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는 즐거움 넘어선다”… 벤틀리 첫 전기차, ‘감성까지 설계’하는 이 기술


벤틀리가 럭셔리의 정의를 다시 쓰고 있다. 브랜드 최초의 순수 전기 어반 럭셔리 SUV ‘토르칼(Torcal)’에 탑재되는 통합 감각 제어 시스템 ‘큐레이션 엔진(Curation Engine)’이 공개됐다. 조명·사운드·공조·공기질·디지털 정보를 동시에 제어하는 이 시스템은, 탑승자의 감정 상태에 맞춰 실내 전체 분위기를 한 번에 전환하는 방식이다.
오는 9월 23일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글로벌 론칭을 앞두고, 벤틀리는 토르칼의 핵심 특징들을 순차적으로 공개 중이다. 토르칼은 벤틀리 107년 역사에서 첫 순수 전기차이자, 브랜드가 ‘세계 최초의 진정한 럭셔리 어반 SUV’로 규정하는 이정표 모델이다.
감각 신경과학을 품은 다이얼 하나
큐레이션 엔진의 물리적 실체는 실내 정중앙에 배치된 보석 형태의 원형 다이얼이다. 이 오브제 하나로 탑승자는 차량의 서스펜션·파워트레인 반응은 물론, 조명 색온도, 오디오 사운드스케이프, 공조 강도, 실내 공기 순환량, 계기 디스플레이 정보량까지 통합적으로 전환할 수 있다.
설계 철학의 바탕에는 ‘환경과 감정의 관계’를 규명하는 감각 신경과학(Sensory Neuroscience)이 자리한다. 기존 럭셔리카들이 서스펜션·조명·시트를 각각 개별 조절하는 방식이었다면, 토르칼은 이 모든 요소를 하나의 감각 패키지로 묶어 탑승자가 원하는 감정 상태(차분함·집중·활력·몰입)를 공간 전체로 구현한다. 벤틀리는 이를 가리켜 ‘보고 만지는 것을 초월해 감각으로 느낄 수 있는 럭셔리’라 정의한다.

네 가지 익스피리언스 모드의 실체
큐레이션 엔진은 네 가지 ‘익스피리언스 모드(Experience Mode)’를 제공한다. 기본값인 ‘벤틀리 모드(Bentley Mode)’는 편안함과 장인정신, 주행 몰입감을 균형 있게 결합한 모드로 브랜드가 한 세기 넘게 추구해온 그랜드 투어러의 성격을 가장 순수하게 표현한다.
‘컴포트 모드(Comfort Mode)’는 장거리 여정에서 탑승자를 차분한 상태로 이끈다. 부드러운 조명, 잔잔한 사운드와 함께 계기 화면의 정보량을 줄이는 ‘디지털 디톡스(Digital Detox)’ 설정이 핵심이다. ‘스포츠 모드(Sport Mode)’는 즉각적인 사운드 연출과 선명한 시각 요소로 운전자와 차량의 연결감을 극대화한다.
토르칼만을 위해 새롭게 추가된 ‘리프레시 모드(Refresh Mode)’는 외부 공기 유입량을 늘리고 조명을 밝혀 장거리 주행 중 쌓인 피로를 줄이고 각성 상태를 높이는 웰빙 특화 모드다.
PPE 플랫폼·400kW 충전…스펙도 최상위

감성만으로 설명되는 차가 아니다. 토르칼은 폭스바겐 그룹의 800V 고전압 아키텍처 ‘PPE(Premium Platform Electric)’ 플랫폼을 기반으로 약 113kWh 배터리 팩을 탑재한다. 최대 충전 출력은 390~400kW 수준으로, 약 7분 충전으로 약 161km(100마일)의 주행거리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예상 주행거리는 480km 이상으로 거론된다.
가격은 독일·유럽 매체 기준 기본가 약 20만 유로(약 3억 원대)로 예상되며, 미국 시장은 2027년 3분기 출시가 전망된다. 페라리 Luce 등 경쟁 초고가 전기 SUV와의 정면 승부가 예고된 가운데, 토르칼의 상업적 성과는 PPE 플랫폼을 공유하는 VW 그룹 전체의 럭셔리 EV 전략 신뢰도와도 직결된다는 점에서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