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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소생]”김밥맛 달라졌다”는 편의점…얼마나 달라졌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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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3사의 삼각김밥/사진=김아름 기자 armijjang@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제품이 쏟아지는 소비의 시대. 뭐부터 만나볼지 고민되시죠. [슬기로운 소비생활]이 신제품의 홍수 속에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 만한 제품들을 직접 만나보고 가감없는 평가로 소비생활 가이드를 자처합니다. 아직 제품을 만나보기 전이시라면 [슬소생] ‘추천’을 참고 삼아 ‘슬기로운 소비생활’ 하세요.[편집자]

*본 리뷰는 기자가 제품을 직접 구매해 시식한 후 작성했습니다. 기자의 취향에 따른 주관적인 의견이 포함될 수 있습니다.

삼김의 추억

기자가 처음으로 삼각김밥이라는 음식을 접한 건 1998년이었다. 지금은 추억의 이름이 돼 버린 ‘바이더웨이’가 동네에 처음으로 생겼다. 이전까지 김밥은 집에서 만들어 먹거나 분식집에서 사 먹는 음식이었는데 편의점에서(사실 편의점을 처음 봤다) 세모난 김밥을 판다는 건 제법 신기했다. 점심시간이면 급식 대신 삼각김밥을 먹겠다고 편의점까지 뛰어가기도 했다.

그렇게 맛본 삼각김밥은 생각만큼 대단한 맛은 아니었다. 속은 들어있는지 아닌지 모를 정도로 적었다. 밥은 차갑고 딱딱했다. 두껍고 바삭한 김은 괜찮았지만 전자레인지에 돌리면 이내 눅눅해졌다. 처음 한두 번의 신기함이 사라지자 삼각김밥을 향한 관심도 시들해졌다. 늦은 밤 시험공부를 하다가 출출해지면 컵라면에 곁들이기 위해 사는 정도였다.

소비자원이 조사한 편의점 김밥 품질 비교 표/사진=소비자원

그 다음 추억은 2016년쯤. 일본 여행에서 맛본 삼각김밥이었다. 속도 가득 들어있고 밥도 왠지 더 고슬고슬한게 원조는 다르다 싶었다. 여행의 기분좋음이 더해진 평가일 수 있지만, 그 때는 한국 편의점과 일본 편의점의 레벨 차이를 보여주는 것만 같았다. 

10여 년이 더 지난 지금은 어떨까.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편의점이라고 변하지 않을 리가. 이제는 일본 관광객이 한국을 찾으면 가장 먼저 가는 곳 중 하나가 편의점이다. 한국 편의점의 삼각김밥이 일본 편의점 것보다 맛있다고 말하는 관광객도 많다.

편의점 삼각김밥의 품질 상승은 사회적 요구에 가깝다. 인건비 상승과 고물가 여파로 동네 김밥집이 사라지면서 편의점 김밥의 중요성은 더 커지고 있다. 편의점이 아니면 김밥을 사 먹기 어려운 곳도 많다. 이와 함께 편의점 김밥의 품질에 대한 허들도 높아져가고 있다. 예전엔 ‘싼 맛’에 먹었다면 이제는 ‘진짜 김밥 맛’을 내 달라는 요구가 늘고 있다는 이야기다.

K삼각김’밥’ 원년

올해는 편의점 삼각김밥 시장에 의미가 깊은 해다. 그간 김밥의 발전은 주로 ‘속’에 집중됐다. 속을 얼마나 꽉 채웠냐, 어떤 차별화된 속재료를 사용했냐가 중요했다. 최근 소비자원이 실시한 ‘편의점 김밥 품질 비교’ 자료 역시 김밥에서 속재료의 비중이 얼마나 되는지가 핵심 평가 기준이었다. 바꿔 말하면, 속재료가 많이 들어있으면 곧 ‘맛있는 김밥’이라고 봤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올해엔 분위기가 다르다. 속재료 경쟁이 어느 정도 상향평준화됐기 때문일까. 올해엔 주요 편의점들이 모두 ‘밥의 혁신’을 테마로 들고 나왔다. 편의점 삼각김밥 하면 떠오르는 떡지고 딱딱한 밥이 아닌, 김밥 전문점 같은 차지고 고슬고슬한 밥을 구현하겠다는 의지다. 

세븐일레븐의 ‘올 뉴 삼각김밥’/사진=김아름 기자 armijjang@

CU와 GS25 역시 두고만 보지는 않았다. GS25는 지난 6월 밥의 식감을 살린 ‘소프트 삼각김밥’을 선보였다. 기존 삼각김밥이 토출 공정과 성형 과정에서 압착이 반복돼 상대적으로 단단한 식감이 형성된다는 점을 고려, 토출 단계에서 압착하지 않고 밥을 떨어뜨리는 방식을 도입했다. 성형 과정에서의 누름 강도도 낮췄다. 이를 통해 뭉개지지 않은, 포슬포슬한 밥의 식감을 구현했다는 설명이다.

CU도 지난달 ‘연수(경도가 낮은 물)’로 지은 삼각김밥을 새로 선보였다. 기존에는 50~120㎎/ℓ의 아경수로 짓던 밥을 5㎎/ℓ의 연수로 바꿨다. 대표적인 연수 생수인 제주 삼다수의 경도가 19㎎/ℓ, 농심 백산수가 26㎎/ℓ 안팎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일반적으로 보기 힘든 수준의 연수다.

CU는 경도가 낮을수록 물이 쌀 조직 내부로 효과적으로 침투해 전분의 흡수를 돕고 밥의 보습력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체 실험 결과 소비기한이 임박한 시점에서도 연수를 사용한 밥의 보습력이 기존 밥보다 20% 이상 높게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밥맛 달라졌나

물이 달라졌다고, 누르는 힘이 달라졌다고 정말 ‘밥맛’이 달라졌을까. 직접 확인해보기 위해 CU와 GS25의 리뉴얼이 적용된 삼각김밥과 리뉴얼 전의 삼각김밥을 함께 구매해 비교해 보기로 했다. 앞서 리뷰한 세븐일레븐의 경우 이미 모든 삼각김밥이 리뉴얼된 ‘올 뉴 삼각김밥’으로 바뀌었다. 

우선 GS25의 삼각김밥은 단면에서 차이가 보였다. 리뉴얼 후 제품이 리뉴얼 전 제품보다 밥알이 덜 뭉쳐 있었다. 이 때문에 중량이 동일한 제품임에도 부피가 상대적으로 크다. GS25 역시 리뉴얼된 ‘소프트 삼각김밥’이 눌림현상은 최대 30% 감소했고 두께는 0.3~0.5㎝ 두꺼워졌다고 설명했다.

(왼쪽부터) GS25의 리뉴얼 전 삼각김밥, 리뉴얼한 ‘소프트 삼각김밥’, CU의 리뉴얼 전 삼각김밥, 리뉴얼된 ‘연수로 지은 삼각김밥’/사진=김아름 기자 armijjang@

하지만 막상 먹을 때는 두 제품 간 차이를 알기 어려웠다. 다소 밀도가 낮다고 느낄 수는 있지만 두 제품이 다른 제조법을 거쳤다는 점을 의식해야 차이가 간신히 느껴지는 수준이다. 전자레인지에 돌리지 않고 먹으면 조금 더 차이가 두드러지지만 전자레인지에 돌릴 경우 밥과 재료의 수분으로 인해 찰기가 생기면서 비슷해진다. 


물을 바꿨다는 CU의 경우는 어땠을까. 기존 밥에 비해 더 촉촉하고 부드럽다는 설명이지만 이 역시 실제로 느끼기 어려웠다. 기자가 ‘맛알못’이어서 일수도 있다. 하지만 이를 일반 밥에 적용해 보면 어떨까.

같은 쌀을 이용해 삼다수로 지은 밥과 정수기로 지은 밥을 구분할 수 있다면 CU의 두 삼각김밥 맛을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나름 20년 이상 밥을 직접 지어 온 기자였지만, 어려운 일이었다. 다만 CU 측은 연수로 지은 밥으로 만든 삼각김밥의 경우 소비기한이 거의 다 된, 만든지 오래된 제품일수록 차이를 크게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세븐일레븐의 ‘올 뉴’ 시리즈의 경우 앞선 리뷰에서 평가했듯 기존 삼각김밥과 명백히 다른 식감을 제공한다. 전자레인지에 돌리지 않아도 차지고 쫀득하다. 차진 밥에 대한 호불호는 있을 수 있지만, 변화의 강도는 3사 중 가장 가시적이다. 

그렇다고 CU와 GS25의 시도가 무의미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아쉽’다는 평가는 맛이 아닌, 기존 제품과의 차이가 미미하다는 의미다. 미세한 밥맛의 차이를 느끼기는 어려웠지만 방향성 자체는 올바른 길로 가고 있다. 이를 이용해 가격을 올린 것도 아니다. 3사 모두 리뉴얼을 진행하면서도 제품 가격은 동결했다. 가격 인상의 핑계로서가 아닌, 오로지 ‘맛’을 위한 리뉴얼이라면 언제나 환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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