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값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전 세계적으로 폭등하고 있습니다. 21일 기준으로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금 현물 1g당 가격은 14만7990에 이른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위협이 금값 상승의 주요인으로 지목됩니다.
통상 국제 정세가 불안정하면 대표 안전 자산인 금의 값이 뛰기 마련이지요. 오늘 혜성특급에서는 내 금은 아니지만, 보는 것만으로 즐거운 금 여행지를 소개합니다. 이 시기 가면 더 재밌는 ‘국내외 금 관련 여행지 4선’을 추려왔으니 재밌게 봐주세요.
1. 金 기운 받아가세요…값 10배 뛴 함평 황금박쥐상

먼저 금 기운 제대로 받을 수 있는 전라남도 함평군의 ‘황금박쥐상’이다. 지난 2008년 제작된 이 황금박쥐상에는 사연이 있다. 1999년 멸종한 줄 알았던 황금박쥐(오렌지 윗수염 붉은 박쥐)가 전라남도 함평군 대동면 고산봉 일대의 한 동굴에서 무려 162마리나 발견됐다. 황금박쥐는 멸종위기 1급 야생생물이자 천연기념물 제452호다. 이 박쥐의 몸길이는 4.3~5.7㎝ 사이다.

함평에서는 이를 기념하기 위해 높이 2.18m에 폭은 1.5m짜리 황금박쥐상을 제작한 것. 단순히 이름만 황금박쥐상이 아니라 정말 황금을 써서 만든 점이 놀랍다. 이 조형물에는 순금 162㎏, 은은 281㎏이 들어가 당시 기준으로 재룟값만 27억여 원을 투입했다. 단순 조형물에 27억원을 쓴 것이기에 제작 당시 함평군에서는 예산 낭비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현재 상황은 사뭇 다르다. 금값이 치솟으며 현재는 260억 원대에 이르는 몸값을 자랑하고 있기 때문이다. 17년 전보다 10배 넘게 값이 뛴 것이다. 이 황금박쥐상은 현재 군민들에게 가만히 있어도 예산을 불리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와 다름없는 복덩이다. 현재 황금박쥐상은 함평 엑스포공원 함평추억공작소내 황금박쥐전시관에서 볼 수 있다. 입소문 덕에 관광 자원으로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2월 주말에는 통상 500명에 이르는 관광객이 다녀갔을 정도로 인기몰이 중이라고.

아울러 4월 25일부터 5월 6일까지 12일 동안 함평 엑스포공원 일원에서 제27회 함평나비대축제도 이어진다. 이 축제에서는 황금박쥐와 함평 나비와의 조화를 감상할 수 있다. 올해 함평나비대축제는 ‘나비, 황금박쥐를 만나다’ 주제로 열린다. 주요 콘텐츠는 실내‧외 나비 날리기 체험행사, 나비판타지아 퍼레이드쇼, 살아있는 나비를 볼 수 있는 체험장, 전시실 등이다. 황금박쥐 캐릭터인 ‘황박이’를 활용해 팝업스토어(반짝 상점) 운영, 황박이 기념사진 촬영 공간, 황박이빵 등 즐길 거리도 마련했다.
2. 우리나라에 황금 사찰이 있다고? 수국사

다음은 황금 사찰으로 유명한 ‘수국사(守國寺)’다. 서울 은평구 구산동에 자리한 불교 사찰이다. 1495년 세조가 요절한 맏아들 의경세자를 기리기 위해 봉산 동쪽 기슭에 세운 사찰인 ‘정인사’가 전신이다. 1900년 절을 보수 및 증건하며 이름을 수국사로 바꿨다.
1995년에는 사찰의 법당 안팎을 금으로 뒤덮어 대웅보전(大雄寶殿)을 ‘황금보전’으로 만들었다. 외부와 내부 모두 99.9% 순금을 사용했다. 법당 전체를 황금으로 지은 건 아니고 얇은 금박을 붙였다. 이 금박을 다 긁어모으면 그 무게가 약 33㎏에 이른다고. 지금 시세로는 48억여 원대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금박이 떨어져 나가면 다시 발라준다.

속세에서 벗어나 과도한 부를 탐하지 않는다는 교리가 있는 불교에서 금칠을 한 사찰의 존재가 다소 아이러니하다. 수국사가 법당에 금박을 입힌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불교에서는 깨달음의 순간에 몸에서 빛이 난다고 표현하는데 이것이 불상에 금칠하는 이유다.
또 다른 이유는 나무로 사찰을 짓는 특성상 나무에 여러 색으로 무늬를 그려 장식하는 단청(丹靑)에 있다. 목재는 부식과 벌레에 약한데 자연히 단청도 이 영향을 받는다. 이를 보수하는 비용이 많이 드는데 아예 변색 되거나 벌레가 먹지 않는 금을 입혀 이런 피해를 막은 것이다. 사찰에서 템플스테이도 운영 중이다.
3. 누적 관광객 845만 명에 이른다는 옛 금광…광명동굴

경기도 광명시에 있는 ‘광명동굴’도 금하면 빼놓을 수 없는 여행지다. 과거 이곳은 금·은·동·아연 등을 채굴하던 광산이었다. 1912년 일제가 자원 수탈을 목적으로 개발한 곳이다. 당시 황금을 채굴할 수 있어 ‘황금광산’으로 개발된 동굴은 1950년을 기준으로 동굴 내 광물의 총 매장량이 1만9000t에 이르렀다고 한다.
이후 홍수로 인해 1972년 폐광됐다 당시 석탄 공사 자료에 의하면 1955년부터 1972년까지 약 52㎏에 이르는 황금을 캤다고 한다. 단순히 현재 기준으로 금값 시세만 따져봐도 76억원이 넘는다. 당시 폐광 이유는 보상 문제 등 때문으로 아직도 동굴에는 많은 양의 황금이 매장돼 있다고 한다. 현재는 인공동굴로 관광화했다.



광명동굴은 깊이 275m, 갱도 길이 7.8㎞에 이르는데 이중 안전상 개방 공간은 2㎞로 한정했다. 과거 황금을 캐던 광산이었던 만큼 내부에서도 관련한 전시물을 찾아볼 수 있다. 황금주화를 만지면 부와 행복이 온다는 ‘풍요의 여신 조각상’, 미디어파사드 쇼를 상영하는 ‘황금폭포’, 황금색 패에 관람객들이 소망을 적어둔 ‘황금길’ 등 공간을 조성해 놨다.
동굴 외부에서도 다양한 전시가 펼쳐지는 라스코전시관, LED미디어타워, 가상현실(VR) 체험관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나볼 수 있다. 광명시는 올해 광명동굴에서 지역 음악예술인들의 음악 공연, 드론과 함께하는 ‘광명동굴 빛 축제’와 관광객들이 먹고 쉴 수 있는 베이커리 카페를 새롭게 조성할 예정이다.
동굴 자체가 수도권에서 쉽게 만나볼 수 없기에 인기 관광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광명동굴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2025~2026 한국관광 100선’에 오른 여행지다. 2015년 개방 이후 작년까지 누적 관광객 수만 약 845만 명에 이른다.
4. 220㎏ 금괴 손으로 만져볼 수 있는 대만 ‘황금 박물관(黃金博物館)’

마지막은 해외다. 대만 신베이시에 있는 진과스라는 지역은 황금의 도시라 불린다. 이곳이 20세기 금광업이 성행했던 지역이기 때문. 이 역사를 알리기 위해 2004년 이 지역에 ‘황금 박물관’이 개관했다. 금광을 채굴했던 역사 등을 전시하고 있으며 이 지역 거주 형태 등 지역 문화 역시 소개하고 있다. 21세기부터는 채굴할 수 있는 황금량이 없다시피 해 폐광했고 현재는 광명동굴처럼 관광 명소로 탈바꿈했다.
뭐니 뭐니 해도 이 박물관 체험 백미는 ‘금괴 만지기’다. 이곳의 전시관 2층에는 무게만 220㎏에 달하는 순도 99.9%의 금괴가 있다. 기네스북에 등재했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크기를 자랑한다. 이 금괴의 현재 값어치는 자그마치 322억여 원에 이른다. 금괴 보관함에 구멍이 뚫려 있어 관광객이 직접 손을 넣고 만져볼 수 있다. 금괴를 코팅해 둬 손톱으로 긁어가거나 할 수 없게 조치해 뒀다. 이 금괴를 만지면 부가 찾아온다는 미신이 있다.


이 박물관에서 갱도 체험도 할 수 있다. 약 70m 길이의 옛 갱도와 최근 조성한 110m 길이의 갱도를 거닐 수 있다. 광부들이 바위를 뚫는 장면, 광산차에 광물을 싣는 장면, 도시락을 먹는 장면, 몸수색하는 장면 등을 모형으로 생생하게 재현해 놨다. 현장에서 나눠주는 안전모를 쓰고 입장해야 한다. 최소 7일 전 예약 시 금을 채굴하는 ‘채금’ 체험도 할 수 있다.
황금박물관에 다다르기 전 이 부근에는 ‘광부도시락’을 파는 식당이 여럿이다. 당시 도시락을 싸서 다녔던 광부들의 모습에서 착안한 식당이다. 대부분 식당에서 튀긴 돼지갈비, 닭다리, 소고기 등 메뉴와 쌀밥을 조화한 도시락을 판매한다. 금속 도시락통을 기념품으로 주는 가게가 다수다.
김혜성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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