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충전, 낮에 하면 최대 32% 싸진다…’계절·시간대별 요금제’ 시동


전기차를 모는 운전자라면 이제 충전 시간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연간 수십만 원의 비용을 아낄 수 있는 시대가 열린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오는 10월 31일까지 주말·공휴일 21일간,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 사이에 공공 급속충전기 요금을 최대 32%까지 인하한다고 밝혔다.
기후부 급속충전기 9,600기, 최대 32% 인하 적용
이번 할인의 핵심은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가 전기차 충전용 전력량요금을 해당 시간대에 50% 인하하는 데 있다. 다만 전력량요금이 전체 충전요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약 35% 수준이어서, 한전 운영 충전기 기준 소비자 체감 할인율은 약 11~17%에 그친다.
반면 기후부가 직접 운영하는 급속충전기 약 9,600기에는 한전 인하분에 기후부 자체 할인을 추가로 얹어, 소비자 체감 할인율이 22~32%까지 올라간다. kWh당 최대 97.2원이 깎이는 셈으로, 장거리 운행이 잦거나 고속충전 비중이 높은 운전자일수록 절감 효과가 크다. 공공 급속·완속 합산 약 1만7,400기와 민간 충전사업자 15개사가 참여하며 업체별로 요금 할인 또는 포인트 지급 형태로 혜택을 제공한다.
봄철 첫 실증 결과…충전 건수 9.2% 증가, 수요 20% 휴일로 이동
정부가 이처럼 할인폭을 키운 배경에는 올봄 실증 결과가 있다. 지난 4월 18일부터 5월 31일까지 시행한 첫 번째 할인(소비자 체감 12~15%)에서, 할인 시행 전후 하루 평균 충전 이용 건수가 약 9.2% 증가했다. 전체 할인 기간 총 충전량은 약 17GWh에 달했다.
특히 자가소비용(개인 주택·회사 사내) 충전의 경우, 할인 도입 이후 약 20%의 충전 수요가 일요일 등 휴일로 이동한 것으로 기후부는 분석했다. 가격 신호에 따라 충전 패턴을 바꾸는 소비자 행태가 이미 확인된 것이다. 다만 봄철 충전 사용량 자체가 크지 않아, 실제 전력망 안정성에 어느 정도 기여했는지의 정량적 분석은 아직 완료되지 않은 상태다.
이번 가을철 실증에서 정부가 기후부 운영 충전기(22~32%)와 한전 운영 충전기(11~17%) 간 할인폭에 의도적으로 차등을 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가격 변화 폭에 따라 운전자의 충전 시간 이동이 얼마나 달라지는지를 계량적으로 파악하기 위한 ‘실험적 설계’다.

2027년 상반기 요금제 도입, V2G 상용화까지 시야에
정부는 올봄과 이번 가을, 두 차례 실증 결과를 종합해 2027년 상반기부터 전력 수요·공급 상황에 따라 시간대별로 요금이 달라지는 ‘계절·시간대별 충전요금제’ 도입을 목표로 한다. 충전사업자의 과금 시스템 정비, 소비자 안내 체계 구축 등 실무 요소를 이번 실증을 통해 병행 점검 중이다.
장기적으로는 날씨와 실시간 전력수급까지 요금에 반영하는 ‘동적요금제(Dynamic Pricing)’와의 연계도 검토한다. 같은 낮 시간이라도 태양광 발전량은 기상 조건에 따라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고정 시간대만으로는 전력 과잉 여부를 정확히 반영하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에서다.
제주에서는 현대자동차와 쏘카가 아이오닉9·EV9 등을 활용해 낮에 충전한 전력을 수요가 높은 시간대에 전력망으로 되돌려 보내는 V2G(Vehicle to Grid) 양방향 실증을 진행 중이다. V2G가 상용화되면 전기차 오너는 싼 값에 전기를 충전하고, 남은 전기는 전력망에 되팔아 수익도 얻을 수 있다. 다만 잦은 충·방전이 배터리 성능에 미치는 영향, 보상 단가 및 전력시장 참여 규칙 등 제도적 쟁점은 여전히 해결 과제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