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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비하인드] 오란다부터 한소희의 그림까지… ‘인턴’의 숨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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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개한다.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인턴’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개한다.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기호(최민식 분)가 선우(한소희 분)에게 건넨 오란다부터 선우의 집 한편을 채운 그림, 두 사람이 속내를 나눈 이자카야까지. 스쳐 지나가기 쉬운 장면과 소품에도 저마다의 사연이 숨어 있다. 알고 보면 더 흥미로운 ‘인턴’의 비하인드를 공개한다.

영화 ‘인턴’은 젊은 CEO 선우의 회사에 경력 37년 차 실버 인턴 기호가 입사하면서 시작되는 오피스 라이프를 그린 작품이다. 2015년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은 동명의 할리우드 영화를 한국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으로, 지난 16일 개봉해 관객과 만나고 있다. 김도영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최민식과 한소희가 각각 기호와 선우로 분해 세대와 직급을 뛰어넘는 특별한 관계를 완성했다.

◇ 선우의 마음을 녹인 오란다, 왜 하필 오란다였을까

기호와 선우의 관계에서 눈에 띄는 소품 중 하나는 추억의 간식 ‘오란다’다. 일에 쫓겨 식사조차 거른 선우를 위해 기호가 준비한 간식으로, 선우는 오란다를 건네는 기호의 세심한 배려에 조금씩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오란다는 서로 다른 세대의 두 사람이 가까워지는 과정을 보여주는 작은 장치인 셈이다.

그렇다면 왜 하필 오란다였을까. 출발은 우투투의 ‘막내 인턴’인 기호가 간식을 챙긴다는 설정이었다. 막내인 기호가 간식 담당을 맡아 자신이 과거 좋아했던 옛날 과자를 사무실에 채워두는 설정을 고민했지만 공간 등의 문제로 실제 영화에는 구현하지 못했다. 그러나 작가가 강력하게 주장한 오란다는 살아남았다.

김도영 감독은 시사위크와의 인터뷰에서 “기호가 인턴이니까 가장 막내잖나. 그래서 간식 담당을 하면서 옛날에 자기가 좋아했던 간식들을 채워놓는 건 어떨까 이야기도 했다. 그런데 그러기에는 공간이 없어서 못 했다”며 “오란다는 작가님의 강력한 주장이었다. 먹어보니 맛있더라”고 전했다.

◇ 선우의 집에 걸린 그림, 알고 보니 한소희 작품

선우의 공간에도 특별한 비밀이 숨어 있다. 집 안에 걸려 있는 그림 중 일부가 바로 한소희가 직접 그린 작품이다. 작품을 위해 별도로 제작한 그림이 아니라 한소희가 평소 집에서 취미로 그려온 드로잉을 실제 영화 속에 가져왔다.

한소희는 “집에서 취미로 그린 그림, 드로잉”이라며 “‘마이 네임’ 때도 그랬고 ‘알고있지만,’ 때도 그랬는데 늘 캐릭터의 방에는 그림들이 걸려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감독님도 이번에 내 그림들을 좋아해 줘서 미술감독님과 상의해 몇 개를 넣자고 했다”며 “선우가 디자인을 하는 친구니까 그림을 쓰면 좋겠다고 해서 그렇게 했다”고 설명했다.

김도영 감독 역시 한소희와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의 예술적인 면모가 선우와 맞닿아 있다고 느꼈다. 한소희가 평소 즐겨 그리던 그림은 선우라는 인물의 취향과 감각을 보여주는 디테일로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최민식(왼쪽)의 배려로 완성된 장면.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최민식(왼쪽)의 배려로 완성된 장면.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 한소희의 ‘찐 놀람’ 담긴 이자카야, 촬영지는 일본이 아니었다?

‘인턴’에서 기호와 선우의 관계가 깊어지는 결정적인 순간 중 하나는 일본 이자카야 장면이다. 그동안 혼자 감당해 온 고민을 처음으로 기호에게 털어놓는 선우와 그런 그에게 따뜻하지만 단호한 조언을 건네는 기호의 모습이 깊은 여운을 남긴다.

이 장면의 내부 촬영은 일본 현지가 아닌 국내 세트에서 이뤄졌다. 일본 선술집에서 촬영하는 방법도 있었지만 최민식이 한소희가 오롯이 연기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세트 촬영을 먼저 제안했다.

한소희는 “선배님이 ‘이 신은 소희가 집중해야 한다. 무조건 주변의 방해를 받지 않고 둘이 집중해야 하는 신’이라고 해서 감독님에게 미리 이야기해 선술집 세트를 만들어준 것”이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세심한 배려 속에서 시작된 촬영에는 또 하나의 비밀이 있다. 바로 한소희의 ‘진짜 놀란 표정’이다. 당초 기호의 “정신 차려”라는 호통은 다른 대사 뒤에 이어질 예정이었지만, 최민식이 촬영 직전 순서를 바꾸는 아이디어를 냈다. 이 사실을 한소희에게는 알리지 않았다.

최민식은 “김도영 감독에게만 살짝 이야기했다. 현장에서 순서를 바꿔볼 테니 소희한테 이야기하지 말라고 했다”며 “영화 속에서 진짜 놀란 거다. 갑자기 내가 소리를 지르니까. 그런데 이 친구가 그걸 온전히 받아주더라. 울음이 터졌다”고 당시를 전했다.

단순히 놀라는 반응을 얻기 위한 선택만은 아니었다. 최민식은 원작의 세련된 서양 남성과는 다른 ‘한국 아저씨’ 기호의 정서를 표현하고 싶었다. 그는 “방금 전까지만 해도 대표님이라고 했는데 아버지가 딸에게 ‘너 정신 안 차려?’라고 하는 것 같은 느낌”이라며 “우리나라 사람 특유의 정을 입력해 놓은 것”이라고 밝혔다.

한소희에게도 특별한 순간이었다. 그는 당시 최민식이 건넨 “너는 젊고 유능하고 모든 걸 할 수 있어”라는 말에 대해 “선우로서 받아들인 것도 있지만 한소희로서 들리기도 했다”며 “그래서 그때 잘 집중할 수 있었다. 선배님이 많이 도와줬다”고 이야기했다.

오늘날 청춘의 모습을 반영한 류혜영(왼쪽)과 박예니.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오늘날 청춘의 모습을 반영한 류혜영(왼쪽)과 박예니.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 원작에는 없었다… ‘동동이’와 유진이 탄생한 이유

원작을 기억하는 관객이라면 한국판 ‘인턴’에서 낯선 얼굴과 설정도 발견할 수 있다. 민아(류혜영 분)가 시도 때도 없이 찾는 AI 어시스턴트 ‘동동이’와 열정 넘치는 MD 유진(박예니 분)이다. 동동이와 유진은 한국판에서 새롭게 더해진 요소다.

특히 유진은 원작에는 존재하지 않는 오리지널 캐릭터다. 도쿄 팝업 스토어를 성사시키기 위해 밤낮없이 제안서를 준비하지만 어렵게 일군 성과를 다른 사람에게 빼앗길 위기에 놓이는 인물이다. 동동이 역시 한국판에서 새롭게 더해진 설정이다. 민아는 업무 중 궁금한 것이 생길 때마다 AI 동동이를 찾고, 때로는 사람보다 AI의 답에 의지하는 모습을 보인다. 최근 일상과 업무 깊숙이 들어온 AI를 활용하는 직장인의 모습을 민아를 통해 자연스럽게 녹여냈다.

이 같은 변화에는 기호와 선우 두 사람을 넘어 우투투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다 폭넓게 담고자 한 김도영 감독의 의도가 있었다. 김도영 감독은 “사원들의 오피스물로 가져가고 싶었다”며 “오피스 안의 분열 문제라기보다 그들의 고민 같은 것이 조금 더 들어오고, 선배가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기호가 선우 한 사람에게만 ‘좋은 어른’이 되는 이야기에 머물지 않길 바랐다. 유진과 민아를 비롯한 젊은 직원들이 처음에는 자신과 다른 세대의 기호를 낯설고 불편하게 여기지만, 점차 서로를 이해하고 관계를 쌓아가는 과정까지 그리고자 했다.

김도영 감독은 “모두가 라벨링의 시대에 살고 있지 않나. 자신과 다른 라벨이 붙은 사람과 교류하지 않거나 저항감을 갖기도 하는데, 서로가 서로를 받아들이고 우정을 쌓게 되는 이야기가 됐으면 했다”며 “유진이나 민아도 너무 열심히 살아가는 인물들이다. 그럴 때 기호가 가서 ‘잘될 거다’라고 이야기해 주는 모습에서 좋은 어른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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