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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 로컬들의 주말여행지, 도시 밖에서 만난 호주의 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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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들의 전원 휴양지 서던 하일랜드

로컬들이 사랑한 해안도시 울런공

아직 본격적인 무더위는 시작도 안 했는데 벌써 겨울이 그립다.

계절을 피하고 싶을 때 남반구는 언제나 좋은 도피처다. 우리가 폭염과 모기떼와의 전쟁을 준비할 때 남반구 호주는 겨울 문턱에 들어섰다. 계절도 반대, 분위기도 반대다. 늘 바쁘게 움직이는 한국과 달리 여유로움의 극치를 보여주는 여행지다.

한국인이 호주 여행에서 가장 많이 찾는 곳은 시드니다. 하지만 시드니만 보고 돌아가는 건 호주가 차려놓은 여유 한 상을 시식 코너 수준으로 맛보고 가는 것. 본식을 즐기려면 도시 바깥으로 나가야 한다.

호주가 워낙 넓다 보니 비행기로 1~2시간 이동도 길게 느껴지는 한국인에게 다른 지역으로의 이동은 부담이다. 대신 차로 1시간 내외 ‘근교 여행’으로 즐길 수 있는 시드니 로컬들의 주말 여행지를 소개한다.

호주 부유층의 전원 휴양지로 불리는 서던 하일랜드(Southern Highlands)와 소박하고 일상적인 해안 도시 울런공(Wollongong)이다.

시드니 부자들의 고요한 휴식처 서던 하일랜드

시드니에서 남서쪽으로 차로 약 90분. 서던 하일랜드는 자극적인 액티비티보다 정원을 걷고 와인을 마시며 느긋한 브런치를 즐기는 ‘우아한 휴식’형 여행자의 단골 스폿이다. 마치 시간에 0.5배속을 걸어놓은 듯한 여유를 느낄 수 있다.

서던 하일랜드의 보랄, 미타공, 베리마 세 지역을 둘러봤다.

보랄에는 부자들의 휴양지라는 별명답게 실제 ‘찐 부자’가 살던 집을 둘러보는 투어가 있다. 레트포드 파크는 1960년대 미디어 재벌 제임스 페어팩스(James Fairfax)의 저택이다. 현재는 내셔널 트러스트가 관리하는 문화유산이다. 가이드 투어에 참여하면 페어팩스가 평생 모은 미술품과 가구 컬렉션에 얽힌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한 시대를 풍미한 미디어 거물의 안목을 엿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사진= 호주 뉴사우스웨일즈주 관광청

서던 하일랜즈의 조용한 럭셔리를 담당하는 곳은 보랄의 럭셔리 호텔 아르도르 밀턴 파크다. 19세기 컨트리 하우스를 기반으로 한 헤리티지 숙소다. 약 302평 규모 정원과 숲길, 장미정원, 호수까지 갖췄다. 객실의 유럽풍 인테리어와 클래식하게 옷을 차려입은 손님들까지 우아함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베리마에서는 오랜 역사를 품은 앤티크 감성 식당들이 많다. 벤둘리 에스테이트의 ‘더 북 반’ 레스토랑은 이름 그대로 책으로 둘러싸인 공간이다. 옛 농장 창고를 개조해 와이너리와 서점, 레스토랑을 한곳에 담았다. 아늑한 서점 안에서 식사할 수 있어 SNS 사진 명소로도 유명하다. 우드파이어 피자와 로스트 미트, 파스타 등 현대 호주식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와이너리에서 생산한 와인과 함께 즐기는 페어링도 가능하다.

사진= 호주 뉴사우스웨일즈주 관광청

“우리 버섯 많으니까 많이 따가요.” 미타공의 이색 체험으로는 ‘머쉬룸 터널’ 투어가 있다. 산속 깊은 곳에 자리해 가이드 없이는 찾기 어려울 정도다. 이곳은 1860년대 건설 후 방치됐던 옛 미타공 철도 터널을 버섯 재배지로 바꾼 공간이다. 동굴 안은 버섯을 위한 온도와 습도, 조명이 정교하게 맞춰져 있어 버섯 탐험을 떠날 수 있다.

현지인이 사랑하는 주말 드라이브 여행지 울런공

이름이 울릉도와 비슷해 한 번 들으면 쉽게 잊히지 않는 곳, 울런공이다. 서던 하일랜드가 부자들의 고급 휴양지였다면 이곳은 시드니 로컬들의 주말 여행지다.

바다와 도심이 맞닿은 울런공은 뉴사우스웨일스주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다. 시드니에서 차로 1시간 거리. 기차로도 이동할 수 있어 울런공에 거주하며 시드니로 출퇴근하는 직장인도 많다.

울런공은 ‘과하지 않아서 좋은 여행지’다. “여기 관광지입니다”라고 외치는 기념품 가게가 늘어선 곳이 아니다. 대신 “이게 호주 사람들의 일상이구나”라는 감탄을 자아내는 자연과 여유가 있다.

울런공을 가장 잘 즐기는 방법은 현지인처럼 느긋한 하루를 보내는 것. 로컬들의 코스에 맞게 아침에는 울런공 비치 산책로로 향해보자. 산책로의 풍경을 보면 최근 해외 SNS에서 화제가 된 ‘호주 효과(Australian effect)’가 떠오른다. 외국인들이 호주에 머무르며 매일 상쾌한 공기 속에서 운동하고 건강한 음식을 먹다 보면 미인이 된다는 농담 같은 가설이다. 그 말을 증명하듯 울런공 해변에 도착하면 운동하는 현지인들 사이에서 나도 모르게 뛰고 싶어지고 에메랄드빛 바다를 바라보고 있으면 당장 뛰어들고 싶어진다.

호주 여행에서 빠지면 아쉬운 동물 삼총사, 쿼카·캥거루·코알라도 울런공에서 만날 수 있다. 심비오 와일드라이프 파크가 그 무대다. 약 2만4000평 규모 부지에 500마리가 넘는 동물이 살고 있다. 캥거루 먹이 주기, 코알라와 사진 촬영 등 직접 교감하는 체험도 가능하다. 시드니 동물원보다 방문객이 훨씬 적어 여유롭게 둘러보기 좋다.

사진= 호주 뉴사우스웨일즈주 관광청

울런공은 차를 타고 가는 걸 강력하게 추천한다. 시드니에서 출발해 약 140km 이어지는 그랜드 퍼시픽 드라이브(Grand Pacific Drive)는 호주를 대표하는 해안 도로 중 하나다. 바다 위를 가로지르는 씨 클리프 브리지가 그 상징이다. 드라이브 중간 지점에 있는 캥거루 밸리는 이름값대로 야생 캥거루와 웜뱃을 만날 수 있는 자연 지역. 카약과 하이킹, 캠핑까지 다양한 액티비티도 즐길 수 있다.

문서연 여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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