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PICK+] WHO “H5N1, 철새 통해 다른 나라 소에 확산될 우려”···‘포유류 확산’ 가능성도 존재

투데이코리아=이기봉 기자 | 세계보건기구(WHO)가 최근 미국 내에 퍼지고 있는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H5N1)가 철새를 통해 다른 국가에도 확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2일 <투데이코리아>의 취재를 종합하면, 장웬칭 박사(WHO 글로벌 인플루엔자 프로그램 책임자)는 지난 30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브리핑을 통해 “철새에 의해 전 세계적으로 바이러스가 옮겨지는 만큼 다른 나라의 소도 감염될 위험(a risk for cows in other countries to be getting infected)이 확실히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H5N1이 포유류 집단에 퍼지기 시작하면 확산 위험이 그만큼 증가하고 인간 대 인간 전염이 이뤄질 정도로 바이러스가 진화할 우려가 있다”며 “미국의 젖소와 인간을 감염시킨 H5N1이 철새를 통해 다른 국가의 소에 감염될 우려를 예사롭게 여겨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조류독감은 닭, 오리 등에 발생하는 급성 바이러스 전염병으로, 야생 조류에게서 발생하면 철새를 통해 대륙 간 이동을 하고 해당 지역의 가금류가 철새와 직간접적으로 접촉하는 방식으로 전염이 된다.
 
현재 미국의 젖소에게 퍼지고 있는 바이러스는 고병원성인 H5N1 바이러스이며 야생 조류에게서 소로 전염되던 바이러스가 현재는 변이돼 소에서 소로 전염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지난 3월 텍사스주와 캔자스주에서 처음으로 젖소가 H5N1에 감염된 것으로 조사됐으며 현재까지 약 한달 동안 감염된 지역은 9개 주(州)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H5N1가 걸린 젖소에게 노출된 텍사스 주민 1명도 양성 판정을 받아 눈이 충혈되는 결막염 증상으로 인해 항바이러스 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3월보다 더 이른 시기부터 H5N1가 미국 내 젖소들에게 전염됐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USDA(미국 농무부)는 지난 3~4월 조류독감에 감염된 젖소와 인간에게서 발견된 바이러스의 데이터를 공유했으며, 염기서열 저장소 ‘시퀀스 읽기 아카이브’(SRA)에 소, 닭, 고양이 등을 포함한 239종의 동물에게서 얻은 바이러스 정보를 게시했다.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는 이들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H5N1 바이러스가 지난해 12월 말부터 올해 1월 사이에 이미 야생 조류에게서 소로 전염됐을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이는 현재 알려진 것보다 더 많은 소들이 조류 독감에 감염됐다는 것을 시사한다.
 
NCBI(미국 국립생명공학정보센터)의 게놈 전염병학자인 마사 넬슨 박사는 데이터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소를 감염시킨 바이러스의 유전적 다양성 정도에 가장 놀랐다”며 “바이러스가 수 개월 동안 진화했다(the virus had months to evolve)”고 설명했다.
 
이어 “돌연변이 중에는 포유류에 확산될 수 있는 적응 가능성과 관련이 있는 바이러스-단백질 부분의 변화도 포함됐다”며 “감염된 소에서 새와 고양이로 되돌아오는 모습도 보여 ‘다중숙주발생’(a multi-host outbreak)이 일어났다”고 부연했다.
 
한편, H5N1이 발병한 이후 해당 낙농장 주변에 살던 고양이가 대량으로 사망한 사실도 알려졌다.
 
CBS에 따르면, 지난 30일(현지시간) 과학자들은 H5N1에 감염된 소의 생우유를 먹은 텍사스 낙농장 주변의 고양이 중 절반 이상이 사망했다고 보고했다.
 
과학자들은 “고양이들은 뚜렷한 부상 징후 없이 죽은 채로 발견됐으며, 아픈 소의 젖을 먹인 약 24마리의 집고양이로 이루어진 주민 집단에서 나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죽은 고양이의 뇌와 폐에서 샘플을 수집해 실험한 결과 “바이러스의 양이 많았다”며 “심각한 전신 바이러스 감염과 일치하는 미세한 병변(microscopic lesions consistent with severe systemic virus infection)이 발견됐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