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자랑 많이 했지만… 이번 ‘혹성탈출’이 아쉬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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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포테이토 지수 79%] ‘혹성탈출’, 145분이 발목 잡는 ‘새로운 시대’

시저(앤디 서키스)의 시대가 가고 노아(오웬 티그)의 시대가 활짝 열릴 수 있을까.

유인원 동족을 지키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며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모습으로 강렬하게 각인된 초대 영웅 시저. 그의 전설을 새 영웅이 이어간다. 5월8일 개봉한 ‘혹성탈출: 새로운 시대’를 통해서다.

영화는, 시저가 죽은지 300년이 지나고, 바이러스 때문에 퇴화한 인간과 진화한 유인원의 운명이 뒤바뀐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새 시리즈의 주인공은 노아라는 젊은 유인원이다. 자신이 속한 부족의 후계자로서, 부족과 아버지의 기대를 한몸에 받지만 스스로에 대해 의심과 고민이 많은 캐릭터다.

그러던 중 타 부족을 침략하며 세를 키워가는 프록시무스(케빈 두런드) 일당들에 의해 자신의 부족이 무참하게 짓밟히는 참담한 광경을 목도하며 노아의 험난한 여정이 시작된다.

‘혹성탈출: 새로운 시대’는 잡혀간 가족과 동료를 구하려고 길을 나서, 조력자를 만나고 깨달음을 얻어서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는 노아의 로드무비이자 성장담이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인간에게 길러져 인간에 대한 애정을 가졌던 시저와 달리, “뭉치면 (유인원은) 강하다”는 시저의 신념을 오독해 인간을 하찮은 존재로 여기는 프록시무스의 관점이다.

프록시무스는 인간의 기술을 이용해 보다 더 확실하게 인간 위에 군림하려 하는데 이를 통해 타인을 지배하려 하고 통제하려 하는 인간의 오만함과 폭력성을 꼬집는다. 이는 2011년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 2014년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 2017년 ‘혹성탈출: 종의 전쟁’으로 이어진 이른바 ‘시저 3부작’을 관통하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혹성탈출: 새로운 시대’는 그러한 ‘시저 3부작’의 정신을 잇되, 새로운 캐릭터와 새로운 모험으로 이야기를 펼친다는 점에서 후속편이자 리부트(시리즈의 연속성을 버리고 새롭게 시작하는 이야기) 같은 작품이다.

그러나 145분의 긴 러닝타임이 패착이다. 단순한 이야기를 필요 이상 늘려놓은 까닭에 모험의 쾌감이 적고 메시지도 부각되지 않는다. 전체의 20~25% 분량을 통째로 CG(컴퓨터그래픽)로 구현했다는 제작진의 기술 자랑도 아쉬운 이야기에 가린다.

‘혹성탈출: 새로운 시대’는 노아가 펼쳐갈 ‘사가'(Saga)의 서막에 해당하는 이야기다. 첫 술에 배부를 순 없지만, 그렇다고 후속편이 기대되지 않는, 밋밋한 작품이다.

연출: 웨스 볼 / 출연: 오웬 티그, 프레이아 앨런, 케빈 두런드, 피터 마콘, 윌리엄 H. 메이시 외 / 개봉: 5월8일 /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 장르: SF / 러닝타임: 1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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