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사 NFC 결제 앱 허용…한국 제외
유럽선 타 앱마켓 설치까지 수용
2년 전 한국서 외부결제 허용했지만
인앱결제 맞먹는 수수료로 ‘꼼수’ 지적
애플이 미국, 유럽 등 주요국의 반독점 규제 움직임에 보안을 명분으로 굳게 닫았던 독자 생태계의 빗장을 서서히 풀고 있다. 그러나 한국에선 여전히 폐쇄적인 정책을 고집하면서 한국도 글로벌 규제 흐름에 발맞춰 애플의 독점 지배력 남용 행위를 막는 데 속도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새 운영체제인 iOS 18.1부터 애플페이·애플월렛 외에도 보안 요건을 충족한 애플리케이션(앱)의 근거리무선통신(NFC) 비접촉식 결제를 허용한다고 지난달 14일(현지시간) 발표했다. EU집행위원회와 4년의 반독점 갈등 끝에 ‘탭앤고’ 기술(삼성페이, 애플페이와 같은 기능) 개방에 합의한 데 따른 것이다. 이로써 아이폰에서 애플페이 외에 삼성페이, 구글페이 등 다른 결제 방식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애플의 이러한 조치는 미국과 유럽연합(EU)을 비롯해 각국의 규제당국이 탭앤고 기술 개방을 압박한 데 따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미국 법무부는 지난 3월 애플이 애플페이 대안 서비스를 불법적으로 차단하고 있다며 애플을 상대로 반독점 소송을 제기했다. EU 집행위는 2020년부터 애플이 애플페이에만 탭앤고를 허용하는 데 대한 반독점법 조사를 이어오다 지난 1월 애플이 NFC 기능을 외부에도 허용하는 시정안을 EU에 제출하자 이를 수용하면서 애플페이에 관한 반독점법 위반 조사를 종결한다고 밝힌 바 있다.
애플은 지난 3월에는 유럽 지역 한정 3자 앱마켓과 결제수단을 허용했다. 아이폰 이용자가 애플 앱스토어가 아닌 다른 앱스토어에서 앱을 다운받을 수 있도록 하고, 개발자는 아이폰의 인앱 결제가 아닌 다른 결제 수단을 제공할 수 있도록 규정을 바꿨다. 지난 3월 EU에서 빅테크의 폐쇄적인 플랫폼을 전면 개방하도록 한 디지털 시장법(DMA)이 시행됨에 따라 규제의 칼날을 피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여기에 자사 결제 시스템을 통한 거래에 대해 수수료도 15∼30%에서 10∼17%로 낮췄다. 대체 결제 시스템을 통한 거래는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는다.
EU는 애플의 꼼수까지 원천 차단하려 하는 등 반독점 행위에 강경 대응하고 있다. 애플은 DMA 시행 후 유럽에서 이례적으로 제3자 앱마켓 설치를 허용하기로 했지만, 설치 건당 0.5유로의 ‘핵심 기술 수수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이에 EU집행위는 해당 수수료가 법을 위반하는지 조사를 추가로 개시한다고도 밝혔다. 수많은 앱개발자들이 해당 수수료를 꼼수로 비판한 만큼, 유럽 당국은 이 수수료가 새로운 시장 진입 장벽이 아닌지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이처럼 애플이 각국 규제당국 압박에 수용하는 태도를 보이는 만큼 한국도 전방위적인 압박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에서는 이른바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전기통신사업자법 개정)’이 지난 2022년 시행됨에 따라 애플이 앱 내 3자 결제를 허용하며 한발 물러섰다. 그러나 앱 개발자가 결제 건당 애플에 내야하는 수수료율을 27%로 책정하면서 인앱결제 수수료율(30%)과 큰 차이가 없어 개발자들이 인앱결제 대신 3자 결제를 선택할 유인 효과가 적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해 10월 구글·애플 인앱결제 강제와 관련해 과징금 690억원을 부과하는 시정조치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최종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방통위 측은 “방통위가 정상화되면 심의, 의결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숙 신임 방통위원장 탄핵 소추, 방통위원 추천 절차 난항 등에 따라 방통위는 현재 주요 안건을 의결할 수 없는 식물 상태다.
국회에서도 규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 등 11인이 발의한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안 2건이 최근 소관위원회인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접수됐다. 그 중 한 법안은 앱 마켓 사업자인 애플의 제 3자 앱마켓 불허 등 독점 운영 방식에 제재를 가하는 게 골자다. 애플이 제3자 앱마켓을 허용하지 않는 이유로 꼽고 있는 보안 문제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과기정통부장관이 앱 마켓, 결제방식, 모바일콘텐츠 등에 대한 보안성을 평가해 공개할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대표 발의자인 박충권 의원은 “일부 앱 마켓사업자는 운영체제, 앱 마켓, 결제방식 등 모바일 생태계의 핵심적인 플랫폼 및 서비스를 수직 계열화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획득한 거래상 지위를 이용해 다른 사업자의 진입 또는 정당한 사업 영위를 제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제안 배경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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