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이 아닌 현실 같은, 나이언틱 ‘페리도트’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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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몬 고’, ‘피크민 블룸’ 등 위치 기반 증강현실(AR) 게임을 제작해 온 나이언틱이 신작 ‘페리도트(Peridot)’를 선보입니다. 나이언틱은 ‘포켓몬 고’의 흥행으로 이름을 알린 개발사지만, 이전에도 특별한 IP 없이도 AR 게임을 자체적으로 개발해왔는데요. 그 중 하나가 초기 작품으로 꼽히는 ‘인그레스’입니다. 우리가 경험한 ‘포켓몬 고’의 기본적인 시스템을 구축한 게임이기도 하죠.

▲ '페리도트' 로고 이미지 (자료 제공: 나이언틱)
▲ ‘페리도트’ 로고 이미지 (자료 제공: 나이언틱)

‘페리도트’ 역시 위치 기반 AR 게임입니다. 게임 제목인 ‘페리도트’는 플레이어가 만나게 될 마법 생물의 이름이죠. 특히 나이언틱 자체 IP를 활용한 작품이기도 한데요. 단, 안에 담긴 콘텐츠는 기존에 선보여온 외부 IP 기반 AR 게임들과 크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플레이어는 ‘포켓몬 고’에서 그래왔듯 다양한 페리도트를 모으고, 교배를 통해 새로운 모습의 페리도트를 탄생시키는 과정을 즐길 수 있습니다.

▲ '페리도트' 키 비주얼
▲ ‘페리도트’ 키 비주얼

재미있는 지점은, ‘페리도트’에는 전투와 포획, 레이드와 같은 경쟁 콘텐츠가 없다는 겁니다. 나이언틱은 이런 콘텐츠 대신 그간 발전시켜 온 AR 기술을 최대로 발휘해, 페리도트가 실제로 살아 있는 생물인 것처럼 느끼게 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고 하는데요. 고도로 발전시킨 실시간 매핑과 위치 기반 AR, 물체 인식, 실제 세계 이해 기술을 적용해 실제 반려동물와 함께하는 듯한 감각을 전해줄 예정입니다.

또 우리는 이 외에 어떤 콘텐츠를 ‘페리도트’에서 만나볼 수 있을까요. 게임 론칭을 앞두고 나이언틱 제시카 정(Jessica Jung) 프로듀서와 화상 인터뷰를 통해 궁금한 점에 대한 답변을 들어봤습니다.

▲ 나이언틱 제시카 정 '페리도트' 프로듀서
▲ 나이언틱 제시카 정 ‘페리도트’ 프로듀서

Q. ‘페리도트’는 ‘인그레스’ 이후로 오랜만에 출시하는 나이언틱의 오리지널 IP입니다. 거의 10년 만에 협업 없이 오리지널 IP의 게임을 선보이게 된 계기가 있나요?

A. 의도적으로 오리지널 IP를 만든 건 아닙니다. 원래부터 진행 중이었던 프로젝트였고, 프로토 타입 상태에서 잠재력이 있다고 판단돼서 게임이 된 거죠.

자체 IP라서 좋은 점이 아주 많습니다. 우리가 직접 디자인한 이미지를 텔레비전이나 영화, 애니메이션 같은 곳에 자유롭게 내보낼 수 있고요. 장난감도 직접 만들 수 있죠. 물론 힘든 점도 있고요. 초기 설정이나 외형 디자인이 쉽지만은 않았거든요. 그럼에도 자체 IP니까, ‘페리도트’ 프랜차이즈가 뻗어나갈 방향성을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 '페리도트' 스크린샷
▲ ‘페리도트’ 스크린샷

Q. 나이언틱은 가상의 콘텐츠와 현실을 잇고, 플레이어들을 바깥으로 나오게끔 유도하는 콘텐츠를 만드는 경향이 강한 것 같습니다. ‘페리도트’ 역시 그런 성향의 게임인데, 이런 콘텐츠에 꾸준히 투자하시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A. 회사의 미션이죠. 나이언틱은 메타버스에 비전이 있는 회사입니다. CEO가 공공연하게 우리의 콘텐츠와 현실세계의 리조트를 합치는 게 비전이라고 이야기해요. 다른 회사들은 메타버스 하면 디지털 속 세계를 만들고자 하는데, 나이언틱은 디지털과 현실을 결합하는 게 목표입니다.

온라인에서만 형성되는 커뮤니케이션이 아니라, 특별한 장소를 가거나 오프라인에서 사람을 만나서 교류할 수 있는 매개가 되었으면 합니다. 실제로 저희 게임 덕분에 결혼한 커플도 있고요. 아이들이 가족과 여행을 가서, 나이언틱을 콘텐츠를 함께 하면서 재미있었다는 피드백을 받으면 저희도 즐겁습니다. 실제로 많은 구성원이 현실세계와 디지털 콘텐츠를 합치는데 기쁨을 느끼고요.

Q. 페리도트의 특별한 사물 이해, 현실 지형 인식 등의 기술을 강조했는데요. 해당 기술을 개발하는 데 어느 정도의 시간을 들이셨고, 가장 중점을 맞춘 부분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A. 딱 잘라서 기간을 이야기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해당 기술은 나이언틱이 시작될때부터 만들어진 기술이거든요. 심지어는 나이언틱이 독립된 회사가 되기 전, 구글에 있을 때부터 개발했던 기술입니다. 장장 10년 동안 관련 기술을 연구개발하고 있고, 사물 이해는 거의 5년 정도 연구해온 것 같습니다. 지금도 하고 있고요.

나중에는 이 툴을 SDK로 만들어서 다른 개발자들에게도 공유하려고 합니다. 확실한 건 ‘페리도트’는 다른 게임들보다 훨씬 앞서나간 기술을 적용하는 게임이고, 나이언틱이 이 분야에서는 가장 발전된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Q. AR 버전 다마고치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현실 속 시간에 맞춰 밥을 달라거나 하는 등의 상호작용도 있을까요? 상호작용의 예시들을 더 듣고 싶습니다.

A. 실제로 개발팀도 다마고치를 보고, 이 콘텐츠를 AR 게임으로 만들어서 발전시켜보면 어떨까 생각했었어요. 페리도트는 밥을 줘야 하고, 같이 놀아주거나 산책을 해 줘야 합니다. 그러다 보면 몇 시간 뒤에는 배가 고파지겠죠. 그런데 플레이어가 신경을 쓰지 않으면 슬퍼하겠죠? 자연스럽게 이렇게 흘러가는 플레이를 매일매일 하시게 될 겁니다. 그리고 주 단위로는 페리도트를 교배하고 새로운 아키타입(특성)을 가진 페리도트를 부화시키는 콘텐츠를 하실 수 있을 겁니다.

Q. 특정 지역에서만 나오는 형태의 페리도트가 있다고 했는데, 혹시 그런 개체를 키우려면 포획해야 하는 건가요? 아니면 도트를 데려오는 다른 절차가 있나요?

A. 명확하게 말씀드리자면, 페리도트는 자연에서 찾는 것이 아니라 다른 플레이어와 교배해 부화시키는 생명체입니다. 특정한 모습의 페리도트를 부화시키길 원한다면 해당 DNA(아키타입)을 가진 페리도트와 교배해야 하죠.

다시 말해, 특정 지역에만 있는 페리도트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봐야 합니다. 인위적으로 배포되거나 조절되는 것이 아닌, 플레이어들이 특정 지역의 페리도트 개체 수를 통제해 지역별로 페리도트들이 특징을 갖게 된다고 보면 됩니다. 우리 개발팀이 지역마다 나타나는 페리도트들의 특징을 인위적으로 조절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플레이어들의 선호도나 성향에 따라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거죠.

각 지역마다 인기있는 페리도트 모습은 각각 다를 것이고, 이 같은 기호에 의해 각 지역마다 특별한 외형을 가진 페리도트 수가 자연스럽게 많아질 거로 봅니다. 이를테면 한국에서 털이 보송보송 난 아키타입을 선호하는 경향이 생긴다면, 한국 페리도트들은 다른 지역의 도트에 비해 해당 특성이 더 도드라질 겁니다.

▲ '페리도트' 스크린샷
▲ ‘페리도트’ 스크린샷

Q. 페리도트와 교감하는 것 외에 핵심 콘텐츠는 어떤 게 있나요. ‘포켓몬 고’의 체육관이나 ‘피크민 블룸’의 라이프로그처럼요.

A. 코어 콘텐츠는 교배 시스템일 것 같습니다. 게임을 론칭할 때 아키타입이 몇 가지 있고, 이 아키타입을 다 컬렉션하는 것에서 재미를 느낄 것이고요. 이후 커뮤니티를 통해서 새로운 아키타입을 내보낼 예정입니다. 페리도트는 꼬리, 색깔, 무늬, 눈, 얼굴 모양이 다 다르다. 몸 빛깔이 주황색인 페리도트와 점박이 무늬가 있는 페리도르를 교배하면 치타 패턴의 페리도트를 부화시킬 수 있겠죠? 이런 식으로 다양한 아키타입을 지닌 페리도트를 만나고 모으는 게 재미있을 거로 기대합니다.

Q. 쉽게 새 친구를 만나고 대화할 수 있는 시스템도 준비되어 있는지 궁금합니다.

A. ‘포켓몬 고’와는 조금 다른 시스템이 될 예정입니다. 반드시 다른 키퍼를 만나서 페리도트를 교배시키는 게 아니라, 온라인으로 가능합니다. 이를테면 특정 장소에 가면, 그 장소에서 기록을 남긴 페리도트 리스트를 다 볼 수 있습니다. 리스트 중에 키퍼들이 ‘교배 가능’ 표시를 해 둔 페리도트들이 있을 텐데, 이 메시지를 누르면 바로 교배가 가능합니다.

Q. 조합이 무제한이라고 했는데, 너무 자유로우면 EA의 ‘스포어’처럼 기괴하고 무서운 친구들이 나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페리도트의 외형에는 어느 정도 틀이 있나요?

A. 기본적인 시스템이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몸의 형태는 달라지지 않아요. 얼굴에 ‘매스킹’이라고 하는 하트모양, 별모양과 같은 마스크 형태를 컨트롤할수 있고요. 무늬와 색깔, 꼬리, 날개를 조합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보송보송하게 털이 나 있는 아키타입, 메탈릭한 질감의 피부를 지닌 아키타입이 있는데 이 정도만 변경이 가능하고요. 몸의 형태는 유지되기 때문에 ‘스포어’처럼 기존 페리도트의 형태가 아닌 무언가를 탄생시킬 수는 없습니다.

▲ '페리도트' 스크린샷
▲ ‘페리도트’ 스크린샷

Q. ‘포켓몬 고’는 경우 여러 기업들과 파트너십, 현장 이벤트로 호응을 이끌어냈는데요. ‘페리도트’에서는 어떤 특별한 준비를 할 예정인지 궁금합니다.

A. 지금은 파트너십을 찾고 있습니다. 몇 가지는 이야기 나누고 있긴 하지만, 지금 단계에서 정보를 알려드리기는 어려울거 같습니다.

물론 ‘포켓몬 고’에서 반응이 좋았던 커뮤니티 데이도 ‘페리도트’에서 준비 중이고요. 아직 날짜, 장소 등의 정보는 알려드리기 어렵지만, 어떤 장소에서 키퍼들이 만나서 서로 페리도트를 소개하고 어울리며, 특별한 스페셜 아이템을 찾을 수 있게끔 할 계획입니다.

Q. 페리도트는 사망하거나 사라지는 등, 일종의 패널티가 없는 것으로 압니다. 콘텐츠를 이렇게 구성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A. 페리도트는 일종의 마법 반려동물입니다. 기쁨과 행복이 가득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사망하거나 없어지는 건 플레이어에게 심각한 감정을 느끼게 할 거 같았습니다. 그래서 해당 요소는 삭제했습니다.

Q. 게임 플레이를 위해 AR 카메라를 무조건 켜야 하는데, 기존 AR게임들은 계속 화면을 봐야 하는 불편함, 안전 문제로 인해 꺼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문제에 대한 대안도 마련했나요?

A. 항상 무조건 카메라를 켜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플레이 중 몇 가지의 안전수칙 가이드를 준비했고요. 실제 플레이도 페리도트와 몇 시간씩 있어야 하는 방식이 아닙니다. 일부러 플레이 세션을 짧게 디자인했고요. 실제로 하루에 15분, 20분 정도의 세션을 몇 번 하는 식이 될 겁니다.

Q. 슬픈 일이지만 현실 속에서도 유기견/유기묘가 발생하는 만큼, 생김새가 마음에 들지 않거나 하는 이유로 키우던 페리도트를 포기하고 싶은 경우도 예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를 대비한 요소도 준비되어 있는지 궁금합니다.

A. 특별한 아이템이 있으면 페리도트를 바꿀 수 있습니다. 포기하거나 버리는 것이 아니라요. 이 아이템이 없더라도 버려지는 게 아니라, 다시 야생으로 돌려보내는 겁니다. 페리도트는 마법 생물이니까 혼자서도 충분히 살아갈 수 있으니까요. 실제로 플레이를 할 때도 페리도트는 하루종일 주인을 기다리며 혼자 있는 게 아니라, 혼자 세계에 나가서 특별한 장소에 들르기도 하고, 아이템을 찾아서 가져오기도 합니다.

Q. 게임을 플레이하는 주 대상 연령층은 어린이가 많을텐데, ‘교배’라는 것을 설명하기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포켓몬의 경우 ‘알’이라는 완곡한 표현을 사용하고 있는데, ‘페리도트’는 교배에 대해 어떻게 설명하고 있나요.

A. 게임 안에서는 교배라는 말은 너무 재미가 없어서, 조금 다르게 표현합니다. 마법 연출이 가미된 신비한 만남으로 말이죠. 페리도트 두 마리가 만나서 부화하는 것을 마법 요소 위주로 표현하고, 귀여운 시네마틱을 보여주고 페리도트를 고를 수 있게끔 합니다.

Q. 마지막으로 한국 플레이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몇년동안 힘들게 만든 게임입니다. 한국 플레이어분들도 우리만큼 페리도트를 사랑해주시면 정말 행복할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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