객이 우리 제품을 더욱 잘 받아들일 수 있고, 잠재 고객도 확대될 수 있다”며 “소프트웨어가 좋아도 시장에 던져놓기만 해선 가치가 온전히 전달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우진 비즈니스캔버스 대표가 업무를 하고 있다./사진=비즈워치

인터뷰를 마칠 때쯤 추가로 사진을 촬영하기 위해 자리를 옮겼는데, 자리에 집착하지 않는 김 대표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대표이사 사무실이 아예 없다. 그의 자리는 일반 팀원들 사이에 있어 구분조차 할 수 없었다. 그는 “이런 자리 배치가 멤버들과 소통하는데 훨씬 편하고, 빠르다”고 했다.

김 대표는 “올해는 제품 고도화와 고객 확보 등 본질에 더욱 집중할 계획”이라며 “중장기적으로 글로벌 SaaS 회사가 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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