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이 이자를 더 준다고? 저축은행 고금리 장기화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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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저축은행이 시중은행보다 금리를 덜 주는 ‘금리역전’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저축은행은 제2금융권인 만큼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시중은행보다 더 높은 금리를 제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예금금리를 낮추며 영업 규모를 스스로 줄이고 있는 것이다.

저축은행이 시중은행보다 금리를 덜 주는 ‘금리역전’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1분기 5대 금융(KB’신한’하나’우리’농협) 산하 저축은행이 모두 흑자로 돌아섰지만 고금리시대 중저신용자를 중심으로 연체율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저축은행업황은 여전히 좋지 않은 것으로 여겨진다.

6일 저축은행중앙회 공시를 보면 3일 기준 저축은행 예금(12개월) 평균 금리는 3.71%로 은행연합회 공시 기준 1금융권 은행 최고 금리 3.90%(NH농협은행’Sh수협은행)에 못 미쳤다.

제2금융권인 저축은행 대부분이 1금융권 시중은행보다 금리를 적게 주는 금리역전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시중은행은 일반적으로 안정성 우위를 바탕으로 제2금융권보다 낮은 예금금리를 제시한다.

저축은행 예금금리는 올해 들어 계속 내려가고 있다. 5월3일 기준 금리는 1월1일(3.96%)보다 0.25%포인트 가량 낮아졌다.

저축은행업계는 고금리에 따른 부담에 영업 규모를 줄일 수밖에 없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고객에게 높은 금리를 주고 자금을 유치하면 이를 다른 고객에게 빌려줘 수익을 내야 하는데 고금리시대 법정 최고금리 규제에 따라 대출금리 오름폭이 제한된 상황에서 대출 확대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주고객층인 중저신용자 차주의 연체 위험이 계속 커지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저축은행업계 한 관계자는 “중저신용자 차주는 고금리 상황에 계속 노출되면 상환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고객에게 돈을 빌려줄 때는 리스크관리 비용도 금리에 녹아있는데 법정 최고금리가 많이 낮아진 상태라 고객에게 빌려줄 수 있는 돈도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저축은행의 영업 규모 축소 흐름은 한국은행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저축은행 79곳의 여신 잔액은 지난해 2월부터 올해 2월까지 꾸준히 줄었다. 2월 말 기준 잔액은 102조3301억 원으로 2021년 12월 넘어선 100조 원 고지 이전으로 되돌아가기 직전이다.

수신 잔액도 지난해 10월부터 계속 감소해 올해 2월 기준 103조7266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월까지만 해도 120조 원을 넘겼다는 점을 고려하면 1년 사이 16% 가량이 빠진 셈이다.

주요 금융지주 산하 저축은행이 올해 들어 모두 흑자로 돌아섰지만 업계 전망은 여전히 어둡다.

금융지주 산하 저축은행(KB’신한’하나’우리’NH)이 1분기 모두 흑자로 돌아섰지만 여전히 업계 분위기가 냉랭한 이유다.

1분기 금융지주 산하 저축은행의 흑자 전환을 놓고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쪽에서 아직 시장이 좋아질 것이란 신호는 없고 저축은행 고객층은 취약계층이 많다보니 위험은 안고 갈 수밖에 없다”며 “금융지주 산하 저축은행은 지주 통제를 많이 받다 보니 상대적으로 대출 심사 등 건전성을 좀더 보수적으로 관리할 수도 있다”고 바라봤다.

저축은행을 둘러싼 위기감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신용평가업계는 최근 고금리에 이어진 부동산PF 부실 우려 등을 이유로 저축은행 신용등급을 줄하향했다. 금융지주 산하 저축은행도 신용등급 하향을 피해가지 못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4월25일 KB저축은행과 대신저축은행, 다올저축은행, 애큐온저축은행 등 저축은행 4곳의 장기신용등급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 같은달 12일에는 페퍼저축은행 장기신용등급을 ‘BBB/부정적’에서 ‘BBB-/부정적’으로 하향조정했다.

지형삼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신용등급을 낮추며 “고금리 지속과 부동산경기 위축, 저축은행 대출심사 강화 흐름을 감안하면 총 여신은 당분간 감소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조달 및 대손비용이 늘어 수익성이 하락한 가운데 차주의 채무상환부담이 누적되며 부실여신 관련 부담이 계속될 것이다”고 내다봤다. 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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