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에서 테일러숍까지, 후에를 현지인답게 즐기는 하루 코스
베트남 중부 도시 후에를 찾는 여행자 대부분은 왕릉과 황성부터 돈다. 왕릉과 황성 사이 골목과 강변에는 미술관 카페 오래된 다리가 조용히 자리를 지킨다. 여섯 곳을 하루 동선에 담으면 후에를 더 깊이 볼 수 있다.
디엠 픙 티 미술관(Diem Phung Thi Art Exhibition House)

공식 웹사이트
하루 일정은 흐엉강변 레로이 거리에서 시작한다. 베트남 조각가 디엠 픙 티는 1920년에 태어나 2002년에 세상을 떠났다. 치과의사로 일하다 마흔이 넘어서야 조각을 시작했다. 베트남 민속 요소와 서양 현대 조각 기법을 함께 다뤘다. 일곱 가지 기본 형상을 조합하는 모듈형 조각 기법을 만들어냈다. 그 기법으로 만든 작품은 프랑스를 비롯한 세계 예술계에서 평가를 받았다.
건물은 프랑스 식민지 시절 지어진 옛 빌라와 초록빛 정원이 나란히 자리한다. 성인 입장료는 3만 동으로 약 1600원이다. 부담 없이 관람할 수 있는 가격이다.
후에 여행에서는 왕릉과 역사 유적을 돌아보다 지치는 경우가 많다. 조용한 정원 안에서 베트남 현대 미술을 살펴볼 수 있는 공간은 흔치 않다. 사람이 붐비지 않는 곳에서 사진을 남기고 싶은 여행자에게 어울린다.
Diem Phung Thi Art Museum
17 Lê Lợi, Thuận Hóa, Huế, 베트남
태화전(Thai Hoa Palace / Điện Thái Hòa)

베트남정부관광청
미술관에서 나온 뒤에는 강을 따라 도보로 후에 황성으로 향한다. 태화전은 베트남 마지막 왕조 응우옌 왕조의 후에 황성 안에서 가장 크고 중요한 건물이다. 1805년 자롱 황제 때 처음 세워졌다. 1833년 민망 황제 시기 지금 자리로 옮기고 규모를 넓혔다. 태화라는 이름은 천하 모든 존재가 완전한 평화와 조화를 이룬다는 뜻을 담았다.
황제 즉위식과 국경일 행사 외국 사신을 맞이하는 의식이 태화전에서 열렸다. 붉은 기둥과 금빛 용 장식 중앙에 놓인 황금 용좌가 응우옌 왕조의 권위를 보여준다. 태화전은 후에 황성 안에 있어 황성 통합 입장권으로 함께 관람한다. 성인 입장료는 20만 동(약 1만1000원)이며 어린이 요금은 4만 동(약 2230원)이다.
후에 황성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한국 여행자라면 경복궁 근정전과 비교하며 동아시아 유교 문화권 왕궁 건축의 비슷한 점과 다른 점을 찾아보는 재미를 누릴 수 있다. 태화전을 포함한 황성 핵심 구역 관람에는 한 시간에서 한 시간 반 정도 걸린다.
디엔타이호아
Điện Thái Hòa, Hai Mươi Ba Tháng Tám, Phú Xuân, Huế, 베트남
누크 이터리(Nook Eatery)

황성을 둘러보고 나면 점심시간이 가까워진다. 누크 이터리는 후에 시내 골목 깊숙한 곳 응우옌 꽁 쯔 거리에 자리한 브런치와 수제버거 전문점이다.
베트남어로 골목을 뜻하는 ‘키엣’ 안쪽에 있어 도심 소음에서 벗어나 쉴 수 있다. 열대 식물과 알록달록한 인테리어가 어우러져 친구 집에 놀러 온 듯한 분위기를 만든다.
쌀국수나 분보후에를 계속 먹다 보면 속이 무거워지는 순간이 온다. 서양식 브런치와 비건 메뉴를 골라 먹을 수 있는 곳이 누크 이터리다. 매장은 청결하게 관리되고 직원들은 영어로 편하게 소통한다.
대표 메뉴는 매장에서 직접 만든 패티를 넣은 수제 버거와 하루 종일 주문할 수 있는 올데이 브런치다. 두툼한 고기 패티에 신선한 채소를 더한 버거는 후에 지역에서도 손꼽히는 맛으로 알려졌다. 갓 짜낸 생과일 주스나 그래놀라 스무디 볼을 곁들이면 한 끼 식사로 충분하다.
Nooknina-Breakfast to Burger
Số nhà 5, Kiệt 33 Kiệt 42 Nguyễn Công Trứ, Thuận Hóa, Huế 530000 베트남
탄토안 기와다리(Thanh Toan Bridge/ Cầu Ngói Thanh Toàn)

베트남 후에시 정부 공식 포털 웹사이트
점심을 마친 뒤에는 시내를 벗어나 근교로 이동한다. 탄토안 기와다리는 후에 시내에서 동남쪽으로 8㎞ 떨어진 조용한 시골 마을에 있다. 오가는 데만 왕복 한 시간 가까이 걸리는 만큼 하루 일정 중 시간이 가장 넉넉한 오후 시간대에 배치하는 편이 낫다.
18세기에 지어진 목조 기와다리로 1776년 마을 여인 쩐 티 다오가 사재를 들여 세웠다. 마을 사람과 지나가는 나그네가 강을 쉽게 건너고 더위를 피하도록 지은 다리다. 호이안 내원교와 함께 베트남에서 몇 남지 않은 지붕 있는 기와다리 양식으로 꼽힌다. 다리 안쪽에는 사람들이 앉아 쉴 수 있는 긴 평상과 여신을 모신 작은 제단이 있다. 다리를 건너는 데 드는 비용은 없다.
붐비는 관광지를 벗어나 벼가 익어가는 옛 시골 풍경과 주민들의 일상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곳이다. 다리 그늘에 앉아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기와다리와 논밭을 배경으로 사진을 남기기 좋다.
Thanh Toan Bridge
Thanh Thuy, Hue, 베트남
냐 뀐 커피 로스터리 NHÀ QUÌN COFFEE ROASTERY(- 50m2 – Single Origin Arabica, Fine Robusta – 111 Dãy E Khu Tập Thể Đống Đa, Huế)

기와다리에서 시내로 돌아오는 길에 커피 한 잔으로 오후를 채운다. 냐 뀐 커피 로스터리는 후에의 오래된 아파트 단지 동다 지구 111번지 상가에 있는 50㎡ 규모의 로스터리 카페다. 관광지 중심에서 벗어나 주민들이 오래 살아온 아파트 단지 안에 자리해 조용하고 레트로한 분위기를 지녔다.
가게는 달콤한 음료 위주로 파는 곳이 아니다. 베트남 최고급 아라비카 싱글 오리진 원두와 파인 로부스타 원두를 직접 골라 매장에서 로스팅한다. 커피를 깊이 즐기는 사람들이 꾸준히 찾아가는 곳으로 자리 잡았다.
한국인 여행자들 사이에서는 베트남 커피 하면 연유와 설탕을 듬뿍 넣은 단 커피를 떠올리기 쉽다. 가게는 단맛 위주의 통념과 다른 커피를 낸다. 고품질 베트남 단일 원산지 원두가 지닌 섬세한 향과 깔끔한 산미·고소한 바디감을 정통 핸드드립과 에스프레소 방식으로 뽑아낸다.
반드시 맛봐야 할 메뉴는 정성껏 내리는 싱글 오리진 아라비카 푸어오버 드립 커피와 후에 지역 명물 음료를 스페셜티 원두로 바꿔낸 소금 커피다. 쓴맛 위주의 저가 로부스타 대신 섬세하게 볶은 파인 로부스타를 써서 단맛과 짠맛의 균형 속에서도 원두 본연의 풍미를 살렸다.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인상 깊게 기억할 맛이다.
NHÀ QUÌN COFFEE ROASTERY – 50m2 – Single Origin Arabica, Fine Robusta – 111 Dãy E Khu Tập Thể Đống Đa, Huế
29A Lê Hồng Phong, Thuận Hóa, Huế 49000 베트남
지아 휘 실크 테일러 숍(Gia Huy Silk Tailor shop)

커피로 오후를 정리한 뒤에는 여행자 거리 팜 응우 라오로 발걸음을 옮긴다. 지아 휘 실크 테일러 숍은 후에의 여행자 거리 팜 응우 라오 48번지에 있는 맞춤 의류점이다. 고급 실크·실크 혼방·린넨·캐시미어·울 등 다양한 원단을 갖췄다. 숙련된 재단사가 체형을 정밀하게 재서 24시간 안에 수트 아오자이 드레스 재킷을 완성한다.
한국에서 맞추는 가격과 비교하면 품질 대비 가격이 낮은 편이다. 한 번 잰 치수는 매장에 보관되며 한국에 돌아간 뒤에도 온라인으로 다시 주문할 수 있다.
체형에 맞춘 아오자이를 입고 후에 황성이나 강변에서 사진을 남기고 싶은 한국인 여행자에게 권할 만한 곳이다. 치수를 재는 데는 30분이면 충분하다.
Gia Huy Silk Tailor shop
48 Phạm Ngũ Lão, phường, Thuận Hóa, Huế 530000 베트남
권효정 여행+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