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골칫거리 의료폐기물, 병원에서 ‘직접’ 처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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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최상국 기자]의료기관, 동물병원 등에서 배출되는 의료폐기물을 더 이상 전용 소각장이 아닌 일반 소각장에서 처리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한국기계연구원(원장 류석현)은 고온, 고압 증기로 99.9999%의 완벽한 멸균 처리가 가능한 의료폐기물 처리장치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기술이전 기업인 ㈜바이탈스와 함께 시간당 100kg 이상의 의료폐기물을 병원에서 바로 처리할 수 있는 완제품을 개발, 충남대학교 병원에서 실증까지 마쳤다.

한방우 기계연 도시환경연구실장이 의료폐기물 멸균장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기계연]

현재 의료폐기물 전용 소각시설은 전국에 13곳뿐이며, 병원은 전문 업체를 이용해 의료폐기물을 가장 가까운 소각장으로 이동시켜 처리한다. 특히, 제주도 등과 같은 섬에서는 자체적인 의료폐기물 소각장이 없어 선박이나 비행기를 통해 소각장까지 운반해야 하기 때문에 감염 위험성이 높고, 폐기물 처리에 따른 경비 부담이 크다.

이번에 개발한 기술은 병원에서 의료폐기물을 직접 멸균 처리한 후 일반폐기물로 전환시키는 것으로, 수송 과정에서의 감염 위험성을 차단하고 폐기물의 소각량 감소와 수송 거리 단축을 통한 비용 절감에 기여할 수 있다. 환경부 고시 기준 폐기물 처리단가를 단순 비교시 일반폐기물 처리비용은 의료폐기물 대비 21% 수준으로 연간 발생되는 의료폐기물을 30%만 처리해도 718억원 규모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개발한 장치는 바이러스와 박테리아 등 생물학적 유해 물질을 고온의 멸균 기술과 고압 증기 방식으로 처리한다. 높은 온도의 증기가 의료폐기물 내부 깊숙하게 침투할 수 있도록 잘게 분쇄하고, 세계 최고 수준인 138℃에서 10분 또는 145℃에서 5분 이상 처리해 멸균처리 시간을 33% 정도 단축시켰다.

또한 국가시험인증기관인 한국산업기술시험원으로부터 99.9999%의 멸균 성능을 확인하고,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신기술(NeT) 인증을 받았다.

기존에는 마이크로웨이브에 노출된 수분을 최대 100℃까지만 가열시켜 멸균 작업을 해왔으나, 작업자의 전자파 노출 위험성이 높고 내부에 금속 물질 등이 유입될 경우 화재 등의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안전상의 주의가 필요하다.

기존 기기의 마이크로파 방식(왼쪽)과 개발된 고온고압 증기 멸균 방식(오른쪽) [사진=기계연]

연구팀은 충남대병원 실증 과정에서 크기나 배치 상태를 쉽게 조정할 수 있도록 개발해 병원의 규모나 내부 공간 규격에 맞게 설치 기기를 제작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방우 기계연 도시환경연구실장은 “의료폐기물 고온·고압 증기 멸균 기술은 완전 밀폐 환경에서 거의 모든 감염균을 박멸하는 방식”이라며 “이 기술을 향후 감염 동물 사체의 멸균 처리기술로도 확장 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류석현 기계연 원장은 “이번 연구성과는 출연연으로서 국가적 난제 해결에 기여한 것은 물론 우리 연구원의 기업지원 사업으로 개발된 기술을 대전시 소재의 산·학·연·관이 협력해 실증까지 마쳤다는데 매우 의미가 크다”며 “앞으로도 지역 연계 사업을 적극 지원하고, 국민의 건강과 안전에 도움을 주는 기술을 개발하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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