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과학] 화학물질 없이 식각하는 반도체 기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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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최상국 기자] 나노미터 단위의 미세한 패턴을 화학물질 없이 기계적·전기적 방법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반도체 제조에 활용할 경우 비싼 리소그래피 장비 없이도 대면적 나노구조를 형성할 수 있어 산업적인 잠재력이 클 것으로 기대된다.

KAIST 신소재공학과 홍승범 교수 연구팀은 제네바 대학교와 국제공동연구를 통해 ‘강유전체 표면의 비대칭 마멸 현상’을 세계 최초로 규명하고, 이를 활용해 혁신적인 나노 패터닝 기술을 개발했다고 26일 밝혔다.

(왼쪽부터) 홍승범 KAIST 신소재공학과 교수, 패트리샤 파루치(Patrycja Paruch) 제네바 대학교 양자물질 물리학과 교수, 조성우 박사 [사진=KAIST]

차세대 반도체 메모리 소재로 주목받고 있는 강유전체를 화학물질없이 식각할 수 있다면 기존의 반도체 패터닝 방식과는 달리 고비용의 리소그래피 장비가 필요하지 않고, 기존 공정 대비 매우 빠르게 나노 구조를 제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연구팀은 나노 단위의 매우 작고 날카로운 탐침에 전기장을 가해 강유전체의 분극 방향을 바꾸고, 기계적으로 마모를 일으키면 표면의 분극 방향에 따라 마모되는 특성이 달라져 나노 구조를 쉽게 제작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다이아몬드 탐침으로 강유전체 단결정 표면을 기계적으로 갈았을 때 분극 방향에 따라 표면의 마모특성이 달라지는 현상을 발견하고 이를 반도체의 나노패터닝 기술에 적용한 것이다. 연구팀은 반복적인 전기적 스위칭과 기계적 패터닝을 통해 나노 단위의 복잡한 3차원 구조를 만들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강유전체 표면의 비대칭 트라이볼로지(마찰 및 마모) 그림. a: 강도 및 경도가 높은 다이아몬드 탐침을 이용해 대표적인 강유전체 소재인 LiNbO3 단결정을 기계적으로 갈았을 때 분극 방향에 따라 마모 특성이 다르게 나타난다. 기계적 마모 이전 평탄했던 소재 표면(b)이 분극 방향(e)에 따라 다르게 갈림 (c). 기계적 마모 중 마찰 신호 또한 분극 방향에 따라 달라짐을 보임 (d). 스케일 바: 2 µm [사진=KAIST]

연구팀은 강유전체 소재의 표면 특성에 관한 연구에 집중했다. 이들은 원자간력 현미경(Atomic Force Microscopy)을 활용해 다양한 강유전체의 트라이볼로지(Tribology, 마찰 및 마모) 현상을 관찰했고, 강유전체의 전기적인 분극 방향에 따라 마찰되거나 마모되는 특성이 다르다는 것을 세계 최초로 발견했다.

또한 이러한 분극 방향에 따라 달라지는 트라이볼로지의 원인으로 변전 효과(Flexoelectric effect)에 주목했다. 변전 효과란 물질이 휘어졌을 때 분극이 발생하는 현상이다. 하지만 거시 규모에서는 유도되는 분극의 크기가 매우 작아 그동안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물질이 나노미터급으로 작을 경우에는 매우 큰 변전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최근 주목받기 시작했다.

연구진은 강유전체의 트라이볼로지 특성이 나노 단위에서 강한 응력이 가해질 때 발생하는 변전 효과로 인해 강유전체 내부의 분극 방향에 따른 상호작용으로 트라이볼로지 특성이 바뀌게 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또한 이러한 새로운 강유전체 트라이볼로지 현상을 소재의 나노 패터닝에 응용했다.

비대칭 트라이볼로지를 이용한 신개념 패터닝 기술. a: 반복적인 전기 분극 반전과 기계적 패터닝을 이용한 3차원의 복잡한 나노 구조를 제작할 수 있음. b-d: 분극 유래 리소그래피를 이용해 제작된 3차원 복잡 구조의 실시 예, 스케일 바: 3 µm [사진=KAIST]

이번 연구의 제1 저자인 KAIST 신소재공학과 졸업생 조성우 박사는 “이번 연구는 세계 최초로 강유전체 비대칭 트라이볼로지를 관찰하고 규명한 데 의의가 있다.이러한 분극에 민감한 트라이볼로지 비대칭성이 다양한 화학적 구성 및 결정 구조를 가진 강유전체에서 널리 적용될 수 있어 많은 후속 연구를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공동교신저자인 제네바 대학교 파루치(Paruch) 교수는 “변전 효과를 통해 강유전체의 분극 방향에 따라 서로 다른 표면 특성을 나타내는 것을 활용함으로써, 다양하고 유용한 기술들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 연구가 앞으로 뻗어나갈 분야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피력했다.

연구를 이끈 홍승범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개발된 패터닝 기술은 기존 반도체 공정에서 쓰이는 패터닝 공정과 달리 화학 물질을 사용하지 않고, 매우 낮은 비용으로 대면적 나노 구조를 만들 수 있어 산업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전망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KAIST 글로벌특이점 사업의 지원으로 스위스, 스페인 연구진과 공동으로 수행됐으며,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1월 9일 출판됐다. (논문 제목: Switchable tribology of ferroelectr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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