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진시스템, 알짜 사업 빼내려다 상폐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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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시스템 CI

▲서진시스템 CI

코스닥 상장법인 서진시스템이 ESS(에너지저장시스템) 부문을 떼어내 상장을 추진하자 한국거래소가 상장적격성에 문제가 있다는 경고를 보냈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일을 업무 처리 미숙으로 인한 해프닝으로 보고 있지만, 당장 거래가 정지되면서 투자자들의 불만이 높아지는 중이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서진시스템은 지난 8일 장 마감 뒤 공시를 통해 회사를 인적분할하고 신설법인의 상장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분할하는 부분은 ESS 사업이다. 신설회사의 이름은 \’서진에너지시스템\’으로 정했다. 기존 서진시스템 주주들은 분할 신주 배정기준일의 지분율에 비례해 신설회사 서진에너지시스템 주식을 배정받는다. 배정 기준일은 오는 10월 31일이며, 분할 비율은 분할존속회사 0.84927356, 분할신설회사 0.15072644이다.

문제는 해당 공시가 나오자 곧바로 거래소가 서진시스템의 분할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는 점이다.

거래소는 서진시스템의 회사분할 결정 공시와 관련해 검토 결과 코스닥시장 상장규정 제56조 제1항 제3호 아목의 규정에 해당하는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해당 규정은 코스닥 상장법인의 분할이 있을 때 존속법인이 상장폐지될 수 있는 판단기준을 정한 내용이다.

먼저 존속법인의 자기자본이 30억원을 넘어야 하며, 이어 자본잠식은 없어야 한다. 또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이익이 있어야 하고, 자기자본이익률 10% 이상·당기순이익 20억원 이상·매출액 100억원 등 세가지 중 한가지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이에 대해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서진시스템이 ESS사업을 뗄 경우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이익이 없을 수 있다는 해석을 내리고 있다.

서진시스템은 분할 공시를 통해 신설법인 서진에너지시스템의 지난해 말 기준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이익은 연결재무제표 기준 336억4499억원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기준 서진시스템이 사업보고서상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이익은 연결재무제표 기준 2억6509만원에 불과하다.

결국 서진시스템에서 ESS사업부를 떼면 이익이 아니라 333억7990억원 수준의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 \’손실\’을 기록하는 것이다.

해당 규정은 기업의 껍데기만 남기고 알맹이를 따로 빼내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분할을 강행할 경우 서진시스템은 규정에 따라 상폐된다. 신설법인 서진에너지시스템은 향후 상장을 추진하기 하지만 관련 일정은 오는 12월에야 마무리될 예정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런 구조의 인적분할을 시도한 것에 대해 최근 진행한 대규모 주식전환 청구가 배경이라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서진시스템은 지난 4월 30일 총 1769만6250주 규모의 전환청구권이 행사됐다. 이는 서진시스템의 전체 발행주식수 3758만642주 대비 47.1%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전환청구된 주식을 보유한 2대주주 크레센도PE는 전동규 대표와 주당 3만2000원의 풋옵션(매수청구권) 계약을 맺었다. 회사 분할이 완료되면 크레센도PE는 존속법인과 분할법인 모두에 풋옵션을 가지게 된다.

결국 크레센도PE의 입장에서는 알맹이인 ESS 사업을 떼준 서진시스템이 주가 하락을 겪더라도 풋옵션을 활용해 수익이 보장되면서, 신설법인은 향후 주가 상승에 따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투트랙 전략이 완성되는 셈이다.

한 서진시스템 주주는 “대규모 주식전환으로 오버행 우려를 낳은 지 일주일 만에 무리한 회사 분할 시도로 거래까지 정지시켰다”며 “회사를 더 이상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진시스템 측의 설명을 듣고자 여러 차례 전화 연결을 시도했지만 연락은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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