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스타트업의 아라비아 상인 공략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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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에 돈이 쌓여있습니다. 국내 스타트업이 공략하면 훨씬 더 크게 성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석구 전 아랍에미리트(UAE) 대사는 지난 21일 서울 강남구 디캠프(은행권청년창업재단)에서 열린 ‘중동진출 세미나’에서 “중동은 돈이 모이는 곳이고 기업 대상의 법률도 오픈돼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중동, 기회의 땅

중동이 스타트업 성장에 기회의 땅으로 떠오르고 있다. 고유가 기조에 따른 중동 지역 흑자재정 영향으로 역내 에너지·인프라 프로젝트 발주가 확대되면서 한국의 올해 중동 수출도 전년대비 대폭 증가할 전망이다.

코트라에 따르면 한국의 중동 수출 규모는 2019년 228억달러에서 지난해 279억달러로 증가했다. 경제 성장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IMF(국제통화기금)는 중동 지역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지난해보다 1.4%포인트 상승한 3.4%로 예상했다.

중동 주요국의 정책도 외부 기업 유치에 우호적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경제개혁정책 ‘비전 2030’의 일환으로 국가산업전략의 대대적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신규 경제특별구역 4곳을 지정해 투자 인센티브 확대했다. UAE도 ‘Make it in the Emirates’과 ‘인더스트리 4.0 이니셔티브’ 등 제조업 활성화 정책을 본격화하면서 외국 기업을 역내로 끌어들이려 노력하고 있다. 

김영덕 디캠프 대표는 “중동시장은 투자자도 투자를 받기 좋은 곳”이라며 “큰 스타트업은 최소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 정도의 큰 자금을 유치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날 행사를 기획한 이보람 써드에이지 대표는 중동이 다른 지역 대비 업무 효율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미국 같은 지역은 시차 때문에 한국과 같은 시간대에 일하기 어려운 반면, 중동은 3~4시간은 업무시간이 중첩된다”며 “과거 건설 프로젝트 영향으로 한국 기업과 인재에 대한 선호도가 높고, 형제·자녀뿐 아니라 부인도 많은 영향으로 ‘패밀리 오피스’를 운영하면서 작은 규모의 투자도 많이 이뤄진다”고 귀띔했다. 

지난 21일 서울 강남구 디캠프(은행권청년창업재단)에서 열린 ‘중동진출 세미나’에서 한용경 터닝포인트 MEA 대표가 발표하고 있다./사진=비즈워치

2015년부터 코트라 두바이 무역관, 삼성전자, LG전자의 중동 현지 법인에서 일한 뒤 최근 ‘터닝포인트 MEA'(중동)를 창업한 한용경 대표는 “중동·북아프리카 지역 인구가 6억명인데 30세 이하 인구 비율은 58%에 달하고 출산율도 대체로 2명을 넘는 등 중동은 매우 역동적인 사회”라며 “한국에서의 성공이 다른 국가에서의 성공을 보장하지 못하는 반면, 중동은 같은 언어와 문화종교를 공유하므로 다른 국가로 확장도 용이하다. 기업의 경쟁률은 낮으면서 성장성이 높은 시장”이라고 분석했다.

중동 지역은 무엇보다 탈석유 정책의 일환으로 스타트업과 같은 혁신을 주도하는 미래산업 생태계 육성에 적극적인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 대표는 “UAE의 경우 오는 2030년까지 8000개 스타트업을 육성해 20개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기업을 키운다는 목표”라고 전했다.

중동 특성 면밀히 살펴보고 접근해야

그렇다고 중동 지역 진출을 무턱대고 추진해선 안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김영덕 디캠프 대표는 “사업을 할 때는 상호 주고받는 게 있어야 오래 간다”며 “그들은 대규모 자금을 굴리는 만큼 우리보다 정보력이 월등히 뛰어나므로 우리에게 무엇을 기대할까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윤성노 베스핀글로벌 CFO(최고재무책임자)도 “지난해 UAE 제1 통신사인 ‘e&’으로부터 1400억원 규모 투자를 유치했다”면서도 “중동 지역에서 사업을 하면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은 피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고 회상했다. 

투자유치를 클로징하면서 사우디 정부 승인을 받아야 했는데 라마단 기간이 겹치면서 상당한 시간이 지연되기도 했다는 것이다. 그는 “중동도 나라마다 문화와 시스템이 모두 다르다는 점을 잘 알아야 한다”며 “서구화가 다소 진행된 UAE 기준으로 생각해 사우디도 라마단 때 며칠 정도 쉴거라 예상했는데, 달 모양을 보고 3주나 쉰다고 결정된 기억이 난다”고 했다.

중동 시장에서도 인지도 있는 대형 기업과 쌓은 레퍼런스도 현지 공략에 중요한 요소라는 게 윤 CFO의 조언이다. 그는 “베스핀글로벌이 SK텔레콤을 포함해 그들이 알만한 기업으로부터 투자를 받은 점이 어필이 됐다”며 “그들이 알만한 기업과 협약을 맺거나 투자를 받거나 고객사로 보유한 역량을 쌓으면 효과가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석구 전 UAE 대사도 “그들의 문화와 언어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며 “중동에서 MOU(업무협약)를 체결하면 아랍어와 영어로 적혀있는데, 각 언어의 뉘앙스가 어떻게 다른지 국제법과 현지법에 맡게 돼 있는지 제대로 분석하지 않으면 사업에 큰 문제가 생기거나 지식재산권을 뺏길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그들이 아라비아 상인이라면 우리는 개성, 고려 상인이므로 절대로 기죽을 필요는 없지만, 사업은 제도적 리스크 등을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며 “또한 중동은 한국에서 투자받은 기업을 투자에서 배제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중동에서 크게 성장하고 싶다다면 인내심을 갖고 투자와 엑시트(투자금회수) 플랜을 계획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김태준 에이버츄얼 대표는 “남의 말을 너무 많이 듣지 말고 10번 이상 타깃 국가에 직접 가서 돈을 낭비하면서 네트워크를 쌓고 시장 조사를 하면 아까워서라도 사업을 잘하게 된다”며 “지난해 UAE 경제사절단으로 중동에 갔을 때 현지 복장을 혼자 입고 다녔다. 현지에서 스타트업을 하려면 조금 튈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에이버츄얼은 지난해 두바이에 100억원 규모 살균 솔루션 수출 계약을 해내면서 화제가 된 바 있다. 김 대표는 “경제사절단 인연으로 정의선 현대차 회장님도 만났는데, 현재 현대차 남양연구소에서 저희 자료를 검토하고 있다”며 “생각보다 남들은 열심히 살지 않는다. 평소 자세와 에너지를 밝은 생각에 사용해 운이 들어오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용경 대표는 “사우디와 UAE가 중동의 ‘허브’ 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이고 있는 점도 기회로 볼 수 있다”며 “중동 진출에서 성공하려면 자주 방문해 얼굴을 보면서 친밀감과 신뢰를 쌓고, 아랍어 역량 구축을 기본으로 현지화와 시장 조사를 확실히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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