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한 ‘일방통행’ 과기정책, ‘제발’ 양방통행 ‘쫌’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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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정부가 지난해 일방적으로 연구개발(R&D) 예산을 삭감하더니 올해 들어 R&D 예비타당성(예타) 조사를 폐지하겠다고 나섰다. 이를 두고 과학기술계는 “그동안 예타로 힘들었던 과기계가 반길 것으로 생각하는 듯한데 전혀 그렇지 않다”며 언제까지 일방적 지시형 과기정책으로 일관할 것이냐며 비판하고 나섰다.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노동조합)은 23일 관련 성명서를 통해 “R&D 예타 폐지가 능사가 아니다”며 “탁상행정이 아닌 공개적 논의를 통해 제대로 된 제도를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지난 17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R&D 예타 전면 폐지를 선언했다. R&D는 경제성, 사업 타당성을 우선으로 하는 SOC(사회간접자본)와 달라 사전에 타당성을 점검하는 것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정부세종청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사진=정종오 기자]

기존의 예타 방식과 근본적으로 다른 R&D만의 검토 방식이 필요하다는 주장이었다. 노동조합 측은 “지난해 구체적 근거와 대책도 없이 R&D 예산 일괄 삭감을 지시한 것처럼 올해는 충분한 검토도 없이 대통령이 R&D 예타 폐지를 갑자기 지시했다”며 “일부에서는 R&D 예타 폐지를 환영한다는 목소리가 있기도 한데 우려의 목소리 또한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연구 현장에서는 최소한의 타당성도 갖추진 못한 사업이 부처의 장·차관이나 힘 있는 실·국장의 희망 사업이라는 이유만으로 추진되는 것은 아닌지, 사업추진의 타당성에 대한 검토도 없이 몇몇 부처 관료에 의해 사업추진이 좌지우지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는 것이다.

지난해 R&D 예산을 대폭 삭감하고 올해는 R&D 예산을 대폭 증액하겠다는 정부의 즉흥성을 보면 R&D 예타의 순기능을 어떻게 유지할지, 바뀐 제도의 공정성을 어떻게 담보할지에 대해 충분하게 고민은 하고 있는지 걱정이 앞설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노동조합 측은 “무엇보다도 R&D 예타에 관한 주요한 논의가 공개되지 않고, 몇몇 행정관료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다는 점이 가장 우려스럽다”며 “국가재정전략회의 이전부터 R&D 예타가 폐지되거나 대폭 변화할 것이라는 얘기가 곳곳에서 나왔는데 세부적 내용이 공개된 적은 없다”고 비판했다.

더욱이 R&D 예타를 수행하는 전문기관에 문의해도 자신들은 어떻게 변하는지 전혀 모른다는 대답만 돌아왔다고 전했다. 노동조합 측은 “현장 연구자는 물론 R&D 예타를 수행하는 기관에서조차 어떻게 바뀌는지 잘 모르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지난 8일 정부세종청사 인근 식당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과기정통부]

이해관계자와 전문가그룹의 충분한 검토 없이, 행정관료 몇몇 사람의 주도로 일정에 쫓겨 추진되는 제도는 항상 혼란과 부작용을 초래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R&D 예타 제도의 문제점은 무엇이며 제도개선으로 해결될 수 없는지, 예타 대안 제도에 반드시 담아야 하는 내용은 무엇인지, 기존 예타나 대안 제도가 공정성을 담보하고 시비 없이 추진할 수 있는 R&D 거버넌스 형태는 어떤 것인지 등에 대해서 공론화하고 충분히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노동조합 측은 “R&D 예타 전면 폐지가 능사는 아니다”며 “다양한 이해관계자, 현장 연구자, 전문가그룹의 참여와 논의를 통해 제대로 된 R&D 예타제도를 마련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지난해 대통령의 일방적 R&D 예산삭감과 같은 즉흥적 정책에 따른 현장 혼란은 한 번으로 족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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