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가 인공지능(AI)과 밀착 행보를 보이고 있다.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구글이 AI와 게임의 접목을 강조하며 격변을 예고한 가운데 국내 게임사들도 관련해 논문을 내거나 글로벌 협업을 추진하는 등 AI를 통한 사업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지난달 미국 구글 본사를 찾아 구글 클라우드와 AI 생산성 향상을 위한 중장기 협업 모델을 세웠다. 이에 따라 앞으로 엔씨와 구글은 새로운 게임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개발 과정 전반에 AI 기술을 적용할 계획이다. 게임 개발·운영을 위한 데이터 분석, 라이브 서비스 운영 최적화에 구글 클라우드 서비스를 도입한다. 아울러 게이밍 생태계 구축을 위한 플랫폼도 개발한다.
AI 관련 논문 게재도 눈에 띈다. 엔씨소프트는 AI 핵심 기술인 신호처리 분야에서 글로벌 최대 학술대회인 ‘ICASSP(국제음향음성신호처리학술대회) 2024’에 논문을 게재했다. △멀티모달 언어모델의 시각적 환각 현상 완화 △열악한 환경 속 얼굴 인식 정확성 개선 △사용자 음성을 깨끗하게 걸러내는 호출어 인식 모델 △얼굴 이미지에 맞는 가상 음성 생성 시스템 등 총 4편이다. 회사는 이번 연구를 기반으로 AI 기술을 향상해 게임 개발에 활용할 방침이다.
넥슨은 사내 AI R&D(연구·개발) 조직인 ‘인텔리전스 랩스’를 중심으로 생성형 AI를 게임에 접목하는 작업에 한창이다. 최근 집중 연구하는 기술은 게임 내 ‘AI NPC(도우미 캐릭터)’다. 보스나 주요 캐릭터에 정해진 스크립트가 아닌 AI 페르소나를 도입해 게임 속 세계관을 토대로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기술이다.
넥슨은 앞서 구글 클라우드와 AI 부문에서 협업해 외설이나 혐오, 폭력 등 유해 이미지 탐지 AI 모델의 성능을 고도화하기도 했다. 자체 수집한 이미지뿐만 아니라 애니메이션과 게임에 특화한 최적의 데이터셋을 구성하고 AI를 학습시켰다. 이 과정에서 구글 클라우드와 수십 테라바이트(TB)에 이르는 대규모 데이터 학습을 효과적으로 진행했고, 결과적으로 AI 모델의 성능을 높였다는 설명이다.
넷마블은 ‘마젤란실’과 ‘콜럼버스실’로 구성된 AI센터를 통해 이용자 경험을 개선하고 게임 품질을 높이는 작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AI를 기반으로 한 음성명령 기술과 기계번역도 연구 중이다. 크래프톤은 딥러닝본부에서 개발한 AI 기술을 게임에 적용하는 단계까지 왔다.
AI 기술 개발과 도입은 그간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의 화두였다. 특히 게임사들은 AI를 내걸고 생산성과 효율성을 끌어올리려는 움직임에 적극적이다. 지난달 열린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게임개발자콘퍼런스(GDC) 2024’에서도 화두는 단연 AI였다. GDC는 전 세계 유수 개발자와 기업들이 모여 게임 동향과 첨단 기술을 공유하는 자리다.
올해는 구글과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등 AI 분야 유수 기업들이 나서 강연을 진행했다. 특히 구글은 “생성형 AI 활용으로 게임의 미래를 재창조(Reimagine)하겠다”는 세션을 진행하며 플레이어 경험 향상과 개발 생산성 향상 등을 강조했다.
최승호 상상인증권 애널리스트는 “게임산업이 반등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며 “AI는 그런 점에서 ‘새 화두(Something new)’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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