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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의 ‘암살자(들)’, 영화가 말한 것과 말하지 않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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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싸고 역사 왜곡 논란이 불거졌다. / 하이브미디어코프
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싸고 역사 왜곡 논란이 불거졌다. / 하이브미디어코프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암살자(들)’은 끊임없이 의심한다. 1974년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둘러싼 기록의 빈틈을 파고들고 공식 수사 결과 너머에 또 다른 가능성이 있는 것은 아닌지 질문을 던진다. 그 질문은 당시 권력과 사건의 연관성으로 향하기도 한다. 최근 불거진 역사 왜곡 논란 역시 여기서 시작됐다.

그렇다면 영화는 어디까지 사실에서 가져왔고, 어디부터 영화적 상상력을 더했을까. 또 영화가 펼쳐놓은 여러 가설은 하나의 결론으로 향하고 있을까. ‘암살자(들)’이 실제 사건에 남은 의문을 스크린으로 옮긴 방식과 논란이 불거지기 전 허진호 감독이 밝힌 창작 의도를 다시 들여다봤다.

지난 23일 개봉한 ‘암살자(들)’을 둘러싼 논란은 빠르게 커졌다. 영화가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의 배후에 박정희 전 대통령 또는 당시 권력이 개입했을 가능성을 암시한다는 비판이 제기됐고, 정치권 일각과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등은 역사 왜곡을 주장하며 제작진의 사과와 상영 중단을 요구했다. 감독과 제작진에 대한 고발로도 이어졌다. 여기에 중국 자본 유입 의혹이 제기되고 영화 관련 콘텐츠와 출연 배우에게까지 비판이 번지는 등 여파는 작품 밖으로도 확산됐다.

이에 제작진은 지난 28일 공식입장을 내고 ‘암살자(들)’은 실제 사건과 인물을 모티프로 가상의 인물과 상황을 결합한 극영화라며 “영화 어디에서도 특정 인물을 사건의 배후로 규정하고 있지 않으며 영화 속 가설과 극적 설정을 역사적 사실로 제시하고 있지도 않다”고 밝혔다. 이튿날 중국 자본 유입 의혹에 대해서도 “제작과 투자 과정에 중국 자본이 유입된 사실은 전혀 없다”며 선을 그었다.

영화의 출발점은 1974년 8월 15일 서울 국립극장에서 벌어진 ‘실제 사건’이다. 광복절 기념식장에서 문세광이 박정희 당시 대통령을 향해 총을 발사했고, 육영수 여사가 총탄에 맞아 숨졌다. 영화는 이후 기록과 자료를 통해 제기돼 온 의문을 이야기의 시작점으로 삼는다. 당시 현장에서 몇 발의 총성이 울렸는지, 각각의 탄환은 어디로 향했는지, 육 여사를 숨지게 한 총탄은 무엇이었는지 등 사건을 둘러싸고 오랫동안 이어져 온 질문들이다.

이 빈틈을 파고드는 인물들은 ‘허구’다. 사건을 수사하는 형사 철구(유해진 분)와 진실을 좇는 기자 재환(박해일 분), 현장을 목격한 신입 기자 영일(이민호 분)이 서로 다른 위치에서 사건을 추적한다. 실제 사건과 기록 위에 가상의 인물을 배치하고 이들의 시선을 통해 그날의 상황을 다시 들여다보는 것이 ‘암살자(들)’의 골조다.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둘러싼 의문을 추적하는 기자 재환(박해일 분)의 모습. / 하이브미디어코프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둘러싼 의문을 추적하는 기자 재환(박해일 분)의 모습. / 하이브미디어코프

영화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다. 수사가 진행될수록 단순한 의문은 당시 권력을 향한 의심으로 뻗어나간다. 중앙정보부가 수사 과정 곳곳에 개입하고 ‘윗선’이 언급되는가 하면, 사건 직전 교체된 방탄 연설대 역시 석연치 않은 정황으로 등장한다. 재환도 취재를 거듭하면서 문세광 외에 다른 가능성은 없었는지, 사건을 둘러싼 일련의 상황 뒤에 또 다른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질문을 거듭한다.

한 명의 ‘암살자’가 아닌 복수형을 괄호 안에 넣은 ‘암살자(들)’이라는 제목 역시 이러한 의문을 강화한다. 마지막에는 실제 사건과 관련한 기록을 다시 꺼내놓으며 극영화 속에서 이어온 질문을 실제 역사 위에 올려놓는다. 당시 권력의 개입 가능성을 직접적인 역사적 사실로 제시하진 않지만, 관객이 그 가능성을 떠올릴 만한 정황과 가설을 반복해서 배치한 셈이다. 

허진호 감독은 왜 이처럼 강한 의심을 영화 안에 끌어들였을까. 개봉 전 시사위크와 만난 허진호 감독은 재환의 질문이 사건을 둘러싼 여러 가능성을 가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재환이라는 인물이 가지는 질문들은 아마 음모론적인 이야기들을 다 가정해서 이야기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하나의 결론을 내리는 것은 경계했다. 허진호 감독은 “이 이야기는 태생부터 이야기를 내가 결론을 내릴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며 “내가 가져간 방식 중 하나는 계속해서 질문을 던졌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질문들에 답을 가지고 만들면 음모론적인 영화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영화가 당시 권력의 개입 가능성을 강하게 암시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도 비슷한 입장을 보였다. 허진호 감독은 “다큐멘터리나 책, 논문들을 기반으로 가져간 건 맞다”면서도 “거기서 영화적 상상력을 가지고 만든 부분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은폐로 볼 수도 있고 음모로 볼 수도 있고, 그런 부분은 어떤 시선으로 보느냐에 따라 다른 것 같다”며 판단을 관객의 몫으로 남겼다.

의혹을 영화 안에 ‘꺼내놓는 것’과 이를 역사적 사실로 ‘확정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질문이라는 형식을 택했다는 사실이 그 질문의 방향과 방식에 대한 비판까지 피할 면죄부가 되지도 않는다. ‘암살자(들)’은 답을 내리지 않았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말하지 않은 영화도 아니다. 영화가 던진 질문과 이를 둘러싼 논란은 바로 그사이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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