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 농장부터 석양 야시장까지, 태국 코사무이 자연을 누리는 하루 코스
코사무이를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해변 선베드에만 누워 있을 시간이 없다. 섬 남서부에서 시작해 내륙을 가로질러 동쪽 해안을 따라 서쪽 석양까지, 하루 동안 코사무이의 다양한 모습을 만나보자.
스네이크 팜 코사무이

섬 남서부 탈링 응암 지역에 자리 잡은 스네이크 팜(Snake Farm Koh Samui)은 고급 리조트도, SNS용 카페도 아니다. 태국 야생 생태계를 날것 그대로 보존하고 연구하는 자연주의 체험 공간이다.
수십 년 전, 태국 남부에 서식하는 독뱀으로부터 지역 주민을 보호하고 해독제를 개발하기 위한 연구 목적으로 설립됐다. 시간이 흐르며 일반 여행자들에게도 문을 열었고 지금은 인간과 파충류의 공존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생태 관광지가 됐다.
야자수 잎을 엮은 태국 전통 양식 지붕과 가공되지 않은 목조 구조물, 자연광이 들어오는 야외 케이지와 뱀의 서식 환경을 재현한 유리 테라리움이 공간 곳곳에 배치돼 있다.
이곳의 핵심은 익스트림 라이브 쇼(Extreme Live Show)다. 태국에서 가장 독이 강한 킹코브라와 거대한 그물무늬파이톤이 등장하는데 연출된 퍼포먼스가 아니라 사육사와 뱀 사이의 팽팽한 실전이다. 맨손으로 킹코브라를 다루고 코앞에서 공격을 피하는 장면에서는 객석 전체가 숨을 멈춘다. 쇼가 끝나면 거대한 보아뱀을 목에 두르고 기념사진을 찍거나 독 없는 파충류를 직접 만져볼 수도 있다.
더 뉴 프렌치 키스 타놋

스네이크 팜에서 받은 자극을 가라앉히자. 남동쪽 타놋 지역으로 이동하면 더 뉴 프렌치 키스 타놋(The New French Kiss Thanod)이 기다린다. 열대의 한가운데서 가장 정통에 가까운 프랑스식 브런치를 내놓는 올데이 카페 겸 레스토랑이다.
코사무이 중심가에서 먼저 자리를 잡았던 오리지널 매장의 경험을 바탕으로 고즈넉한 타놋 지역에 새롭게 둥지를 틀었다. 현지 유럽 이주민들 사이에서 이미 단골 아지트로 통한다.
파리 노천카페의 감성과 코사무이의 트로피컬한 분위기가 함께 녹아 있다. 화이트 톤 벽면, 따뜻한 우드 가구, 싱그러운 열대 식물이 한데 어우러지며 현대적이면서도 휴양지다운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높은 층고와 통유리창으로 자연광이 가득 들어와 공간 전체가 밝고 탁 트인 느낌이다.
매일 아침 매장에서 직접 굽는 베이커리가 이곳의 백미다. 프랑스산 버터와 밀가루를 수입해 전통 방식 그대로 굽는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고소하고 진한 버터 향이 먼저 반긴다. 겉은 파삭하고 속은 겹겹이 촉촉한 크루아상은 코사무이에서 손꼽히는 수준이다.
보이즈 오가닉 커피

카페 내부와 메뉴 / 사진=보이즈 오가닉 커피 페이스북
브런치를 마쳤다면 이제 해변을 등지고 섬의 내륙으로 들어갈 차례다. 코사무이의 척추처럼 뻗은 정글 산악 지대 속에 보이즈 오가닉 커피(Boys Organic Coffee)가 있다. 커피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직접 유기농 농가들과 손잡고 브랜드를 일군 현지인 오너 ‘보이(Boy)’의 고집이 만들어낸 공간이다.
태국 북부 치앙마이 등 고산 지대에서 화학 비료 없이 그늘 재배(Shade-grown) 방식으로 키운 원두만 쓴다. 직접 공수한 생두를 섬 안에서 로스팅하고 추출하는 팜 투 컵(Farm-to-Cup) 방식을 실천한다.
내부는 화려하지 않다. 오래된 목재와 거친 콘크리트, 빈티지 커피 기구와 낡은 LP판, 서적들이 뒤섞여 힙하면서도 고즈넉한 산장 같은 분위기를 낸다. 인공조명 대신 나뭇가지 사이로 부서지는 햇살이 공간을 비추고, 에어컨 대신 산바람과 대형 팬이 공기를 순환시킨다. 사방이 트여 있어 바나나 나무와 정글이 액자처럼 펼쳐진다.
핸드드립 커피와 오가닉 코코넛 커피가 이곳의 대표 메뉴다. 드립 커피는 깔끔한 산미와 긴 여운이 인상적이고 코코넛 커피는 인공 시럽 없이 섬에서 자란 유기농 코코넛 즙과 진한 에스프레소를 섞어낸다. 코코넛의 은은한 단맛이 에스프레소의 쌉싸름함과 균형을 이룬다.
힌타 힌야이
커피로 에너지를 채웠다면 남부 마렛 해변 끝자락으로 향할 차례다. 힌타 힌야이(Hin Ta Hin Yai), 직역하면 할아버지 바위와 할머니 바위다. 수백만 년 동안 파도와 비바람, 염분 머금은 바닷바람이 화강암 암반을 깎고 또 깎아 만들어낸 결과물이 두 개의 거대한 바위가 됐다.
먼 옛날 아들의 혼인을 위해 바다를 건너던 노부부 타 겡과 야이 리가 폭풍우를 만나 난파됐고, 해안으로 떠밀려온 두 사람의 시신이 이 바위가 됐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슬픈 이야기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현지인들은 부부의 영혼을 기리며 기도를 올리기도 한다. 같은 바위를 보며 웃음 짓는 여행자와 기도를 올리는 현지인이 공존하는 묘한 장소다.
바위로 향하는 진입로 양옆에는 소박한 전통 재래시장이 펼쳐진다. 대나무와 야자수 잎으로 엮은 태국 남부 전통 가옥 형태의 노점들이 늘어서 있고, 코사무이 대표 특산품인 태국식 코코넛 캐러멜 갈라매(Kalamae)를 솥에서 직접 저어가며 만드는 현지인들의 모습도 눈에 띈다.
래드코 전망대
힌타 힌야이에서 차웽 비치 방향으로 해안 도로를 따라 달리다 보면 절벽 정상에 래드코 전망대(Lad Koh View Point)가 나온다. 차웽 비치와 라마이 비치를 잇는 해안 도로의 가장 높은 지점이다. 본래 어부들이 바다 상태를 살피던 언덕이었는데, 지금은 탁 트인 대양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 공간으로 조성됐다.
해안 절벽 경사면을 따라 콘크리트·목재 산책로가 부드러운 곡선으로 이어지고 하얀 모던 정자와 벤치가 푸른 바다·하늘과 대비를 이룬다.
조망 구역은 군더더기 없이 설계됐다. 유리 난간과 개방된 프레임이 전면에 배치돼 시시각각 색을 바꾸는 남중국해를 방해 없이 눈에 담을 수 있다.
산책로를 따라 절벽 아래로 내려가면 파도가 하얗게 부서지는 화강암 암반과 직접 맞닿는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고요한 전경과 아래에서 마주하는 파도 소리가 전혀 다른 감각을 건넨다. 수평선 저 멀리서 밀려오는 에메랄드빛과 짙은 사파이어 블루의 바다가 시야 가득 펼쳐진다. 하루 일정 중 잠시 멈추고 숨을 고르기에 가장 좋은 자리다.
나톤 야시장
일정의 마무리는 서쪽 해안 나톤 항구 앞에서 열리는 나톤 야시장(Nathon Night Food Market)이다. 방콕과 대륙을 연결하던 어업 중심 항구였던 나톤에는 선원과 상인들이 허기를 채우던 노점 문화가 자연스럽게 뿌리를 내렸고 지금의 야시장으로 이어졌다.
관광객용으로 꾸며진 야시장과는 다르다. 퇴근 후 저녁거리를 사러 나온 현지 주민과 전 세계에서 온 여행자들이 한데 섞인다. 주황빛 알전구가 늘어선 노점 천막, 플라스틱 테이블과 의자들이 무질서한 듯 정겹게 놓여 있다. 고기 굽는 연기와 매콤한 향신료 냄새, 상인들의 외침이 공간을 가득 채운다.
솜땀을 절구에 찧는 소리, 해산물을 숯불에 구워내는 향, 팟타이와 달콤한 바나나 로티를 즉석에서 만드는 장인들의 손놀림이 바로 눈앞에서 펼쳐진다. 수십 가지 로컬 음식을 단돈 몇 천 원에 즐길 수 있다.
권효정 여행+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