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소멸을 막아라] “고등학교서도 유학생이 공부를…” 김천고 한국의 ‘이튼스쿨’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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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천고등학교 전경사진김천고등학교
김천고등학교 전경 [사진=김천고등학교]

1440년 개교한 영국의 이튼스쿨은 580년이 넘는 긴 역사동안 영국을 대표하는 사립 명문학교로 이름을 날리며 영국을 이끈 수많은 위인들을 배출해냈다. 인구 감소로 지역 소멸 위기가 현실과 되고 있는 가운데 경북 김천 고등학교가 한국의 이튼 스쿨로 거듭나기 위한 변모를 시작하고 있다. 

경북 김천고는 그간 대학의 전유물로만 여겨져 왔던 ‘외국 유학생’의 문호를 넓혀 외국인 유학생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는 ‘인구감소’, ‘인구절벽’의 영향에 직격탄을 맞은 우리 교육계가 ‘학령인구의 감소’까지 맞게 되자 내놓은 김천고의 고육지책이다.
 

◆ 미래 교육의 위기 타계와 김천고 백년대계의 솔루션  

김천고는 2024년도 고등학교 입학전형에서 중국, 캄보디아, 베트남을 비롯한 우즈베키스탄 국적 유학생 16명을 선발해 내년 입학을 확정했고, 올해는 베트남 유학생 7명 캄보디아 유학생 1명 총 8명을 입학시켜 한국인 학생들과 같이 수업을 듣게 했다. 
 
김천고는 현재 1학년에 입학한 유학생들을 위해 국제반을 별도로 편성했다. 김천고는 지난해까지 8개 반을 운영해 왔으나 올해부터는 국제반이 편성되면서 9개 반으로 운영된다. 현재 이들 외국인 유학생들은 1학년 9반 국제 반 소속으로 한국어 수업을 중점적으로 학습하고 있다.
 
올해 처음으로 유학생을 선발한 김천고는 ‘자율형 사립고’로 전국에서 입학생을 선발할 수 있음에도, 범위를 해외로 넓혀 유학생을 받기 시작했다.
 
김천고는 전체 신입생의 40%를 전국에서 선발하고, 40%는 경북에서, 나머지 20%는 사회적 약자를 선발하고 있다. 이 같은 방식으로 인해 김천고는 전국적인 학생수 부족 사태에도 불구하고 전통적인 면학 분위기, 훌륭한 수업 여건 등으로 인해 대학 입학률이 좋은 것으로 알려지며 신입생 입학문제를 걱정하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경북 지역의 급격한 인구감소, 특히 학령인구의 감소로 인해 위기를 맞았다. 최근 경북지역 내 초.중.고등학생수가 40%나 급감하자 학교의 존폐 문제는 물론이고 지역 소멸 위기까지 놓이게 됐다. 김천고의 재단인 송설재단은 “전국적인 학령인구의 감소로 인해 폐교가 속출하는 상황에서 학교의 명맥을 유지하고 전통을 지키기 위해서는 변화해야만 한다”며 해외 유학생 유치를 결정한 배경을 이같이 밝혔다. 
 

올해 처음으로 김천고등학교에 입학한 유학생들이 수업을 받고 있다사진김천고등학교
올해 처음으로 김천고등학교에 입학한 유학생들이 수업을 받고 있다[사진=김천고등학교]
◆ 김천고 유학생 유치로 한국의 이튼스쿨을 꿈꾸다

김천고의 이런 결단은 수동적, 소극적인 결정으로만 볼 수 없다는 것이 지역교육계의 분석이다. 앞서 소개한 영국의 이튼스쿨은 지난 1900년대 초부터 식민지 학생들을 받아들여 교육을 시켰고, 이들은 각국을 대표하는 지도자로 우뚝 서 외교적인 위기가 있을 때 마다 친영 인사가 되어 영국의 국가전략에 큰 기여를 한 사례가 있다.

대구 지역 A대학의 교육학과 K교수는 “현재 우리나라의 초.중.고등학교의 유학생 선발은 늦은 감이 있으나, 최근 한류를 타고 급상승 중인 국격으로 우리나라를 주목하고 있는 개발도상국들이 많아졌다”며 “이들 국가로부터 유학생을 받아들인다면 학령인구감소로 인한 학교의 폐교, 교육계의 침체를 벗어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지역사회도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 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천고에 유학 온 유학생들은 학교생활 3년 동안 기숙사에서 생활한다. 학교 생활에 소요되는 학비와 기숙사비등은 연간 1500만원 정도로 추산되는데 이 같은 비용 전액을 모두 학교가 지원한다. 
 
유학생들의 목표는 졸업할 때까지 내국인과의 의사소통에 전혀 문제가 없는 수준인 한국어능력시험 6급을 따고, 외국인 전형으로 국내 유수의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다.

이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유학생들은 1학년 때 국제반에서 한국어와 영어를 집중 공부하고, 2학년때는 한국학생과 같이 수업을 듣게 된다.

또한 각종 방과 후 활동은 물론 동아리 활동도 한국학생들과 같이한다. 이를 위해 학교측에서는 의사소통의 원활을 위해 베트남어 통역사를 고용해 학생들의 의사소통을 지원하고 있다. 
 
김천고가 이 같은 결정을 내리자 그간 학생수가 부족해 조용했던 학교의 모습은 달라졌다. 김천고는 매일 점심시간에 복도가 시끌벅적하다. 한국 학생과 유학생들이 뒤섞여 한국어와 영어 그리고 ‘바디랭귀지’를 섞어가며 진지한 대화를 이어가고 있는 모습은 어느새 학교의 새로운 풍경으로 자리잡았다. 
 
또한 유학생들은 한국의 국기인 태권도에도 깊은 관심을 가져 태권도 수련에도 열심이다. 한국 학생들의 세심한 관심과 지도 아래 동작 하나하나에 열중하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여기에 더해 학생들은 방학을 이용해 홈스테이를 계획중이다. 이를 통해 단기간에 한국어 능력 향상은 물론 한국 문화 체험까지 나설 예정이다. 
 

질 정비된 김천고등학교의 잔디 운동장을 비롯한 교사 배치도사진김천고등학교
질 정비된 김천고등학교의 잔디 운동장을 비롯한 교사 배치도[사진=김천고등학교]

베트남에서 유학 온 한 학생은 “한국은 유교문화를 베이스로 하는 점에서 비슷하지만 다양성이 존재하고 획일성보다 개성을 중요시하는 점에서 베트남과 다르다”며 “거기에 한국은 치안이 매우 잘 갖춰져 있어서 안전하며, 다양한 교과목을 배울 수 있어 좋다. 열심히 공부해 의과대학에 진학해 의사가 되어 한국에 정착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천고는 내년부터는 유학생 모집을 동남아에 국한하지 않고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로 지역을 넓혀 올해보다 많은 16명의 유학생을 입학시킬 계획이다.

송설재단관계자는 “백지에 그림을 그리듯 어린 나이에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익히고 받아들이는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이들이 한국에 정착할 가능성도 높아진다”며 “유능한 외국인을 유치해 단순히 학생 수를 늘리려는 목적을 넘어 지역에 정착하고 정주 시킬 방법을 강구 해야 한다. 큰 그림을 그리는 유학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역사회 역시 지방소멸, 학령인구의 감소의 위기를 극복하면서 미래를 설계하는 김천고의 유학생 유치가 단순한 학생수 늘리기를 넘어 한국의 ‘이튼스쿨’로 거듭나 지방소멸을 막고 지역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해 주길 바라고 있다.
 

◆타 지자체도 유학생 유치 나선다 

한편 경북 지역의 타 학교도 인구감소, 학령인구 감소 위기속에 유학생 유치를 시도하고 있다. 경북교육청에 따르면 직업계고등학교 8개교에 동남아를 비롯한 몽골학생 48명이 입학해 수업을 받고 있다.

경북외에도 전국적으로 인구감소가 심한 타 지자체도 유학생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전남교육청은 아예 국제고등학교를 개교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오는 2026년에 전남 강진군에 ‘전남직업고’를 개교해 외국인 유학생과 다문화가정의 학생을 입학시켜 특화된 학교를 만들겠다는 계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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