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루미늄이 최고”라던 전기차… 강철이 다시 핵심이 된 놀라운 반전


전기차 시대에도 ‘철강’은 건재할 수 있을까. 그 답을 찾기 위해 국내 철강·자동차 업계가 공식적으로 손을 맞잡았다.
한국철강협회와 한국자동차연구원(KATECH)은 9월 8일 충남 천안 한국자동차연구원 본원에서 ‘자동차용 철강·금속소재 분야 상호 협력체계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EV 시대에도 철강이 핵심인 이유
전기차가 대세로 굳어지면서 알루미늄·CFRP(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 등 경량 소재가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차체 구조 측면에서 강재 기반 BIW(백색차체) 구조는 여전히 60~70%의 비중을 유지하고 있다.
오히려 전동화는 새로운 형태의 철강 수요를 만들어냈다. 인장강도 1GPa(1,000MPa) 이상의 초고강도 강재인 ‘기가스틸’은 배터리 보호 구조물과 차체 충돌 부위에 필수적으로 쓰인다. 전기차 구동모터코어에 적용되는 ‘고효율 무방향성 전기강판(HyperNO)’도 모터 효율을 직접 좌우하는 핵심 소재다.
글로벌 AHSS(고급 고강도강) 시장 규모는 2026년 약 259억 8,000만 달러에서 2031년 약 386억 7,000만 달러로, 연평균 8.28%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K-철강의 저탄소 승부수, 수치로 본다

이번 MOU의 배경에는 국내 철강업계의 대규모 저탄소 전환 투자가 자리하고 있다. 포스코는 MOU 체결 당일인 9월 8일, 광양제철소에서 연산 45만 톤 규모의 ‘8CGL(연속 용융아연도금 라인)’ 착공을 발표했다. 투자 규모는 4,800억 원에 달하며, 광양제철소를 ‘신모빌리티 전문 제철소’로 육성하겠다는 전략의 일환이다.
현대제철은 이미 25종의 탄소저감 강종 인증을 완료했고, 2026년 내 총 53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현대제철·포스코가 미국 루이지애나에서 추진 중인 저탄소 제철소(HPLS) 프로젝트는 투자 규모만 약 8조 원에 이른다. DRI(직접환원철)와 전기로 공정을 결합해 기존 고로 대비 탄소배출을 최대 70%까지 줄일 수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발효되면서 글로벌 OEM들이 공급망 전반에 저탄소 강재 조달을 의무화하는 흐름과 정확히 맞물린다.
MOU의 진짜 의미: 요구사항·소재·표준의 삼각 연결
이번 협약의 실질적 가치는 ‘선언’이 아닌 ‘구조’에 있다. 양 기관은 실무협의체를 구성해 중장기 기술 로드맵 공동 기획, 완성차·부품업계의 소재 성능 요구사항 상시 공유, 국내외 시험·평가·표준·인증 동향 공동 대응이라는 세 축을 가동할 계획이다. 이경호 한국철강협회 부회장은 “고성능·저탄소 철강·금속소재 기술력이 미래 자동차의 성능과 안전성, 친환경 경쟁력을 결정한다”며 양 기관의 R&D·시험평가 역량과 산업 네트워크를 연계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AI·디지털 전환(DX) 기반 협력과제 발굴도 명시됐다. 고강도강의 성형·용접·코팅 공정을 AI로 최적화하고, 생산 데이터를 활용한 공정 시뮬레이션을 도입하면 원가·품질·탄소배출을 동시에 관리하는 스마트 제조 체계로 진화할 수 있다. 자동차사·철강사·부품사·연구기관이 모두 참여하는 산·학·연 협력 네트워크도 별도로 구축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