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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숙 청문보고서…여야 이견에 채택 보류

끝나지 않는 법카 사적유용 논쟁

정책적 역량 부실 평가도

尹, 조만간 임명 강행 가능성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지난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방송통신위원장 인사청문회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여야가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의 인사청문보고서에 대한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채택을 보류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즉시 국회에 재송부를 요청한 후, 보고서 채택 여부와 무관하게 이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강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는 29일 오후 전체회의를 열고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의 건’을 논의했지만, 여야 이견으로 보류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의 인사청문보고서 재송부 요청이 오면 다시 채택 여부를 논의하기로 했다.

인사청문보고서 기한 내 채택이 무산되면 대통령이 10일 이내 기한을 정해 국회에 재송부를 요청할 수 있다. 이마저 무산되면 대통령은 국회 동의 없이 방통위원장을 임명할 수 있다.

3시간 넘게 진행된 이날 회의는 이 후보자 방통위원장 적격성 여부를 두고 여야간 치열한 논쟁이 오가며 제2의 인사청문회 방불케 했다.

민주당은 이 후보자에 대한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 제기를 이어갔다. 황정아 민주당 의원은 “법인카드 사적 유용은 업무상 배임으로 수사기관으로 보내 강제수사를 받아야 할 범죄”라며 “고발 조치해서 철퇴를 내려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은 법인카드 사적 유용이 실제로 이뤄졌다면 문재인 정권 시절 MBC 사장이 바뀌고 전 경영진들을 상대로 대대적인 감사에 나섰을 때 문제가 드러났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노종면 민주당 의원은 “그 당시 문제를 발견하지 못했더라도 그것이 이 후보자의 의혹을 두둔할 명분이 되지 않는다”고 받아쳤다.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김혜경 씨는 경기도 돈을 썼다. 논란의 여지가 있는 게 아니라 사실관계가 다 밝혀졌다”며 “그런 문제에는 한 마디도 못하는 사람들이 사적 유용이 드러나지 않은 것을 단정하는 것은 인격모독”이라고 지적했다.

표현 하나를 두고 여야간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이 이 후보자의 청문회를 두고 ‘인민재판’이라고 비판하자, 최 위원장은 “전체주의 국가에서 생활하시다보니 민주주의적 원칙이 안 보이십니까”라며 “여기는 대한민국 국회입니다. 인민재판이라는 표현이 말이 됩니까”라고 했다. 박 의원의 탈북 이력을 직접 거론한 것이다.

약 한 시간 뒤 최 위원장은 박 의원에게 “아까 대화 과정에서 전체주의 운운한 것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며 “박충권 의원께서 사선을 넘어 자유주의국가 대한민국으로 오신 부분에 경의를 표한다”고 했다. 박 의원은 “그런 말씀을 하셨다는 것을 뒤늦게 알고 공식 사과를 요청할 생각이었는데 먼저 사과하셔서 감사하다”고 답했다.

‘식물 방통위’ 책임이 어느 당의 탓인지에 대한 논쟁도 벌어졌다. 박충권 의원이 민주당이 MBC 대주주인 방문진 이사를 지키기 위해 방통위를 식물 상태로 만들었다고 비판하자, 최 위원장은 국회의장이 추천한 황열현 방심위원은 임명을 기다리다 그만 뒀고 최선영 방심위원은 8개월 이상 기다리다 임기가 끝나버렸다며 “맥락을 보지 않고 민주당을 탓하는 것은 현실을 도외시한 일방적인 대통령 옹호”라고 반박했다.

이 후보자의 정책적 역량이 부실하다는 평가도 나왔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정책적 역량이 후보자 이력에 비해 상당히 부실했다”며 “공정이란 잣대가 기계적으로 대통령을 한번 옹호하고 한번 비판하면 공정한건지, 국민 뜻을 따르면 공정한건지 전혀 답변하지 않았다. 또한 전 지역방송 사장으로서 평소에 많은 문제의식을 가졌어야 할 지역방송 진흥 방안을 물어봤더니 원론적인 답변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이날 여야 이견에 따라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이 보류된 가운데 윤 대통령은 이르면 내일 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하고, 그 다음날 이 후보자를 곧바로 방통위원장에 임명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그 직후 이상인 전 부위원장 후임도 임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통령실은 현재 부위원장 후임으로 김태규 현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방통위원장과 부위원장 임명 시 방통위는 ‘2인 체제’로 복구된다. 앞서 이상인 방통위원장 직무대행 겸 부위원장 자진 사퇴하면서 방통위는 현재 ‘0인 체제’ 상태다. 이 전 직무대행이 자신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 표결에 들어가기 전 스스로 물러났다. 탄핵소추안이 국회 통과할 경우 최장 180일간 방통위원직 수행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방통위원장과 부위원장 임명에 따라 의결정족수 2인이 채워지게 되면 방통위는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KBS, EBS 선임안을 잇따라 처리할 전망이다. 방문진과 KBS, EBS 이사 임기 만료는 각각 8월 12일, 8월 31일, 9월 14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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