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용산서 최고 수준 공사비 제시해도 외면, 시공사 응찰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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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집고]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 위치한 도곡개포한신 아파트. 지난달 29일 시공사 선정 입찰을 진행했으나 유찰됐다./강태민 기자

[땅집고] “조합원이 추구하는 최고의 아파트를 짓기 위해 평당 공사비로 920만원을 책정했습니다. 시공사에서도 긍정적으로 봤고 반응도 좋았는데 유찰돼 너무 충격적이고 아쉽습니다.” (하명국 도곡개포한신아파트 재건축 조합장)

지난 2일 찾은 서울 강남구 도곡동의 개포한신아파트. 주중 낮 시간대에도 이중 주차가 돼있고, 차량은 나무 분진으로 뒤덮였다. 곳곳엔 차량용 커버를 씌어둔 차들도 눈에 띈다. 건물 외벽에서도 세월의 흔적이 묻어난다.

[땅집고]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 위치한 도곡개포한신 아파트에 차량들이 이중주차 돼있다. 도곡개포한신 아파트는 1985년 준공한 단지로 재건축을 추진 중이다./강태민 기자

도곡개포한신 아파트는 1985년 준공한 단지로 올해 40년 차에 접어들었다. 8개동 총 620가구 규모입니다. 2022년 사업시행인가를 받고 재건축을 추진 중이다. 서울 강남역세권 부지인 데다 용적률도 145%로 낮아 사업성이 양호하다는 평가를 받는 단지다.

그런데 최근 재건축 추진 과정에 시공사 선정이 유찰됐다. 조합은 평당 900만원이 넘는 국내 최고 수준의 공사비를 제시했음에도 시공사 선정에 실패했다. 조합은 공사비로 평당 920만원, 총 4295억원을 제시했다. 도곡개포한신조합은 지난달 29일 시공사 선정 입찰을 진행했지만, 건설사 단 한 곳도 사업 제안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지난 3월 현장 설명회에는 현대건설, DL이앤씨, HDC현대산업개발 등 10개 건설사가 참석했다. 무난한 시공사 선정이 예상됐지만, 건설사 참여 없이 유찰되면서 조합 측 충격도 크다.

도곡개포한신아파트는 기존 620가구를 허물고 지하 3층~지상 35층 아파트 7개동 816가구로 재건축을 추진 중이다. 평당 900만원대 공사비에도 일반분양 물량이 85가구로 적고, 임대가구를 111가구를 지어야 한다. 건설사들이 사업성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하명국 조합장은 “특정 건설사가 들어온다는 소식이 돌면서 건설사 간 눈치싸움이 이어졌다”며 “첫번째 입찰에서 자동 유찰됐지만 재입찰 과정에선 시공사 선정이 무리 없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한다”고 했다. 조합 측에 따르면 오는 7일 재입찰 공고가 나갈 예정이다.

[땅집고] 서울 용산구 산호아파트 재건축 조합은 3월 시공사 입찰을 마감했지만 아무도 참여하지 않아 유찰됐다./강태민 기자

강남뿐만 아니라 용산 등 서울 핵심지에서도 시공사 입찰에 참여한 건설사가 없는 유찰이 이어지고 있다. 용산 산호아파트 재건축 조합은 지난달 시공사 입찰을 마감했지만 아무도 참여하지 않았다. 1977년 지어진 산호아파트는 6개동 지상 최고 12층, 554가구를 헐고 새로 7개동 지상 최고 35층, 647가구로 재건축할 예정이다. 원효대교 북단에 위치해 한강뷰가 가능해 관심을 크게 끌었다. 2월 현장 설명회에도 삼성물산, 현대건설, GS건설, DL이앤씨, 포스코이앤씨 등 8개사가 참석했지만 입찰에 참여한 건설사는 없었다.

조합은 당초 공사비로 3.3㎡당 830만원을 제시했다. 건설사는 공사비가 원자재값 상승 등을 반영하면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용산 한강변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입찰을 검토했지만 ‘하이엔드 브랜드’로 짓기엔 공사비 단가가 맞지 않는다”며 “자잿값과 인건비 등 부담이 커지고 있어서 적어도 손해 보지 않을 것이란 확신이 드는 사업장만 선별 수주에 나선다”고 했다.

코로나가 확산하기 전 500만원대에 불과했던 재건축 아파트 평당 공사비가 1000만원 시대로 접어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공사비 급등으로 입지가 우월한 알짜 재정비 사업장들마저 사업이 중단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조합원들이 급등한 건축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강남에서도 수주를 꺼리면 비강남 지역은 사업 추진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 서울에서 주택 공급물량이 재개발·재건축에 집중돼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신규 아파트 공급난이 더욱 심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코로나 이후로 급격하게 물가 상승이 이뤄지면서 정비사업에 소요되는 금액도 종전과 비교할 수 없이 크게 올랐다”며 “정비사업 조합의 기대치는 높지만, 주요 건설사가 생각하는 공사비와의 갭이 커 서울의 정비사업지에서도 시공사를 찾지 못하는 상황이 종종 발생하고 있고, 이런 양상은 당분간 쉽게 해소되기 어려울 것이다”고 했다. /박기홍 땅집고 기자 hong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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