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 속 펼쳐진 소백산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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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_BACK by 박민아

소백산의 청정한 공기에 관한 향수를 바탕으로 브랜드 ‘소백(So_Back)’을 세상에 선보인 박민아. 한국 문화와 정서를 알리려는 열망으로 전통 가치를 일깨우는 아름다운 서사를 만들어간다.

국산 유기농 면을 사용해 절개와 단추 여밈 커버 교체가 가능한 ‘소백 오가닉 침구 세트’.

국산 유기농 면을 사용해 절개와 단추 여밈 커버 교체가 가능한 ‘소백 오가닉 침구 세트’.

최고급 흙으로 빚어 숯으로 만든 유약으로 분장한 ‘수묵 와이드볼’.

최고급 흙으로 빚어 숯으로 만든 유약으로 분장한 ‘수묵 와이드볼’.

고향인 경상북도 영주의 소백산에 대한 그리움에서 ‘소백’ 브랜드가 시작됐습니다. 당신에게 그곳은 어떤 풍경으로 남아 있나요
제가 자라던 시절의 영주는 한옥이 대부분인 시골 마을이었습니다. 목수였던 할아버지께서 직접 지은 한옥에서 살았죠. 차가운 물을 마시며 소백산의 하얀 꼭대기를 바라보는 것이 하루의 시작이었습니다. 맞벌이를 하는 부모님이 출근하면 할머니와 함께 대청마루에 앉아 고추를 다듬고, 마당에서 동생과 흙놀이를 하거나 자전거를 타고, 메뚜기와 가재를 잡고 놀았어요. 오후 늦게 해가 깊어지면 따스한 햇살 아래 낮잠을 자던 기억이 납니다. 서울 아이들은 교과서에서나 볼 법한 이야기들이죠.

당신에게 소백산은 단순한 산이 아니라 삶의 뿌리 같은 곳이죠. 그곳에서 보낸 유년시절이 ‘소백’이 품은 정서에 어떻게 얽혀 있는지
고등학교 안에 향교가 있었어요. 갓을 쓰고 한복을 입은 어르신들이 제사를 지내는 모습을 등굣길에 자주 보곤 했습니다. 내 일상에 한국의 전통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었고, 서울에 올라왔을 때는 시간여행을 하는 기분이 들었어요. 전통과 현대가 맞닿아 있던 유년시절의 경험이 ‘소백’만의 한국적 미학을 정립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친 것 같아요. 디자인할 때도 자연스럽게 제 경험에서 모티프를 찾아 직관적으로 표현하게 됩니다.

전통 요소를 당신의 경험을 통해 재해석하고 시각화했군요
전통적 시각 요소를 내 안에서 체화한 후 ‘나’라는 매개체를 통해 정제해 내는 과정에 방점을 둡니다. 인위적이거나 내 안에서 충분히 소화되지 않은 요소는 배제해요.

‘소백 누비 로브 재킷’을 입고 있는 박민아 대표.

‘소백 누비 로브 재킷’을 입고 있는 박민아 대표.

인센스이자 캔들 홀더인 ‘소백 달항아리 명상 오브제’ 뒤로 비정형 그릇인 ‘소백 막사발’ 아트워크가 걸려 있다.

인센스이자 캔들 홀더인 ‘소백 달항아리 명상 오브제’ 뒤로 비정형 그릇인 ‘소백 막사발’ 아트워크가 걸려 있다.

소백은 ‘조선시대 서민의 삶에서 찾은 현대의 한국적 미학’을 소개합니다. 조선이라는 특정 시대를 설정한 이유는
조선시대는 실용주의 사상이 전파된 시대이며, 현대 문물과 연결되는 시기입니다. 과거와 현대의 교차점이죠. 조선시대 서민들이 사용했던 물건은 친환경적이고 단순하며, 기능적입니다. 오늘날에도 적용 가능한 디자인 요소가 많아요. 개인적으로 조선시대의 미학을 가장 좋아합니다. 소백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는 ‘한국적 미니멀리즘’에 있어요.

소백의 제품에 흑과 백, 두 가지 색상만 사용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단색화를 보면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검은색 혹은 흰색이라는 두 가지 색을 사용하게 된 이유도 여기에 있죠. 프리랜스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는데, 다른 브랜드를 위한 작업에는 형형색색의 컬러를 사용하지만 개인 작업에서는 색이 없는 디자인을 통해 명상처럼 작업하는 즐거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국내의 명인이나 작가들과 협업해 제품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생산하는 제품의 개수가 한정적일 텐데요
처음에는 대량생산이 가능한 곳에 맡기기도 했지만, 결과물에 만족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 명인과의 인연을 통해 마음에 드는 바느질을 만날 수 있었죠. 그 후로 작가와 협업해 제품을 제작합니다. 일반적으로 브랜드가 성장함에 따라 대량생산으로 전환하는 경향이 있지만, 소백은 그 반대의 길을 걷고 있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공예 지향적이 되고, 한정 생산을 고집하고 있습니다. 이게 다른 브랜드와 차별되는 소백만의 독특한 색깔이죠.

부드럽고 고슬고슬한 텍스처의 ‘소백 사각문 블랭킷’.

부드럽고 고슬고슬한 텍스처의 ‘소백 사각문 블랭킷’.

유기농 면 원단으로 리넨의 텍스처를 구현한 ‘소백 한옥 가림막’.

유기농 면 원단으로 리넨의 텍스처를 구현한 ‘소백 한옥 가림막’.

친환경 제작방식을 우선시하는 것으로 압니다
제품의 소재를 선택할 때 친환경 소재를 우선순위에 둡니다. 제작방식도 가급적이면 사람의 손으로 만드는 방식을 선호합니다. 예를 들어 건조가 필요한 소백의 달항아리 명상 오브제는 제작 과정에서 탄소를 배출하는 열에너지를 사용하지 않고 자연 건조 방식을 채택하고 있어요.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시간이 주는 아름다움이 자연의 아름다움을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소백의 철학과 당신의 가치관이 연결되는 부분이 있다면
자연과 가까운 것이 가장 아름답고, 필요한 요소만 활용하는 것이 가장 좋은 디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제 삶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어요. 항상 단순한 걸 좋아하고, 한 아이템을 오래 사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부모님은 마당에서 채소를 기르며 자급자족하는데, 이렇게 소박하고 담백한 삶의 모습이 제게 큰 본보기가 되는 것 같아요.

앞으로 소백의 여정에 어떤 이야기를 엮어가고 싶은지
‘더콘란샵 재팬’ 전 지점에 소백이 지닌 모든 카테고리의 제품이 입점하게 됐습니다. 처음 소백을 만들 때 최종 목표로 삼았던 곳에 입점하게 된 거라 개인적으로 무척 뿌듯합니다. 그 외에도 의류 라인 ‘네오(Neo)’는 카타르에서 미래적 디자인으로 론칭될 예정입니다. 소백의 의류 라인은 한국보다 외국에서 더 많은 러브 콜을 받고 있어요. 앞으로도 한국적 미학을 널리 알리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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