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은행장 또 중앙회? 금융지주?…힘 받는 내부 승진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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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른 금융사고 논란 수습해야

기획·전략보단 실무형에 ‘무게’

서울 서대문 NH농협은행 본점 전경. ⓒNH농협은행

새로운 NH농협은행장을 정하기 위한 인선이 시작되면서 이번에는 현직 부행장들 가운데 발탁이 이뤄져야 한다는 내부 승진론이 힘을 받고 있다. 농협은행이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된 2012년 신경분리 이후 지금까지의 최고경영자들은 모두 행장이 되기 직전 농협중앙회나 NH농협금융지주에 몸을 담고 있던 케이스였다.

특히 최근 농협은행에서 불거진 잇따른 금융사고로 논란이 되고 있는 만큼, 이제는 기획이나 전략통보다는 영업 현장에 대한 이해를 갖추고 디지털화 등 변화된 시류에 밝은 실무형 인사가 필요할 때라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금융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달 말부터 차기 농협은행장 선임 과정을 개시했다. 이석용 현 행장의 임기는 올해 말로 종료된다.

지금까지 농협은행장 인사에서의 특이점은 모든 인사들이 중앙회나 금융지주에서 자리를 옮겨 오는 형태였다는 점이다. 과거 농협은행에서 일해본 경력이 있더라도, 행장이 되기 바로 전에는 중앙회나 금융지주에 적을 두고 있었다는 얘기다.

현재의 농협은행 법인은 2012년 만들어졌다. 당시 농협중앙회의 신용·경제 사업을 분리하는 이른바 신경분리를 통해 농협금융이 탄생했고, 농협은행은 그 산하 법인으로 세워졌다. 1961년 농업은행이 통합 농협으로 합병된 이후 50여년 만에 부활한 은행 법인이다.

신경분리에 따라 농협금융 회장까지 겸임했던 신충식 초대 농협은행장은 그 전까지 농협중앙회 전무이사였다. 신 전 행장을 포함해 현재까지 총 7명의 행장 중 ▲이대훈 ▲권준학 ▲이석용 등 4명의 행장이 농협중앙회에서 자리를 옮겨 온 사례였다. 나머지 ▲김주하 ▲이경섭 ▲손병환 등 3명은 행장이 되기 전까지 농협금융 부사장이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최근 세 명의 행장은 기획실 출신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이석용 현 행장과 권 전 행장은 은행에서 최고경영자가 되기 직전까지 농협중앙회 기획조정본부장이었고, 손 전 행장은 농협금융의 경영기획부문 부사장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분위기가 읽힌다. 우선 현 행장의 연임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게 중론이다. 잇따른 금융사고의 책임론 탓이다. 올해 드러난 사례만 수 차례로, 100억원 대에 달하는 대형 사고도 비일비재했다.

지난 2월에는 허위 매매계약서를 활용해 109억원 규모의 불법 대출을 일으킨 영업점 직원이 덜미를 잡혔다. 이어 5월에는 51억원 규모의 공문서 위조와 10억원 규모의 초과 대출이 적발됐다. 지난 8월에는 한 직원이 지인 명의를 도용해 총 117억원의 부당 대출을 일으킨 사실이 확인됐다. 10월에는 140억원 규모의 부동산담보대출 사기 사건이 터져 나왔다.

금융당국의 입장도 변수다. 금융당국은 농협금융과 은행의 인사를 두고 중앙회의 입김이 강해 전문성을 떨어뜨리고 있다며, 경고음을 날리고 있다. 올해 초에는 NH투자증권의 사장 인사를 두고 중앙회장과 농협금융 회장이 갈등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결국 금융당국이 중앙회의 인사 개입에 반대하고 나서면서 사태가 일단락됐다.

금융권에서는 농협은행에서도 내부 승진을 통한 행장 인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경분리 직후야 어쩔 수 없었다 하더라도 이제는 10년 넘는 시간이 지난 만큼, 부행장을 승진하는 게 향후 조직 안정화와 사기 진작 측면에서도 바람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농협 내에서나 시장에서나 은행의 역할이 확연히 커졌다는 점에서 더 이상 중앙회나 금융지주의 산하 조직으로만 접근하지 말고, 실무 디테일에 능한 수장에게 행장을 맡기는 게 금융사고 예방은 물론 영업력 확장 측면에서도 긍정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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