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메뉴 바로가기 (상단) 본문 컨텐츠 바로가기

‘김미영 팀장’ 잡은 경찰 영입 우리은행…AI로 금융사기 잡는다

비즈워치 조회수  

우리은행이 금융사기 대응을 ‘피해 뒤 구제’에서 ‘송금 전 차단’으로 바꾸는 데 속도를 낸다. 다음 달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이상금융거래탐지시스템(FDS) 모니터링을 가동하고, 경찰 출신 전문인력으로 구성된 전담팀 신설도 추진한다.

정진완 우리은행장은 12일 서울 중구 본점에서 열린 ‘금융사기예방 기자간담회’에서 “금융사기도 정보보호와 비슷하다”며 “금융소비자 보호도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진완 우리은행장이 12일 본점에서 열린 금융사기예방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김남석

이날 발표는 전재홍 금융사기예방부 총괄수석이 맡았다. 전 수석은 경찰청에서 24년간 근무하며 1세대 보이스피싱 조직인 ‘김미영 팀장’ 운영진을 검거한 수사 전문가다. 방송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하기도 했다. 우리은행은 올해 은행권 처음으로 경찰 출신 전문가인 전 수석을 영입했다.

사기도 분업…SNS 뒤져 ‘맞춤 공략’

경찰청에 따르면 국내 금융사기 피해액은 2022년 7911억원에서 지난해 2조3755억원으로 3년 새 약 3배로 늘었다.

수법도 갈수록 전문화되고 있다. 과거에는 한 조직이 전화로 피해자를 속이고 돈을 빼돌리는 일까지 모두 했다면, 지금은 개인정보 수집, 가짜 앱 제작, 범죄수익 세탁 등이 분업화돼 거래된다.

전 수석은 “개인정보도, 피싱 앱도, 범죄수익 세탁도 돈을 주고 산다”며 “진입장벽이 엄청 낮아져 누구든 그 루트만 알면 금융범죄를 실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피해자를 고르는 방식도 정교해졌다. 무작위로 메시지를 보내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SNS를 분석해 맞춤형으로 접근한다. 전 수석은 “반려동물 사진을 많이 올리는 사람, 외로움에 대한 글을 올리는 사람, 최근 배우자를 잃은 사람들의 정보를 모아 집중적으로 메시지를 보낸다”고 설명했다. SNS나 메신저로 오랜 기간 신뢰를 쌓은 뒤 투자를 권유하는 ‘피그부처링’, 사기 피해자에게 피해금을 찾아주겠다며 다시 접근하는 ‘리커버리 스캠’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반면 검거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조직이 캄보디아, 필리핀 등 여러 나라로 흩어지고, 일부가 잡혀도 다른 조직으로 바로 대체되는 구조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전 수석은 “스마트폰, SNS 등 범죄를 저지르는 환경은 21세기인데 검거는 19세기 형태”라며 “해외 거점에 국경을 넘나들다 보니 검거가 굉장히 어렵다”고 설명했다.

피해금은 대포통장으로 쪼개 보내고 가상자산으로 바꿔 해외로 옮기는 방식으로 빠르게 세탁돼 되찾기도 어렵다. 2022년부터 올해 1분기까지 보이스피싱 피해 환급률은 22% 수준에 그쳤다.

전 수석은 “이 수치는 FDS로 사전에 막은 것까지 포함된 것”이라며 “수사기관을 통해 되찾는 건 통계는 없지만 2~3%에 그친다고 본다”고 말했다.

사기범 따라잡기…AI 탐지에 전문인력까지

전재홍 우리은행 금융사기예방부 총괄수석이 금융사기예방 사례를 발표하고 있다./사진=김남석

그만큼 피해가 발생하기 전 FDS로 위험징후를 잡아내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 우리은행은 대출금 1억8000만원으로 금을 사려던 고객이 검찰 사칭범에게 속은 사실을 통화로 확인해 거래를 막기도 했다.

올해 4~8월에는 FDS에서 걸러낸 의심정보 639건을 자금세탁방지(AML) 부서에 넘겨 83건을 의심거래로 보고했고, 타행 의심계좌 664건은 보이스피싱 정보공유 플랫폼(ASAP)을 통해 전 금융권과 공유했다.

최근 금융권 해킹으로 연소득, 대출한도 등이 유출된 데 따른 2차 피해 우려도 나왔다. 전 수석은 “대출 관련 개인정보가 유출됐다면 대출이 많은 사람에게 대환대출을 유도할 수 있고, 퇴직금이 있다는 정보는 투자사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 수석은 금융사기의 다음 단계로 AI 악용을 꼽았다. SNS 분석, 맞춤형 메시지 작성 같은 작업에 AI가 쓰이면 범행은 더 빠르고 정교해질 수 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 산하 인터넷범죄신고센터(IC3)도 최근 연례 보고서에 처음으로 AI 관련 항목을 따로 넣었다. 전 수석은 “AI를 사용한 금융사기가 분명히 득세할 것”이라며 “우리도 반드시 AI를 사용해서 막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이를 위해 생성형 AI를 활용한 차세대 FDS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기존 금융거래 정보에 전자금융 FDS, 로그인 정보, 상품 이용 정보 등을 연계해 분석한다.

생성형 AI가 새로운 사기 유형과 이상징후를 분석하고 탐지 시나리오 수립을 돕는다. 다음 달 신규 AI 모니터링 시스템을 가동하고 연말까지 안정화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정상 거래를 사기로 잘못 판단하는 ‘오탐’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경찰 출신 전담팀 신설도 검토하고 있다. 보험업계가 1990년대부터 경찰 출신을 보험사기 특별조사팀(SIU)에 영입해 온 것처럼 은행권도 전문인력을 갖춰야 한다는 취지다. 다만 아직 계획 단계라고 전 수석은 설명했다.

우리은행 금융소비자보호그룹 산하 금융사기예방부에는 현재 25명이 근무한다. 이 가운데 FDS 모니터링 인력은 15명으로, 연말까지 모니터링 인력을 추가로 확충할 계획이다.

전 수석은 “금융사기가 많이 줄었다고 하지만 잠깐 멈춘 것일 뿐 굉장히 심각한 상황”이라며 “가장 근본적인 것은 나도 금융사기를 당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은 사기 유형을 찾아보고 대응을 찾는다”며 “그게 예방의 출발점”이라고 덧붙였다.

+1
0
+1
0
+1
0
+1
0
+1
0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