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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눈물 뽑는 ’11개월 계약’…공공부문 고용 변화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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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에서 공무직으로 근무 중인 직장인 A씨는 수년째 계약 종료와 재계약을 반복하고 있다. 계약 기간은 늘 11개월이다. 근무는 끊기지 않지만, 계약서상으로는 매년 ‘계약 종료’ 상태가 된다. 이에 A씨는 장기간 근무하고 있음에도 연차를 비롯해 정규직 수준의 복지 혜택에서 항상 배제됐다.

이른바 ’11개월 계약’ 구조다. 상시로 필요한 업무를 수행하면서도 근로계약 기간을 1년 미만으로 설정해, 퇴직금과 고용 안정 등 법적 보호가 적용되는 기준선을 의도적으로 피해 가는 방식이다.

일반적으로 근로자가 1년 이상 계속 근무할 경우 사용자는 퇴직금 지급 의무를 지게 된다. 연차·휴가 확대와 기간제법상 보호 강화, 반복 계약 시 무기계약 전환 논의 가능성도 발생한다. 하지만 일부 사업장은 이를 회피하기 위해 계약 기간을 1년에 조금 못 미치는 11개월로 고정해왔다.

11개월 계약 자체가 불법은 아니다. 문제는 이 같은 계약이 해마다 반복된다는 데 있다. 형식상 단기 고용이지만, 실제로는 장기고용을 11개월 계약으로 쪼개 유지하는 셈이다. 이로 인해 근로자는 경력의 연속성을 인정받기 어렵고, 매년 재계약을 걱정해야 고용 불안에 놓인다.

특히 논란이 되는 이유는 이러한 고용방식이 민간이 아닌 공공부문에서 관행처럼 유지됐다는 점이다. 법과 제도를 집행해야 할 공공기관이 오히려 법의 보호 기준선 앞에서 고용을 끊어왔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대통령도 공개 지적…빠른 대응 나선 정읍시

최근 이재명 대통령 역시 이 같은 고용 관행을 공개적으로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7일 세종시 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기후 에너지환경부 업무보고에서 “국가가 모범적 사용자가 돼야 하는데 악질 사업자 선도자가 되고 있다”며 날카롭게 비판했다.

또한 “상용 근로자를 고용해야 하는데 꼭 1년 11개월 해서 정규직 안 만들고 바꾸려고 2년 안 되게 해서 잘랐다가 다시 쓴다”며 구체적인 사례까지 언급했다.

정읍시가 공공부문 기간제 근로자의 11개월 계약을 전격 폐지하겠다고 밝혀 주목을 받고 있다(사진=정읍시청).
정읍시가 공공부문 기간제 근로자의 11개월 계약을 전격 폐지하겠다고 밝혀 주목을 받고 있다(사진=정읍시청).

이처럼 11개월 단위 고용 관행이 사실상 제도 회피라는 지적이 나오자 공공기관의 후속 대응도 시작했다. 그중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인 곳은 전북 정읍시다.

정읍시는 지난 19일, 내년부터 상시·지속 업무에 종사하는 기간제 근로자의 계약 기간을 12개월로 늘려 인력 운용 방식을 개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조치로 기존 근로자 65명이 퇴직금을 수령할 수 있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계약 기간이 아닌 ‘일’을 기준으로 평가돼야”

하지만 정읍시의 결정이 다른 지자체와 공공기관으로 확산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단순히 계약기간을 12개월로 늘리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현재는 ‘1년 미만 계약’이면 자동으로 기간제 노동으로 분류되지만, 앞으로는 계약 기간 대신 업무 성격과 성사시성, 연속성까지 포함한 종합 기준을 다시 설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계약 갱신 여부, 업무 중요도, 조직 내 필요성 등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우선 정읍시의 사례처럼 공공부문부터 기준을 명확히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평가다. 상시 업무에 단기 계약을 반복 적용하는 관행을 바로잡아야 실질적인 고용 안정과 권리를 보장할 수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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