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가계통신비에 이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구독료 인하에 나섰다. 수년째 적자를 면치못해 여력이 부족한 토종 OTT는 난감한 기색이다. 적자가 이어지면서 구독료를 낮추기 위한 자금여력이 충분치 않기 때문이다.
수년째 적자 누적된 국내 OTT
22일 ICT(정보통신기술)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19일 OTT 업체 관계자들을 만나 구독료 부담을 줄이기 위한 방안을 의논하는 자리를 가졌다. 회의에서는 티빙, 웨이브, 왓챠,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를 비롯한 5곳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구독료 인하에 나선 이유는 스트림플레이션(스트리밍+인플레이션)이 본격화됐기 때문이다. 디즈니플러스는 지난해 4K UHD 화질 요금제를 월 9900원에서 1만3900원으로 인상했다. 넷플릭스는 가장 저렴한 ‘베이직 요금제(월 9500원)’을 신규 가입을 없앴는데 이로 인해 실질적으로 요금을 인상한 효과를 낳았다. 티빙은 베이직 요금제를 7900원에서 9500원으로, 프리미엄 요금제는 1만3900원에서 1만7000원으로 올렸다.
좀처럼 적자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국내 OTT업체들은 마뜩찮은 상황이다. 2022년 기준 티빙과 웨이브는 각각 1192억원, 1217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으며 왓챠도 555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넷플릭스의 한국법인인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는 142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면서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티빙의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은 2265억원, 순손실은 1177억원이다. 같은 기간 콘텐츠웨이브 또한 누적매출 2459억원, 순손실 797억원을 기록하면서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비상장사이자 모기업이 따로 없는 왓챠는 아직 실적이 발표되지 않았지만 마찬가지로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수익성 확보할 때인데… ‘난감’
티빙은 이용자 확보를 위해 최근 두 가지 강수를 던졌다. 광고를 삽입하는 대신 월 5500원으로 금액을 낮춘 광고형 요금제(AVOD)를 출시해 문턱을 낮췄고, KBO(한국프로야구)리그 중계권에 베팅하는 강수를 뒀다. 업계에 따르면 티빙의 모기업인 CJ ENM인 기존 중계권 금액의 두배에 달하는, 연평균 400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트림플레이션의 주 원인 중 하나는 OTT업계 경쟁이 심화되면서 이용자를 확보하기 위한 ‘킬러 콘텐츠’에 투자하기 위한 비용이 천정부지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매출을 끌어올려 수익성을 제고해야 하는 상황에서 국내 OTT들에게는 정부의 구독료 인하 주문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를 비롯한 해외 OTT업체들이 요금인하를 따르지 않을 경우 국내 OTT업체만 역차별을 당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당장 취약 계층을 대상으로 제공하는 ‘디지털 바우처’ 사업 역시 국내 OTT사업자만을 대상으로 참여 의사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기업들이 한국 시장에만 요금제를 인하하기는 실질적으로 어려울 텐데, 결국 국내 OTT 사업자만을 상대로 압박이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