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2주년의 용산구청…이번에는 청사 안에서 담배 피는 공무원들 [기자수첩-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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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구청 전체 금연 구역이지만 소속 공무원들 실내에서 흡연 지속

네티즌들 “무식함과 몰상식의 극치”, “공무원들이 법을 가장 안 지킨다”

구청 산하의 보건소, 과태료 처분 못하고 미온적 대처…’내 식구 봐주기’로 당사자들 처벌도 없어

2년 전 이태원 참사의 책임론에서 여전히 자유로울 수 없는 용산구청서 발생해 더욱 씁쓸

지난 28일 용산구청 6층 테라스에서 발견된 담배꽁초들이 가득 담긴 종이컵. 바로 옆에는 금연구역임을 알리는 스티커가 부착돼 있다.ⓒ데일리안 허찬영 기자

최근 서울 용산구 소속 공무원들이 용산구청 6층 테라스를 흡연장으로 이용한 사실이 데일리안 취재 결과 확인됐다. 국민건강증진법 9조 4항 16호에 따르면, 연면적 1000㎡ 이상의 건축물은 시설 전체가 금연 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청사 전체가 금연 구역이라는 것이지만 공무원들은 법을 어기고 청사 안에서 흡연을 계속했던 것이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네티즌들은 “무식함과 몰상식의 극치”, “공무원들이 법을 가장 안 지킨다”라고 성토했다. 네티즌들이 공무원들의 행위에 대해 특히 분노하는 이유는, 금연 구역 내 흡연을 단속해야 하는 공무원들이 법을 어기고 청사 안에서 흡연을 했기 때문이다.

사실 청사 내 6층 테라스 흡연장은 기자가 확인하기 전, 폐쇄할 기회도 이유도 충분히 있었다. 취재할 당시 익명의 용산구 소속 공무원에게 확인한 결과, 이미 여러 차례 직원의 민원이 있었고 용산구보건소에서 직접 나서 흡연장 곳곳에 금연 구역을 알리는 스티커와 경고문을 붙였기 때문이다. 또한 청사 2층과 옥상에는 합법적으로 흡연할 수 있는 지정 흡연 구역이 있어 6층 테라스에서 몰래 불법적으로 흡연할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보건소의 계도에도 청사 내에서의 흡연은 사라지지 않았다. 보건소는 과태료 부과 권한이 없을 뿐만 아니라 대응 자체도 미온적이었다. 용산구 관계자는 “단속 권한을 가진 직원이 현장에서 흡연하는 모습을 적발했을 때만 과태료 처분을 할 수 있다”며 단속원이 청사 내에서 흡연하는 것을 직접 적발하지 못해 과태료 처분을 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앞선 상황을 종합해 보면 납득할 수 없는 설명이다. 이미 청사 내 테라스 6층에서 흡연하는 것을 알고 있었고 이를 단속할 만한 의지가 있었다면 얼마든지 단속원을 현장에 보내 직접 적발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용산구 산하에 있는 용산구보건소가 구청 직원들과의 관계가 불편해질 수도 있다는 생각에 미온적으로 대응했는지는 모르겠으나 눈앞에서 일반인도 아닌 공무원이 위법을 행하는데도 침묵하는 행위는 그 어떤 이유에서라도 지탄받아 마땅하다. 더욱이 구청은 현재, 과거 직원들이 흡연했던 것까지 소급해 과태료 처분을 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전형적인 ‘내 식구 봐주기’의 단면이다.

데일리안의 취재가 시작되자 구는 흡연장을 폐쇄하고 앞으로 단속원을 통해 청사 내 흡연 단속에 적극 나서겠다고 공표했지만 ‘늑장 대처’, ‘안일 행정’이라는 비난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이런 일이 2년 전 ‘이태원 참사’의 책임론에서 여전히 자유로울 수 없는 용산구청에서 발생했다는 것이 기자를 더욱 씁쓸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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