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銀 “보이스피싱 피해 보상, 고객이 방지 노력 먼저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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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현식(가명)씨는 얼마 전 ‘1차 새정부 손실지원금 대상자’라는 내용의 전화를 받았다. 해당 금융사 직원은 “지원금을 받기 위해서는 대출금을 일부 상환해야 한다”며, 카카오톡 친구로 추가할 것을 요구했다. 강씨는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는 소식에 재빠르게 지시에 따랐지만, 상환 금액과 함께 URL 링크를 받은 후 이상함을 느꼈다. 금융감독원 정보포털인 ‘파인’에 금융사명을 검색하자 존재하지 않는 회사라고 나왔고, 강씨는 보이스피싱임을 알아차렸다.

우리은행이 보이스피싱 피해 고객을 대상으로 예금·대출 금리 우대와 피해 보상보험을 무료로 지원한다. 다만 소비자의 피해 예방 노력이 먼저다. 무조건 지원이 아니라는 얘기다. 

2일 오전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정현옥 우리은행 금융소비자보호그룹장(CCO)이 보이스피싱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 김경아 기자
2일 오전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정현옥 우리은행 금융소비자보호그룹장(CCO)이 보이스피싱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 김경아 기자

2일 오전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정현옥 우리은행 금융소비자보호그룹장(CCO)은 “보이스피싱은 사전 예방이 최우선”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우리은행은 최근 유행하고 있는 보이스피싱 사례를 소개했다. ▲대출빙자형 ▲지인사칭형 ▲기관사칭형 ▲스미싱 등이 있다. 특히 스미싱은 택배나 경조사·해외결제·과태료 등 내용으로 문자를 보내 URL 링크를 클릭하게 하는 피싱 방식으로, 최근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유형이다.

금융감독원 통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유형별 비중은 대출빙자형이 35.2%, 지인사칭 33.7%, 기관사칭 31.1% 순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유형별 피해액은 대출빙자형이 692억원으로 집계됐고 지인사칭이 662억원, 기관사칭형이 611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연령별 피해액 비중은 50대 이상이 전체 금액의 65%를 차지했다. 전년 대비 2023년 연령별 피해액 규모는 20~30대가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우리은행은 보이스피싱 피해를 구제하기 위해 보상보험을 도입해 지난달부터 시행 중이다. 1인당 최대 300만원까지 보상이 가능하다. 우리원(WON)뱅킹 앱과 보이스피싱 방지 앱(싹다잡아)을 설치한 후 영업점에서 보상을 신청하면 된다. 보이스피싱 취약계층인 20대와 50대 이상 고객은 싹다잡아 앱만 설치한 후 방문해도 된다.

다만 전기통신금융사기 유형 중 보이스피싱에만 해당하기 때문에 스미싱 피해 등은 보상 대상이 아니다. 정현옥 CCO는 “보이스피싱 방지 앱을 까는 등 고객이 예방 노력을 기울였을 때 300만원까지 보상하겠다는 얘기”라며 “해당이 되면 피해구제 절차에 맞춰 보상을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우리은행은 이달부터 보이스피싱 피해를 당한 60대 이상 취약계층에게 예금금리와 대출금리를 각각 1.5%포인트 우대 해주는 금융 지원을 실시한다. 금융취약계층 및 직원 대상 보이스피싱 예방 교육도 진행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정부와 협력해 ▲이상금융거래탐지시스템(FDS) 공동 룰 ▲본인계좌 일시 정지 ▲전통시장 협력체계 ‘장금(場金)이’ ▲금융거래 안심차단 서비스 등 보이스피싱 예방책을 시행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모든 지점에 금융소비자보호 담당자를 배치하기도 했다.

정현옥 CCO는 “우리은행만의 FDS 룰을 지속해서 강화하는 등, 365일 의심스러운 자금 이체를 사전에 차단하는 게 우리은행의 목표”라며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다해 ‘금융소비자 보호 1등 은행’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아 기자 kimka@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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